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산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내 로봇산업 시장 규모는 2조2000억원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4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로봇산업이 세계를 호령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리다. 국내 로봇산업은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여주며 폭발적 외연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방향과 내실은 다소 허약하다. 일단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낮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나친 제조 중심의 로봇산업에만 방점이 찍힌 대목은 불안요소다.

 

하지만 로봇산업은 그 자체로 다양한 산업의 활력소가 될 소지가 크다. 국방, 의료, 문화, 교육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특히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나라는 로봇산업을 바탕으로 단숨에 ‘점프’할 수도 있다. 미국이 제조업 부흥을 기치로 내걸며 로봇산업에 매진한 대목을 우리의 사정과 대입해도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2011년부터 제조업과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첨단제조파트너십(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을 발표하고 그 핵심 전략으로 인간협업로봇(Co-Robot) 산업화 등에 7000만 달러를 전격적으로 투자하는 ‘국가로봇계획(NR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로봇기술을 융합하는 로봇 프로그램(SPARC)에 21억 유로를 투자해 2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천명이다.

물론 우리도 방법이 있고 비전이 있다. 미국의 IT·전기전자·에너지 부문 시장조사기관 스파이어 리서치는 “2016년까지 한국의 산업용 및 비산업용 로봇 보유 대수가 20만1700대에 이를 것”이라며 “공장용·가정용 등 모든 용도를 아우른 로봇 보유 대수에서 한국이 최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의미 있는 분석이다. 스파이어 리서치는 “한국 정부가 오는 2018년까지 63억달러(약 7조원)을 투자해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의 로봇산업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에 2배 성장했고, 현재 전문기업 600여개에 전문 종사자 수도 3만4000여명에 이른다. 정경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은 “지금 현장은 산업용 로봇이 없으면 공장이 가동되지 않을 정도”라는 말로 국내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로봇과 농업의 만남, ‘부족함을 채워 흐르게 하라’

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강력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술은 전통적인 1차 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군에 집중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로봇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제조업의 뿌리와 같은 농업은 말 그대로 국내 로봇이 활약하기에 적격인 분야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해 4월 16일 미래 스마트 농업시스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최근 코트라(KOTRA)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산업협회와 공동으로 국내 로봇 분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천명했다. 세계 로봇 시장이 2013년 147억달러에서 2018년 211억달러로 커질 확률이 높아지며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농업과 로봇의 만남도 적극적으로 장려되고 있다. 제조업의 뿌리인 농업, 그리고 농촌을 중심으로 번지는 고령화가 적절하게 맞아 들어가는 셈이다.

경상북도의 행보가 의미 있다. 최근 경상북도는 ‘지능형 로봇상용화 촉진사업’과 ‘특화산업 로봇융합사업’을 통해 농축산업 분야에 첨단 로봇융합기술을 접목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스마트 인휠모터 기반 무인운반차(AGV, Automated Guide Vehicle) 플랫폼’과 ‘돈사관리용 이동형 로봇(Mobile Pigpen-Care Robot)’로 정해졌다.

스마트 인휠모터 기반 무인운반차 개발에는 도비 6000만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기술을 확산시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학홍 경상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은 “성공을 확신하고 있으며, 스마트 인휠모터 기반 무인운반차가 적절하게 자리를 잡으면 기업추산 연 4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돈사관리용 이동형 로봇’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향토기업인 하나메카텍이 도비 3억원을 투자받아 개발한다. 돈사 바닥을 청소하는 동시에 소독액을 분사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성공한다면 연간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만성호흡기 질환 피해액을 줄일 수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학홍 경상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은 “지역기업들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농·축산 작업지원로봇 개발은 기술 확보 및 관련 산업 생산량 증대,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농업과 로봇의 만남은 꽤 체계적으로 추진되던 분야다. 지난 5월 경상북도 구미에서 무인헬기를 이용한 직파기술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10분 만에 1ha를 파종하는데 성공했으며 병해충 방제는 물론, 비료 주기까지 가능해 노동력을 90% 이상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선진국의 64%에서 69% 수준이던 우리 농업의 ICT 융합 수준도 2012년 86%에서 88%까지 상승했다.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농업 분야에 로봇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4대 로봇강국의 위상에 어울리는가?’라는 질문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2013년 기준 국내 농가인구는 284만7000명 수준으로 전 국민의 5.7%, 여기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7.3%에 달한다. 여기에 기후변화 및 기타 노동력 부족 등 열악한 인프라를 고려하면 결국 로봇이 대세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야 할까?

