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창업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소비자 분석이다. 내가 팔려고 하는 상품이 어떤 사람들에게 매력적인지, 또는 내가 하려는 업종이 어떤 계층에서 선호하는지를 알아야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예컨대 상품 디자인, 판매가격, 입지 등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창업자들에게 논란이 되는 문제 한 가지를 결론 내고 나서 소비 패턴을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입지 업종을 창업하려고 할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 하나는 입지를 먼저 선정하고 다음으로 이에 어울리는 업종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업종을 선택한 후 입지를 찾아나서는 방법이 있다. 두 방법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고, 창업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수 있어서 한마디로 가부(可否)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가 주인이 아니라면 창업자나 시장의 가치에서 후자가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상품을 먼저 선택하고 이러한 상품을 선호하는 집단이 주로 거주하는 입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입지를 먼저 선정할 경우, 자신의 창업 가치나 역량과 다른, 입지에 맞는 업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만족도가 그만큼 떨어져서 창업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소비 패턴을 알고 업종을 결정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 분석을 위해서 나이스평가정보(www.nicebizmap.co.kr)가 제공한 ‘카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총 6개 업태의 163개 자영업종의 평균 매출액을 산출했고, 매출액에 영향을 준 고객을 10세 단위로 세분화해서 각 세대가 대상 업종의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석했다. 여기에는 남녀 구매비율도 포함했다.

그 결과 30대가 소비를 주도하는 업종은 29개였고, 50대는 20개 업종에서 주력 고객층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14개 업종은 모두 40대가 견인하는 업종이었다. 반면에 20대는 1개 업종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60대는 전혀 없었다.

163개 자영업종 중 70%(114개)는 40대가 주력 고객층

먼저 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업종을 보면 유아복(51%), 소아과(60%)로 역시 아이들 키우는 업종에 많이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한 사실은 디지털 선도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사진관 이용자 비율이 50%로 유치원(55%)에 버금갈 만큼 굉장히 높았다. 이는 아이들 사진첩을 제대로 만들어 주기 위해 전문 사진관에 가서 찍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타업종 가운데 30대가 40%를 넘는 업종으로는 산부인과, 완구점 등 출산·육아와 관련된 업종이다.

음식업에서는 샌드위치, 도시락, 떡볶이 등 간편식 업종에서 30대가 가장 많았다. 아이들에게 돈을 많이 써서 절약도 해야 하지만 생산적 시간소비를 위해서 먹는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소비행태가 그려진다. 하지만 의외의 업종도 눈에 띄었는데 안마시술소 고객의 45%가 30대였다는 점이다. 분석하기 전에는 50대가 아닐까 싶었는데 50대는 10%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40대를 보자. 언급한대로 163개 업종 가운데 114개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난 이들 세대의 소비 내역을 보면 ‘등골 브레이커’라는 단어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교육 서비스업에서 소비의 꼭지점에 서있다.

입시학원, 종합학원의 75%는 40대가 돈을 내고 있고, 태권도, 미술, 음악 할 것 없이 온갖 학원이란 학원에는 모조리 40대가 가장 많이 갖다 바친다. 어디 그뿐인가.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소위 ‘맵시 전문’ 의료기관에도 40대가 가장 많은 돈을 낸다. 이들 의료기관의 상당 부분은 의료보험 무풍지대여서 냈다 하면 몇십만원을 호가한다.

자식들 교육비에다 외모 가꿔주는 데 써야 하는 것도 버거운데 비뇨기과에도 환자의 41%가 40대인 걸 보면 ‘상하좌우로 피곤’한 세대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40대는 먹는 것에서라도 좀 아껴보려고 부대찌개, 콩나물국밥, 감자탕 등 밥과 술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음식점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50대로 넘어가 보자. 이들 세대의 소비 패턴은 비교적 단순한데 ‘두 번째 소비(The Second Consumption)’ 업종에서 다른 세대에 비해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두 번째 소비’는 필자가 정의한 용어인데 한 번 구매한 내구 소비재가 일정기간 사용하여 낡거나 헤져서 다시 구매해야 하는 소비 생활용 상품 구매를 말한다.

