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 분양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까지 사실상 멈춰 있던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분양 시장 훈풍의 바람을 타고 분양 사업이 속속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새로 들어설 여유가 없는 서울의 지역 특성상 서울 강북 뉴타운사업을 통한 아파트 분양은 전세가 올려주기에 바쁜 세입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뉴타운의 역사는 2002년부터 시작된다. 2002년 10월.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뉴타운’으로 이름 붙인 1차 재개발 시범지구로 길음·은평·왕십리 3곳을 지정했다. 이후 2차 지구 12곳, 3차 11곳이 뉴타운으로 새로 지정되는 등 뉴타운 사업이 활기를 띄었다. 이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관심이 높아 재개발 지분에만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로 주택 시장이 위축되자 사업 난항을 겪은 이후 서울시가 2012년에 뉴타운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고 사업성 없는 뉴타운은 지정을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3차 뉴타운은 서울의 마지막 뉴타운이다.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된 길음·은평·왕십리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입주를 해서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고 전세난과 저금리 등으로 분양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장위 뉴타운 등 신규 분양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05년 지정된 3차 뉴타운을 분양을 해도 좋을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올해 분양되는 예정 분양 물량만 5000여 가구다.

서울 뉴타운 중 최대 규모인 장위뉴타운이 뉴타운 구역 지정 10년 만에 첫 삽을 뜬다. 성북구 일대에 위치한 장위뉴타운은 187만3057㎡ 면적, 2만3846가구(7만3270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뉴타운이다.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 된 이후 지난해 뉴타운 지정이 취소된 12구역과 13구역을 제외한 장위 1~11구역, 14~15등 13개 구역이 뉴타운 내에서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장위뉴타운 중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는 곳은 장위2구역이다. 이 단지뿐 아니라 래미안, 대우건설 등 대형 브랜드를 갖춘 장위1구역, 장위5구역 등에서 나올 후속 분양 물량이 내년께 나올 예정이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대규모의 뉴타운 지구로 편의시설, 학군 등은 자연스레 형성될 것으로 보여 미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무엇보다 최근의 실수요자 위주의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감안하면 무난한 청약이 예상된다.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장위뉴타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등이 있지만 구역이 넓어 지하철을 걸어서 이용하기에 어려운 구역이 꽤 있다. 인근에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 등의 주요 간선도로 IC가 가깝다고는 하지만 도로 정체 구간이 많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서울 경전철 동북선이 계획되어 있지만 앞으로 늘어날 계획 인구를 견줘볼 때 대중교통 단점을 보완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어 보인다.

장위뉴타운은 주변 시세를 볼 때 3.3㎡ 당 1500만원 선에서 가격 저항선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 분양가가 가격저항선보다 높아질 경우 장위뉴타운 내의 조합원지분을 매입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으니 장단점을 따져 봐야 한다.

올해 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이다. 북아현 뉴타운은 89만9000㎡면적, 1만2683가구(3만4244명)을 수용한다. 인근 은평 뉴타운, 고양삼성지구 기반시설이 자리를 잡고 김포 한강신도시 등에서 나온 분양 단지도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급상황이 양호하다.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권과 서울 도심 광화문 등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하철 2호선, 5호선, 6호선 등의 지하철 접근성이 좋고 인근 대학가 상권이 발달해 카페, 먹거리 문화가 풍성하다. 그러나 사업지 내 경사가 많고 부지 모양이 좋지 않아 중소형 4베이 등의 신평면을 찾아보기 힘든 부분은 아쉽다.

첫 분양 물량은 대우건설이 4월 북아현뉴타운 1-2구역에 선보인 ‘아현역푸르지오’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2040만원으로 책정돼 청약 결과 전용 84㎡ 이하는 중소형은 6~7대 1의 높은 경쟁력로 1순위 마감된 반면 109㎡는 미달됐다.

대림산업도 북아현뉴타운 1-3구역에 ‘e편한세상 신촌’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34층, 전용면적 27~114㎡, 총 2010가구 규모 대단지다. 이 중 625가구가 일반 분양이다. 85㎡ 이하 중소형은 무난한 청약 마감이 예상된다. 반면 중대형 일반분양분은 미달 가능성이 있다. 9월에는 북아현뉴타운 1-1구역에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아파트가 공급 예정이다. 이 단지는 총 1226가구로 이 중 350가구는 일반인에게 공급이 잡혀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도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왕십리뉴타운은 1구역 1702가구, 2구역 1148가구, 3구역 2789가구 등 총 5639가구로 조성된다. 1구역과 2구역은 텐즈힐 지난달 분양했던 왕십리뉴타운3구역 ‘센트라스’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2구역은 지난해 2월 입주를 마쳤고 1구역이 올해 4월 입주를 시작했다. 대형 면적 미분양이 일부 남아있던 1구역 텐즈힐은 이달 초까지 모두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입주한 2구역 텐즈힐은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 정도 매매가가 올라 초기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다. 가장 최근에 분양(3월)된 센트라스는 3.3㎡당 분양가가 3.3㎡당 평균 185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돼 1‧2순위 평균 12.98대 1의 경쟁률로 전 가구 순위 내 마감됐다. 고분양가 미분양단지에서 대규모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왕십리뉴타운은 고분양가와 미분양으로 일반인들에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수요자들이 1900만원대를 넘어가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에서도 첫 분양물량이 나온다. 이문휘경뉴타운은 101만2315㎡ 면적, 1만8234가구(3만9910명) 규모다. SK건설은 오는 10월 이문휘경뉴타운2구역에서 전용면적 59~100㎡, 총 900가구 규모의 단지를 공급하며, 롯데건설도 전용면적 39~114㎡, 총 107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수색·증산뉴타운은 80만3960㎡ 면적, 1만3560가구(3만7014명)를 수용하며, 인근에 상암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 노을공원 등이 있다.

서울 신규 분양 시장이 저금리, 청약1순위 자격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정책적 지원을 업고 공급만 하면 팔리는 시기에 다시 도달했다.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실수요자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앞으로 건설업계가 자율적인 분양가 책정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조합이나 시공사는 앞으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팔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이려고 할 것이다.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좋아져 유리하지만 일반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당장 4~5월 예정된 북아현뉴타운에는 분양가를 얼마나 올릴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뉴타운 사업을 통해 나오는 아파트가 분양 시장에서 선전한다면 분양가는 얼마든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시점에서 과거를 차분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요즘 분양 시장은 지난 2006~2007년 주택 시장의 상황과 비슷한 모습이다.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주택건설사의 밀어내기식 분양까지 겹쳤고 묻지 마 청약이 속출했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2~3년이 지난 2009년부터 침체된 주택 시장에 입주 물량 폭탄까지 겹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경남기업, 월드건설과 탄탄하던 중견기업이 같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속출했으며 대행건설사들도 미분양으로 휘청거렸다.

분양 시장이 좋으니 ‘묻지 마식’ 청약이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집에 살 시기는 앞으로 2~3년 후다. 호황일수록 가격, 상품을 냉정히 판단해서 청약을 해야 후회가 없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센터장

리얼투데이 김광석 센터장은 현재 영암, 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택과 산업단지, 계량분석 전문가로 부동산 정보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닥터아파트 정보분석팀장,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팀장,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