결국 농업의 로봇화는 사물인터넷 및 빅데이터는 물론 인공지능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국내는 농업과 로봇의 만남이 각 생산 단계별로 특화된 기술에 치중되는 경향이 많다. 이는 각각의 로봇을 구매하고 컨트롤해야 하는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결국 통합 로봇의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달 10일 트리스탄 페레즈 호주 퀸즐랜드기술대 로보틱스 교수가 호주에서 개최된 정밀농업시스템 워크숍을 통해 공언한 ‘단일 통합 로봇’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미래의 농업과 로봇의 만남은 에너지 효율 및 기타 파편화된 기술의 컨트롤 타워로 수렴해야 하며 결국 이러한 흐름이 모든 영역의 로봇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동시에 그는 애그봇 2세대(AgBot II)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며 카메라와 센서를 비롯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능을 공개했다.

▲ 에그봇. 출처=호주 퀸즐랜드기술대

덴마크도 이 분야에서는 선두주자다. 작물 재해 및 기타 병충해 방지에 있어 다양한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표준화한 데이터와 기술 인프라를 아예 정부에서 전담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다양한 관개시스템을 바탕으로 종자개발까지 선도하고 있다. 낙농과 원예 수출 국가인 네덜란드도 온도와 대기상태를 측정하는 로봇기술로 농업의 혁명을 끌어내고 있다.

국내 농업 분야의 로봇 활용은 이 지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이유로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2000년 초부터 인공지능형 자율 주행 트랙터 개발 등 농기계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해 온 대목은 긍정적이다. 농업 노동력 감소와 농촌 고령화로 곡물 자급률이 23%대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제조업에 방점을 찍는 한편, 부족한 경쟁력을 로봇과 결합시키는 방안이 필수다. 물론 전제조건도 있다. 통합형 모델만이 살 길이다.

국방과 로봇의 만남, “우리가 원조”

다소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흐름을 함께 했으며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전쟁과 불가분의 인연을 맺고 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다양한 스마트 시대의 기술 대부분은 전쟁에서 비롯됐다. 로봇기술도 마찬가지다.

▲ 원격 조정 무장시스템 출처=삼성테크윈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주최하고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이 주관한 민군기술정보교류회가 열렸다.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11개 정부 부처와 합동참모본부, 육군, 해군, 공군, 정부 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총집결했다. 이 자리에서 국방과 로봇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진지한 논의의 장이 벌어졌다. △기계, 제어, 추진·무인 로봇 △전기전자, 센서, 정보통신 △소재, 공정·에너지·환경, 생명, 화학 △제도발전 등 4개 분과로 나눠 세부 세미나를 진행됐으며 문기정 방위사업청(방사청) 획득기획국장은 “민·관·군 전문가가 마음껏 소통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됐다”며 “민군기술협력사업이 창조경제 달성의 주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과 로봇의 만남이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정부 차원에서 꾸준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8일 방사청이 ‘국방 로봇 아키텍처 및 안전기준 정립방안 연구’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힌 대목이 극적이다. 지난 2103년 신설된 방사청 국방로봇사업팀 업무가 기존 기술 연구에서 활용정책 수립으로 확대되며 급물살을 타는 대목과 오버랩된다. 방사청은 올해 상반기까지 무인지상차량, 병사착용형 로봇, 구난 로봇을 실전에 당장 투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안전기준을 수립할 전망이다.

예외조항도 있다. 생활형 로봇은 ‘ISO 13482’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하지만 국방 로봇과 시속 20㎞ 이상 주행하는 로봇은 ‘ISO 13482’를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한 마디로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실전 배치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량은 일반도로를 운행할 수 없지만 국방 로봇은 다르다. 위험 상황에 투입하는 차량용 무인지상로봇도 일반도로 주행이 불가능하고 선박용 무인 로봇도 해상충돌예방법에 따라 운행 제한을 받지만 국방 로봇은 모든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선진국 로봇 발전 동향을 파악해 각 군이 로봇 R&D 활용 시 참조할 개발 표준 아키텍처 정책도 마련하고 아예 국방 로봇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테스트를 위한 공간도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국방부는 여의도보다 넓은 370만㎥(약 112만평)에 로봇이 전투를 벌이는 대형 전쟁터를 마련해 실효성 있는 로봇 테스트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인식·장애물극복·무인안전성·지뢰탐지·급조폭발물(IED) 등 성능시험소 5곳과 도시운용·야지운용·일반전초(GOP)운용의 운용시험소 세 곳을 설치한다.

