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주가가 부진을 딛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 배경에는 원료 가격 하향 안정화와 판매가격 유지에 따른 스프레드 확대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석유화학 설비 신증설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비용축소로 인한 향후 이익개선세도 기대된다. 최근 저유가로 인한 글로벌 경기회복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2일 LG화학의 주가는 전일의 하락을 딛고 다시 장중 29만원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월 16만3000원의 저점을 기록한 이후 이날까지 70%가 넘는 놀라운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기간 코스피 지수는 14%대의 상승률을 나타내 LG화학 주가의 상승률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화학업종지수도 45%대를 올라 LG화학의 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 출처:한국거래소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LG화학의 주가를 코스피는 물론 업종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게 만들었을까.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세에 이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기대감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국제유가는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서부텍사스유(WTI)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0월 WTI는 배럴당 90달러를 이탈하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배럴당 44.53달러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과 4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유가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도 예외일 수 없었다.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한 원유생산력 증대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경쟁적 증산으로 인해 공급발 유가하락은 지속됐다. 심지어 미국의 원유 증산으로 석유를 저장할 곳이 없어질 경우 미국은 원유 수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유가반등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 유가수준에 민감한 화학업종들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 보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의 추가적 하락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논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산자는 판매가격보다 생산가격을 낮춰야 이익이 크게 남는다. 유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원유 공급자 즉, 생산자들이 지속적인 증산을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업체들은 물론 중동산유국들의 손익분기점(BEP)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그 경쟁강도는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국제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설명할 수 있지만 상승 반전을 점치긴 어려웠다. 설령 공급은 줄어들어도 상대적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유가는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WTI는 어느 덧 지난 2월 고점인 배럴당 53달러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마치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는 듯하다.

저유가는 분명 에너지비용을 낮춰 기업과 가계 등 경제활동 주체의 소비력을 높인다. 50% 이상 급락한 유가를 고려하면 이는 분명 향후 글로벌 소비 경제에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차가 현실로 반영되는데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유가하락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돼 10월부터 본격화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저유가의 긍정적인 효과가 경기에 반영되는 시기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납사와 석유화학 제품 가격 스프레드 확대...CAPEX도 낮은 수준

LG화학의 수익을 측정하는 방법은 주된 원료인 납사가격과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납사의 가격이 낮을수록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이 높을수록 LG화학의 수익성은 증가한다. 석유제품인 납사는 특성상 유가에 연동되지만 석유화학제품은 가격은 경기에 연동된다. 현재 미국발 셰일오일 공급과잉을 감안할 경우 유가는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반면,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 될 경우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유가 상승률은 더딜수록, 경기 회복은 빠를수록 LG화학의 수익성 증대는 더욱 가팔라지는 구조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NCC(납사분해설비) 원료인 납사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경쟁 설비인 북미와 중동의 ECC(에틸렌가스기반) 대비 생산원가 차이가 현격히 축소됐다는 것이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그만큼 NCC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인하 여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NCC 고객사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수요증대를 이끌 수 있다. 그만큼 NCC 기반 업체들의 매출확대에 일조하게 된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원재료 투입 시차에 의한 고가 원재료 투입으로 수익 개선이 일부 반영됐다”며 “2분기에는 저가 원재료 투입으로 확대된 스프레드가 분기 실적으로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긍정적 요소는 석유화학 업종의 CAPEX(자본적지출)가 정점에 이르러 하강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CAPEX란 미래의 이윤창출을 위해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는 것으로 CAPEX가 감소한다면 그만큼 기업의 비용이 감소하게 돼 실제 기업의 현금흐름은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ROE 개선여부에 주가 가치 달라진다...신사업 성장 필요

증권업계에 따르면 21일 기준 LG화학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대비 6.2% 감소한 21조1758억원으로 예상되는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0.9% 대폭 상승한 1조7157억원으로 관측되고 있어 상대적 실적개선이 예상된다. 주당순이익비율(PER:시가총액/순이익)로 보면 향후 12개월 기준 15.66배로 업종 PER 24.14배 대비 저평가 수준이다. 주당순자산가치비율(PBR)은 1.72배로 나타나 자산가치 증대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증권사별 목표주가는 24~36만원으로 폭넓게 추정되고 있어 그만큼 업계상황과 미래를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출처:에프앤가이드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7.3%를 기록했다. ROE는 총자본대비 순이익비율로 지난 2010년 30% 넘는 수준을 기록한 데 비해 상당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ROE(순이익/자기자본)를 주당순이익비율(시가총액/순이익)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약간의 고평가라 할 수 있다. 두 지표의 수식을 보면 순이익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주당순이익비율 15.66배를 역산하면 6.38%(1/15.66)로 계산된다. 따라서 현재 주가 수준에 투자하는 것은 LG화학의 ROE(7.3%)대비 수익성이 낮아 LG화학의 주가는 약간 고평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LG화학의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순이익 증가로 ROE가 상승할 경우 현재 주가 수준이 오히려 저평가가 될 수 있다.

결국 현재 LG화학 주가의 가치는 향후 ROE를 높일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ROE는 결국 기업의 순이익을 포함하고 있으며 순이익은 영업이익의 개선여부에 달렸다. 유가는 공급발 요인을 인해 상승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대는 분명 LG화학의 영업이익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차전지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LG화학의 수익구조는 여전히 석유화학부문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향후에도 국제 유가 변동성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LG화학의 규모는 ‘셰일혁명’ 이전보다 커지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정세불안 혹은 경기침체 등이 이어질 경우 그 후폭풍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향후에도 꾸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정보전자소재부분과 전지부문의 빠른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