이와 관련한 업종으로는 벽지나 창호, 주방용품, 보일러, 커튼, 가전 등인데 언뜻 봐도 결혼하고 20~30년쯤 지나면 일생에서 한 번쯤 재구매해야 할 시점의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음식업에서는 추어탕, 사철탕, 복집과 같이 탕류 업종에서 우위를 보였고, 한정식 이용고객도 50대가 가장 많았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업종이면서 건강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디오 감상실 50%는 20대, 안마시술소 46%가 30대

이제 앞에서 기술한 세대와 비중 면에서는 약하지만 20대와 60대를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20대는 이미 밝혔지만 단 한 개 업종, 비디오 감상실에서 전체의 50%나 될 만큼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곳은 소주방 정도였는데 손님 가운데 20%를 20대가 차지했다. 굳이 빅데이터 분석이 아니라도 세대적 특성으로도 짐작 가능한 결과다.

60대 손님 비중이 높은 업종은 △보청기 △의료기기 △인삼제품 △주방용품 △한복집 등이다. 그렇다고 이들 업종이 6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업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총 이용고객 가운데 60대 비중이 그나마 조금 높은 비율인 20% 이상의 업종이라는 뜻이다. 통상 보편적 업종에서 60대 비중이 10%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여서 따로 올려본 것이다.

반대로 60대가 소비를 거의 안 하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으로 떡볶이, 토스트, 비디오 감상실, 이자카야 등은 3%에 머물러 있다. 60대에게 전혀 필요 없는 교복전문점 이용자 가운데 60대가 2%이니까 대비해 보면 3%가 극히 낮은 수치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업종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도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먹고 마시는 것에, 여성은 맵시 업종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이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업종으로는 △안마시술소 △여관·모텔 △당구장 △낚시터 △스크린골프장 등이다. 이 가운데 안마시술소는 92%가 남자이며, 절반에 가까운 46%가 30대다. 여관과 모텔은 78%가 남자이며, 이 가운데 30대가 35%로 가장 높지만 20대도 18%나 된다. 30대가 안마를 이렇게 자주 받고 있고, 모텔의 22%를 여자가 내고 있으며, 20대가 여관비를 20% 가까이 내고 있다는 사실은 빅데이터를 분석해보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당구장과 낚시터, 스크린골프장 등은 남성 비중이 85% 전후로 단연 높고, 룸살롱과 바(bar), 일반유흥음식점은 90%대로 그야말로 남성 독점업종이라고 할 만하다. 음식으로는 탕류가 역시 남자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설렁탕, 해물탕, 사철탕, 국밥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성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는 업종으로는 여성의류에서 여성고객 비율이 83%로 나타났는데 이는 당연한 듯하고, 요가와 단식도 80%가 여성이다. 몸매 가꾸기 업종인 비만·피부관리가 75%, 피부과도 73%로 남성의 3배다. 반대로 보면 남성 비율이 25%나 된다는 점도 과거와 견주어 보면 흥미로운 결과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나 창업해도 좋을 업종은 없을까. 그래서 필자가 관심을 가진 하나의 가설은 ‘중국집 고객은 성별 혹은 연령대별로 고른 비중을 가진 업종일 것이다’이다.

분석 결과 30~40대가 65%로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20대는 60대와 비슷한 8%에 불과했다. 의료기관 중에서 내과가 20대를 제외하고 30~50대에서 각 20%대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고, 예상 밖의 결과지만 고시원도 20~50대까지 분산되어 있었다.

또 다른 가설로 ‘건강식품은 남자가 더 많이 살 것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남자보다 여자(62%)가 더 많이 구매했고, 60대보다 50대 비율이 더 높았다. 네일케어(Nail Care)업의 고객은 여자가 대부분일 것 같았지만 분석 결과 남자 비율이 24%나 됐고, 20대가 가장 많이 이용할 것으로 생각했던 서점은 3.2%에 불과한 반면에 40대가 50%로 가장 많았다. 서점을 다시 남성 대 여성으로 나눠 봤더니 ‘41 대 59’로 여성이 더 책을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는 사람이 읽기 위해 사는지, 아니면 주기 위해 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대한민국 출판업계는 40대 여성이 먹여 살린다고 봐야 할 것 같다. leebang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