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극명하게 대조되는 비즈니스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업종에 따라 천양지차라는 지적이다.

한쪽은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만큼 그 수익의 일부를 한국과 한국인들을 위해 흔쾌히 기부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최대한 본사로 보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글로벌 제약사 사회공헌 현황’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6개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난해 기부 및 사회공헌 활동(CSR)으로 사용한 금액이 약 210억원으로 나타났다. 비중이 매출 대비 0.44%나 된다.

금융감독원의 공시 대상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2013년 조사에서는 19개 회원사가 151억원(매출 비중 0.40%)을 기부 및 사회공헌에 지출했다. 지난해에는 20개 회원사가 164억원(0.42%)을 지출해 전년 대비 기부 금액과 매출액 대비 비중이 갈수록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기업 환경 속에서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나눔 활동에 대한 의지와 기여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칭찬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의약품 공급 및 환자 지원, 장애우와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에 대한 자원봉사, 국민 대상 건강증진 캠페인 및 과학 진흥 지원 등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한국얀센과 베링거 인겔하임, 한국화이자, GSK코리아, 한국MSD,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노바티스 등은 1개 이상의 CSR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며 나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소명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프라다와 루이 비통, 오메가 등 소위 명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2013년 프라다코리아는 모(母)회사에 800억원을 송금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비율)이 무려 128%에 달하는 수치다. 오메가 등 명품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그룹코리아는 205억원(배당성향 78.7%), 페라가모코리아는 64억원(79.3%), 한국로렉스는 40억원(49.6%)을 각각 본사에 송금했다.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이 2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기부금이나 사회공헌에는 지나칠 정도로 인색했다. 재벌닷컴이 매출 상위 14개 해외 브랜드 국내 법인의 5년간(2009년~2013년)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 9조7257억원에 순이익 866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이 그 기간 기부한 금액은 15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여성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루이 비통과 구찌, 프라다 등 10개 명품업체들이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기부한 금액은 합계 10억원에 그쳤다. 심지어 샤넬과 스와치그룹, 시슬리, 불가리 등은 기부 내역이 전혀 없었다.

기업은 수익을 내기 위해 활동하는 이익집단이다. 비싸게 팔아서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도, 본사에 수익을 보내는 것도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 다국적 제약사들은 왜 국내에서 사회공헌과 기부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옥연 KRPIA 회장은 “기업시민으로서의 글로벌 제약사가 지역사회 및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은 중요한 핵심 가치”라며 “혁신적인 신약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양적·질적 사회공헌을 이뤄나가는 것이 곧 성장과 발전의 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사회공헌 관련 세미나를 주최한 서울문화재단의 유인촌 대표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는 독특한 문화가 구축될 필요성이 있다”며 “‘투자’의 개념으로 사회공헌 활동의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도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명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소비 행태가 명품 기업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무시로 이어졌을 수도 있지만 명품 기업다운 기품(?)있는 사회적 책임의식의 부재도 문제이지 않나 싶다. 프라다와 샤넬 등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제품의 가치만큼이나 의식 수준도 높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