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옥희 윤교육생태연구소 소장.

얼마 전 ‘엎드려 공부하는 여대생’의 사연이 화제였다. 척추가 부러지는 큰 사고로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앉아있을 수 없지만,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며 강의실 바닥에 엎드려서라도 수업을 듣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통증이 심해 공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굳건히 꿈을 향해 담담히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대생을 보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탄탄한 마음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스프링 보드를 ‘회복 탄력성’이라 한다. 이는 최근 긍정심리학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말로 시련에도 의연히 견디고, 곧바로 회복해서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역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성공의 아이콘’으로 이번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최고’가 된 남자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바로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1882~1945)이다.

 

장애의 좌절보다 ‘희망’을 가슴 속에 새기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뉴딜(New Deal)’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보았고, 라디오 방송으로 자신의 뉴딜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위기를 돌파해나갔다.

특히 장애에도 불구하고 ‘좌절’보다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먼저 새긴 인물로 존경받았다.

▲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사진=위키백과

이처럼 루스벨트 대통령의 탁월한 위기돌파 능력은 바로, 어린 시절 ‘회복 탄력성’을 키워주었던 부모의 교육을 통해 길러졌다. 국민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복지정책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음으로 시행했던 것이었다.

어린 시절 몸이 허약해 형제들 사이에서도 치이던 막내에게 아버지는 ‘신체 건강’과 더불어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기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들들에게 나무를 심고 키우게 했는데, 1년이 지나자 가장 튼튼하게 자란 나무는 바로, 막내의 나무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일을 계기로 루스벨트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허약하다고 해서 응석받이로는 키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엄격한 시간표에 따라 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했지만, 엄격한 규칙 속에서도 어린 시절의 즐거움과 자유를 억압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빈틈없는 스케줄에 불만을 가진 아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자유를 달라”는 요구를 했을 때는 민주적으로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엄격한 규칙’과 ‘억압하지 않는 자유’의 균형을 통해 아이의 개성과 인성에도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패배에 승복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몸이 허약한 것 외에는 부유한 환경 속에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자란 아들에게 승자와 패자가 있는 놀이를 통해 깨닫게 해주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체스를 두다가 일부러 지지 않고 계속 이겨버렸다. 어린 루스벨트는 약이 올라 씩씩거렸지만 어머니는 지는 법을 몰랐던 아들에게 생활 속의 지혜를 통해 패배에 승복하는 ‘마음 훈련’도 시켜주었던 것이다.

집에서 멀리 떠나 공부한 적이 없던 루스벨트는 14세 때 명문학교에 입학하면서 비로소 부모의 품을 떠나게 됐고, 어린 시절 받았던 체계적인 교육과 독서 습관 덕분에 1900년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대부분의 부유층 자녀들이 부모의 품에서 떠나 방탕한 생활을 했지만, 그는 대학에서 럭비선수로 활동하는 등 적극적이면서도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나갔다. 엄격한 규칙 속에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기에 흔들림 없이 학업에 몰두하며 변호사가 됐고 결국 정계로 진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