현재 합동참모본부는 ‘2016~2020 합동군사전력 목표기획서’를 통해 국방 로봇 계획을 세운 상태다.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과 무인 경전투차량을 2021년과 2023년에 전력화하는 방안을 확정했으며 무인전투차량 세트, 정찰용 소형무인전투차량 등 20종 무기체계도 2045년까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다른 나라는 국방 로봇에 있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눈길을 끄는 곳은 미국이다. 상술한 바처럼 보행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을 보여주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4족 보행 군사용 로봇 빅독이 눈길을 끈다. 미국 국방부의 예산을 받아 완성된 4족 보행 군사용 로봇은 험준한 산길이나 사막, 장애물이 많은 지역을 마치 들짐승처럼 달릴 수 있다.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지형을 인식하고 각종 위험요소를 알아서 피하는 기술도 탑재됐다. 현 상황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최종적으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해 ‘인간과 다를 것 없는 전투 로봇’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재 세계 로봇산업은 2강 1약으로 좁혀진다. 미국과 일본이 2강이며 한국이 1약이다. 중요한 점은, 2강 1약 외 다른 나라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우리가 ‘그나마’ 가능성을 노릴 여지가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자 및 전기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피력하며 1921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카렐 차페크가 고안한 로봇의 개념을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체화시키는 것에 성공했고, 사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특유의 믿음을 가진 일본은 특유의 종교적 배경에 힘입어 일찍부터 로봇에 관심을 보여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참고로 범위를 군사용이 아닌, 제조용 로봇으로 한정시키면 일본의 로봇 사랑은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2011년 기준 산업용 로봇 세계 시장 규모는 84억9700만달러이며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50.2%에 달한다. 전자부품장치까지 포함한 시장 규모는 133억6900만달러다. 지난 2월 일본은 자국 경제 성장의 핵심전략으로 ‘로봇혁명’을 추진하기 위해 ‘로봇 신전략 5개년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로봇 개발에 대한 민간투자를 확대해 1000억엔 규모의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5년간 관련 시장 규모를 현재의 4배인 2조4000억엔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실 국방은 의료와 더불어 국내 로봇산업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영역이다. 무인기부터 드론, 로봇 솔저를 아우르는 다양한 가능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로봇 관계자는 “의료와 더불어 국방 분야에 지나친 로봇 경쟁력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할 정도였다. 국내 로봇산업의 대기업이 현대중공업, 현대로템, 한화그룹 등으로 좁혀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다양한 가능성보다 의료와 국방에 집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는 서비스 분야 로봇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과 연결된다. KT가 스마트 유아용 로봇인 키봇 판매를 중단한 배경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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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민간 협력해야 세계 로봇시장 주도"

미니인터뷰: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산업활성화 기반 구축을 통한 회원사의 견실한 성장 도모’라는 목표 아래 산업활성화 기반 구축, 회원사 지원체계 강화, 로보월드 글로벌화·대형화라는 3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회원사 지원 및 교류협력사업으로는 회원사 전담제 및 로봇상담사 제도 운영을 통해 회원사 서비스 강화와 신규 로봇기업의 창업 지원을 실시하고, 이슈별, 지역별 간담회 개최를 정례화(定例化)하여 회원사 애로사항 수렴 및 대정부 정책을 발굴하고자 한다.

▲ 조영훈 이사(오른쪽). 출처=한국로봇산업협회

 

국내 로봇산업의 국제적 위상은?

한국 로봇산업은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되어 집중적인 육성으로 2009년 1조원 시장 돌파에 이어 현재 2조2000억원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1차 지능형로봇기본계획이 발표된 2007년 국제로봇연맹(IFR)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용 로봇 출하대수가 1위인 일본 3만6000대에 비해 한국은 4위 9000대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으나, 2013년 IRF통계에 따르면 출하대수 기준 한국이 4위인 2만1000대로 중국 3만6000만대(1위), 일본 2만6000대(2위), 미국 2만3000만대(3위)와 큰 격차가 없다.

