리더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순간의 어려움과 장애물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아기 기저귀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 저출산 흐름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전 대표들의 본보기를 보면서 성장했다. 유한킴벌리에 사원으로 처음 입사해 회사의 대표적인 공익 프로젝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우푸푸)’의 시작을 지켜봤고 유한킴벌리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과정도 함께 경험했다. 사랑받은 사람은 사랑을 베풀 줄도 안다고 자사 리더들의 공익적인 측면을 옆에서 봤던 최 대표는 그 분위기를 이어오며 유한킴벌리를 국민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데 화룡점정을 찍고 있다.

 

그러한 마음가짐은 사업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유한킴벌리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주력 상품인 아기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 대신 신동력 아이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최 대표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시니어 용품’이다.

최대표는 우푸푸 프로젝트에 대해 “기업들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사회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사회를 먼저 살려야 기업도 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고령사회로의 전이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인식해, 노령층이 보다 활동적으로 바뀌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오히려 사회를 살림으로써 사업까지 살리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시니어의 일자리 창출이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으로 노인이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된다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CSV 경영을 통해 현재 130개의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플루비(노인용 돋보기 제조), 폴랑폴랑(치유동물팀 양성), 한국갭이어(안심통학 서비스), 책농장(노인 구연동화업체), 오지오(노인용 초경량 기능성 구두 제조) 등 19곳의 노령산업 유관 소기업이 대표적이다. 회사 내에는 CSV 사무국과 시니어비즈니스팀을 설치해 신규 사업 육성에 직접 관심을 쏟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소기업들을 주력으로 하는 시니어 용품 복합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쉽게 말하면 올리브영의 시니어 버전이다. 시니어 용품이라고 혁신적인 제품만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패션 안경테나 성인용 기저귀처럼 시니어가 필요한 모든 것을 파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시니어에게 주력하면서도 물론 유·아동 용품도 한층 더 안전고리를 채울 셈이다. 최규복 대표는 기존 아기 용품에 기존 법규보다 강한 ‘제품 안전정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각종 유해물질, 위험물질에 대해 기업 스스로가 규제에 앞서 사용을 제한한 것이다. 수익만을 쫓지 않고 더 넓은 사회를 보는 리더는 항상 기준을 앞서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