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대 국회 말쯤으로 기억한다. 국회 출입기자로서 친하게 지냈던 의원들 가운데 김성순 박사가 있었다. 지금은 정계에서 은퇴한 김 박사는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위해식품 사범에 대한 형량과 처벌이 너무 가벼워 자꾸 재발한다며 보다 강력한 법 제정을 추진 중이었다.

어느 날 의원실에 들러보니 관련 법안이 마련돼 있었다. 비록 가안이었지만 내용을 읽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위해사범에 대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박사(의원)는 “과하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초안을 높게 잡아야 소위와 위원회, 정부 검토, 법사위 등을 거치며 처벌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지금보다는 강화되지 않겠소?”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며 기존 형량을 겨우 몇 년 더 높이고, 벌금 몇십만원을 더 내도록 하는 데 그친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의 먹거리와 환자들의 음식을 비위생적이고 사용해서는 안 될 이물질을 넣어서 만드는 사람들에게 보다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덜 만들고, 덜 팔지 않겠는가? 중국처럼 ‘사형’까지는 아니라도 일본처럼 대국민 앞에서 사과하고 다시는 그 업종에서 일할 수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김성순 박사의 지론이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불량‧위해식품에 대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때마다 그의 말이 생각난다.

중국인들은 자국 식품을 믿지 못해 우리나라 제품을 선호한다지만, 우리나라의 상황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지난 2004년에는 폐기 처분해야 할 자투리 단무지로 만두소를 만들어 전국의 유명 만두업체와 분식체인점에 대량 납품해 온 악덕업자들이 적발되며 소위 ‘쓰레기 만두 파동’이 일었다.

이후로도 생쥐 머리가 나온 과자부터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건강기능 식품, 깨진 유리조각과 칼날이 나온 음료수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얼마 전에는 기름이 가득 든 대창에 이어 사료용 닭발을 식용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키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여성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며 불티나게 판매되던 ‘백수오(白首烏)’가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백수오는 갱년기와 탈모, 자양강장, 당뇨 등에 좋다는, 분명하지 않은 효능이 부풀려지며 ‘슈퍼 푸드’로 소문나 여성을 중심으로 빅 히트를 한 제품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월 22일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의 대부분이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원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3개 제품(9.4%)만이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21개 제품(65.6%)은 백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만을 원료로 사용하거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사용하는 제품들이었고, 나머지 8개 제품에서는 백수오 성분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6개 업체에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도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이엽우피소는 간독성, 신경 쇠약,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의 발표에 반발하며 식약처가 자사의 원료에 문제없다고 판명한 바 있다는 주장을 폈으나, 지난 4월 30일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의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한 제품을 섭취한 소비자들의 건강은 물론, 올바르게 백수오만을 원료로 제품을 만든 업체들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 마녀사냥식으로 모든 백수오 제품이 불신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부정·불량식품 파동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때마다 정부가 엄포를 놓지만 그것도 잠시, 또 다른 충격적인 뉴스가 줄을 잇는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불량식품 제조·판매업자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징역 7년이다. 그나마 검찰이 기소해봤자 법원에 가면 99%는 약간의 벌금만 내고 빠져나온다.

식탁과 국민 건강의 안전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짓을 일삼는 이들에게 ‘먹거리 갖고 장난치면 패가망신한다’는 보다 강경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위해사범 처벌을 ‘사형’까지 가능하게 높이면 이 같은 문제가 근절될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