한국 로봇산업의 성장은 정부의 지원과 관심에서 출발한다. 2005년 지능형로봇산업 비전 및 발전전략이 발표된 이래 2008년 세계 최초의 로봇산업육성법인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로봇법 제정, 2009년 제1차 지능형로봇기본계획 발표, 2010년 로봇산업지원조직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출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로봇보급사업인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 등을 기반으로 한국 로봇산업은 현재 성장하고 있다.

물론 전 세계 로봇 선진국에서도 정부의 육성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체계적이고 전략적이지는 못했다고 자평한다.

국내 로봇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한다면?

한국 로봇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96.8%가 중소중견기업이다. 기술력을 가지고 출발한 기업이 다수이다 보니 상용화 방법, 마케팅 기법에 익숙하지 못해 판로개척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 국가별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정부가 시장개척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원정책을 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국내 로봇산업의 비전은?

상품 매장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로봇 직원, 호텔에서 체크인과 짐을 옮기는 로봇 직원, 신문기사를 작성하여 언론사 편집부에 넘기는 로봇 직원, 정교한 수술 현장에 사용되는 수술 로봇, 공장의 같은 공간에서 근로자와 협업하여 작업이 가능한 제조 로봇은 이미 현실이다.

이러한 로봇산업을 통한 장밋빛 미래는 세계시장 선점 및 확대를 위한 로봇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2013년 8월부터 시작된 미국 구글의 휴머노이드 로봇, 4족 보행기술 보유기업 등 로봇회사 인수를 시작으로 일본도 작년 7월 아베신조 정부가 로봇혁명을 선언하고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일본 로봇산업의 아베정부의 로봇산업 규모를 2조4000억엔 규모로 육성하고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에 로봇올림픽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하고, 작년 9월 로봇혁명 실현회의를 개최한 이래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했다. 지난 3월 중국 국무원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는데, 10대 집중 육성 대상에 고정밀 수치제어기와 로봇이 포함되어 있고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하얼빈에 국가급 규모의 로봇산업 발전기지 건립을 결정했다.

다행인 점은 지난 10여년간 한국 로봇산업은 발전을 거듭하며 로봇선진국에 어깨를 견줄 정도로 기술력도 확보하고 세계시장 진입을 통한 성장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BCF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률면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발표했으며, 한국 로봇밀도(노동자 1만명당 제조 로봇수) 세계 1위(2012년 396대, 2013년 437대)로 나타났다. 한국이 로봇을 보급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이제는 세계 로봇시장 선점과 확대를 위한 로봇선진국들과 진검승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간의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제도환경 정비를 비롯하여 대규모 로봇 보급사업, 국책연구기관의 로봇기술 연구 및 기업대상 기술 이전 그리고 로봇기업의 사업화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때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 로봇시장 재편이라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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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로봇의 만남, “가장 중요한 핵심을 잡다”

의료 분야에서 로봇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갈수록 최첨단의 길을 걷는 의료 분야와 초정밀을 추구하는 로봇은 그 자체로 접점을 찾기 쉽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 로봇연구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31일 전남대 산학협력단은 박종오 교수팀이 개발한 캡슐형 내시경 구동제어 시스템 외 8건의 특허기술을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우영메디칼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전남대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혈관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이 첫 아웃풋을 낸 것이다. 능동 캡슐내시경은 다자유도 전자기장으로 자석을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했다. 의사가 외부에서 ‘조이스틱(조종간)’으로 조종하면서 소화기관 내부를 20분 안에 정밀진단할 수 있게 설계됐다. 마이크로 의료 로봇의 성과다.

이러한 쾌거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현재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로봇 생산 9조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여기에 재난 및 헬스케어 로봇 실환경 테스트베드 및 마이크로 의료 로봇 제품화 기반 구축을 노린다는 복안도 있다. 서비스 분야 로봇으로 나서는 의미 있는 시도로 풀이된다.

