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어린 필자의 앞에서 일본과의 독도 분쟁 뉴스를 보며 유난히 화를 내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독도 관련 뉴스는 그리 달라진 바 없이 먹먹한 가슴을 치게 한다.

가구 관련 사업을 하는 필자는 문득 독도와 관련된 가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작품인 ‘독도테이블’이 완성됐다. 막상 독도테이블 시제품을 제작하고 나니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디자인의 독도테이블을 판매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애초에 폭발적 판매를 예상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제품을 홍보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당시 필자는 아무 계획이 없는 초보 경영자였다. 마침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과 마케팅기술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대중에게 알려 자금을 유치해 주고 홍보해주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라는 자금과 멘토링 조달 방법에 대해 듣게 됐다. 하지만 막상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것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러다 ‘2014 소셜벤처경연대회 1박 2일 멘토링 캠프’의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가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강의라는 걸 알아내고 당장 참가 신청을 했다.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심야의 버스 안에서 강연자였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최동철 이사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우리 회사가 독도를 알리기 위해 독도테이블을 제작했고 이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더니 일단 와디즈 사이트에 ‘프로젝트 개설하기’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간단한 회사 정보와 아이디어 개요 정도를 적고 나니 다음날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남은 건 필자가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대중에게 보여줄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야 대중을 설득하고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독도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우리와 같은 영토 분쟁 사례를 조사하던 중 과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시파단 섬을 놓고 영토 분쟁을 벌였을 때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말레이시아가 바다거북의 멸종을 막는 등 실질적으로 시파단 섬을 관리했다는 점을 높이 사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브레인 독도테이블. 출처=브레인

순간 노랑지빠귀, 괭이갈매기가 날고 땅채송화, 개머루, 연보라색 해국으로 뒤덮이는 독도가 그려졌다. 귀중한 해양 자원이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도 말이다. 독도의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면 어떨까? 정부와 다양한 협회에서 그동안 독도의 해양생태계를 꾸준히 기록, 조사하고 수중보전 활동을 해왔다. 독도의 소중한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우리의 모습을 세계에 알리자는 프로젝트의 취지를 세웠다.

가장 가까운 지인들을 설득할 수 없으면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는 와디즈 측의 설명을 듣고 펀딩을 개설하고 최측근 지인들에게 프로젝트를 알리면서 지지를 얻어 나갔다. 처음 부모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말씀드리니 이런 저런 질문을 하셨는데 그동안 필자가 준비한 자료들을 토대로 프로젝트 계획을 성의를 다해 말씀드렸다. 부모님이 생소한 크라우드 펀딩을 완전히 이해하신 건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면서 결국 참여해주셨을 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주변인들에게 필자의 프로젝트에 대해 알리고 여기에 대한 아이디어와 충고를 받으며 더욱 구체화되어 갔다.

그렇게 일주일 간 목표금액인 500만원의 30%가 지인과 지인의 지인까지 모두의 힘으로 마련됐다. 그렇지만 원래 목표는 대중들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알리고 참가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를 해보고 언론 보도도 됐지만 대중의 참여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펀딩을 시작한 지 2주쯤 됐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하루 만에 수백만원의 펀드가 모아지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유명 포털 카페의 한 회원이 우리 프로젝트를 그곳에 소개했고 또 다른 회원들이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펀딩 3주 만에 목표 금액의 300%가 넘는 1800만원가량이 모금됐다.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업은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더니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과 프로젝트 성격을 오해한 한 네티즌의 비난으로 우리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미숙한 대처를 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소셜 펀딩은 특성 상 홍보 효과도 컸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위험 부담도 컸다.

하지만 결국 1511명이라는 기대에 넘치는 참여자들이 우리들의 프로젝트를 지지해주었고 2300만원의 자금을 모아 프로젝트를 무사히 종료할 수 있었다.

펀딩이 끝난 후 독도관리소, 독도박물관, 독도에 상주하고 있는 해양경찰들에게 독도 테이블, 독도 보틀을 기증했고 이번 6월 14일, 15일 한국수중환경협회가 주최하는 독도 탐방 후원기업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펀드 모집 당시에 약속한 대로 수익금의 50%는 독도의 수중 생태계 기록, 정화활동, 문화활동 등 독도 캠페인에 사용될 예정이다.

<프로필>

♦소셜벤처 ㈜브레인이노베이터(구 브레인) 대표

♦비영리기관 북스인터내셔널 이사

♦2014 소셜벤처경연대회 일반아이디어 부문 장려상 수상

♦중·고등학교 진로 강사(아이엔지스토리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