사실 국내 로봇산업은 제조용에만 지나치게 머물러 있는 분위기다. 세계 로봇산업이 서비스 로봇 산업으로 급속도로 재편되는 것과 비교하면 걱정스러운 지점이다. 다행히 정부는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 로봇 산업의 확충으로 거대한 흐름을 따라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시장 수요기반의 핵심부품 및 요소기술 개발과 창의-감성 디바이스 다품종·소량 생산 스타기업 발굴을 하나의 축으로 세웠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창의디바이스랩’ 개소(開所)로 글로벌 수준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인증랩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실감형 콘텐츠 선도기술을 확보하고 융복합 콘텐츠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향도 포함되어 있다. 초다시점·홀로그램 콘텐츠를 포함해 렌더링 기술개발 및 실감 기반 CG·VR 공동엔진 및 개방형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천명했다. 2021년까지 10개 스타기업 육성 및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민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은 로봇 수술 심포지엄을 열어 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기초 및 로봇 개발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의료진들과 기술진들과의 상호 협력을 통한 의료 로봇의 연구 기획 및 개발을 포함해 국내 산업화를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서울아산병원은 현대중공업과 협력해 수술 로봇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참여하는 ‘다부처공동기획사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간병 로봇’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15일 ‘제7회 다부처공동기획협력특별위원회(다부처특위)’를 열고 ‘2016년도 다부처공동기획사업 사전기획연구 대상사업’을 심의·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사회문제해결과 미래대비기술, 중소·벤처 활성화 등 3개 분야에서 접수된 총 40건(정부부처 22건, 국민 18건)중 13건을 사전기획연구 대상사업으로 확정했으며 사이버 재난 대응 정보 인프라 기술과 첨단 센서 기반 재난예측 조기경보시스템, 암환자 맞춤형 치료제, 간병 지원 로봇 시스템, 마이크로 의료 로봇 기반 무절개 의료 진단치료 시스템, 바이오·메디컬 3D프린팅 융·복합 의료기기 등이 포함됐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간병 지원 로봇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서비스용 로봇 개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의료용 로봇을 포함해 국내 로봇산업을 논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한화그룹의 행보도 중요하다. 한화그룹의 주역 계열사인 (주)한화가 내년 상반기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해 의료용 수술 로봇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화테크엠을 인수 합병한 (주)한화는 초정밀 공작기계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경쟁력을 산업기계 기술의 명가인 한화테크엠과 접목해 막강한 시너지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주)한화를 중심으로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한화테크엠의 막강 라인업이 꾸려진 셈이다. 김연철 한화 기계 부문 대표는 지난해 말 수술 로봇 개발 현황을 확인하는 한편, 실질적인 사업화 방안을 협의하고 위해 미국 워싱턴DC의 미국아동국립의료센터(CNMC)를 방문해 눈길을 끈다. 삼성테크윈의 로봇무인화 기술을 흡수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실 의료용 로봇산업은 서비스 로봇이라는 점과 더불어, 취약한 인프라의 보완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출발해 농업용 로봇과 접점을 가진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분위기가 포착된다.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는 이미 다양한 수술에 활용되고 있으며 관련 경쟁력은 초정밀 수술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수준이다.

현재 국내 의료·헬스케어 로봇 국내 시장 규모는 2013년 생산액 기준 201억원 수준이다. 세계 시장 규모인 1조6500억원에 비하면 1.2% 수준에 불과해 아직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의료용 로봇으로 체화되는 상황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로봇이 각 영역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문화, 관광, 예술을 비롯해 정치, 행정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국내 로봇산업은 제조와 의료, 국방에 다소 치우친 점이 포착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진로봇의 행보가 눈에 들어온다. 로봇과 유아동 사업을 접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유진로봇 완구 사업부인 지나월드는 남아 완구 시장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변신 로봇을 개발하여 지난 3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CJ E&M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1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한 제품으로, 기차와 변신 로봇이라는 남자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을 소재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기반의 변신 로봇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나월드의 ‘로봇트레인’ 제품은 그동안의 완구 제작 전문 기술력을 총동원하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 ‘케이’, ‘알프’, ‘샐리’, ‘덕’이라는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기차 변신 로봇 완구다.

특히 이 제품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디테일을 그대로 살려 변신 로봇 완구에 적용하여, 색감과 형태 등 디자인 면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부드럽고 견고한 구체관절 설계를 적용하여 자유로운 포즈가 가능해 로봇기업의 강점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