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세무사

‘유리지갑’ 직장인들에게 올해 2월은 연말정산 파동이라 할 만큼 시끄러운 한 달이었다. 정부의 세액 산정방식이 달라지면서 세금폭탄을 맞은 직장인이 속출했다. 우리나라 미생들, 월급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는데 한숨만 늘었다.

서울의 모 기업에 다니는 이 대리도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연말정산 서류를 챙겨 회사 회계팀에 제출하고 원천징수 영수증을 받아보는 순간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양가족에 어머니를 빼고 서류를 마감한 것이었다. 이미 마감기한인 3월 10일은 지나버렸다.

하지만 이 대리처럼 당황할 필요는 없다. 연말정산 서류 마감기한의 다음날인 3월 11일부터 연말정산 경정청구(Claim for Rectification) 기간이니 말이다. 연말정산 시 피부양 가족 혹은 의료비, 교육비 등 특별공제나 추가적으로 공제받아야 할 항목들을 누락한 경우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넉넉히 5년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세무서로 찾아가면 헛걸음이다. 본인의 신분증은 기본이고, 다음으로 챙길 것은 누락한 공제항목의 자료다. 부양가족이라면 주민등록등본 혹은 가족관계 증명원 정도 될 수 있겠다. 단 기본공제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당연히 미리 알아보아야 한다.

그 다음 챙길 것은 근로소득지급명세서! 이 서류는 회사 회계팀에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홈텍스 사이트에서 직접 출력할 수도 있다. 단 홈텍스는 2015년도부터 통합홈페이지로 개편돼 공인인증 등 조금 까다로워졌다는 점을 참고하자. 이 서류들을 챙겨서 해당 관할 세무서를 방문하고 경정청구서를 작성하면 추가 환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전 누락항목도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올해 세법 개정으로 경정청구 가능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 납세자에게는 꽤 유리하게 되었다. 즉 올해 3월 10일까지 납부한 근로소득세(연말정산 반영)의 경정청구 가능 기간은 2020년 3월 10일까지다. 이전 분을 말하자면 2011부터 2013년 분 연말정산 분은 경정청구 가능 부분이고 2009년 2010년은 고충청구 부분으로 실질상 2009년 분부터 환급이 가능하다 하겠다.

추가로 경정청구로 환급을 받았다면 지방소득세(소득세의 10%) 역시 환급이 되는데 자동적으로 환급한 내역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되어 소득세 환급 이후 한 달 이내에 환급된다. 그 기간이 지나도 환급이 되지 않았다면 시·군·구청 세무과에 연락하면 된다.

경정청구는 비단 연말정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세법상 이자, 배당, 사업, 근로, 퇴직, 양도, 기타소득 등을 포함한 개인의 전체 소득에도 해당된다. 단 후발적 사유에 따른 경우 외에는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자(적법하게 신고한 자)에 한한다. 즉 무신고자는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 과장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그는 얼마 전 본인 소유의 집을 처분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재산을 취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시가 9억을 초과하기 때문에 1세대 1주택 비과세특례를 적용받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처음 집을 취득할 때 계약서를 분실한 것이었다.

취득가액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에는 상대방의 계약서 혹은 통장거래 내역, 유사매매가액, 구청에서 취등록세 신고 시 과세표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자료들이 유실되고 해당년도에 기준시가로 신고했다고 했을 때(2006년 이전에는 실질가액으로 신고하지 않고 기준시가로 신고·납부하는 경우를 인정) 신고는 개별공시 지가를 기준으로 하는 환산가액이 됐을 것이다.

확인 결과 양도가액은 15억, 환산취득가는 5억이었다. 10억에 대한 세 부담을 진 것이다. 양도세를 납부하고 5년이 지나기 전 어느 날 김 과장은 실질취득계약가 10억이 명시된 ‘진짜’ 계약서를 찾아냈다. 사실 그는 15억-10억(실질취득계약가) =5억에 대한 세금만 납부하면 됐던 것이다.

이 경우도 경정청구로써 정정이 가능하다. 필요서류는 경정청구신고서와 당초 취득 시의 계약서다. 경정청구신고서에는 최초 신고에 대해 금액들을 기입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당초 신고서를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통장거래 내역, 공인중개사 일기장, 매도자가 소유하고 있는 계약서 등도 첨부하면 경정청구의 윤활유로써 더할 나위 없다 하겠다. 이 역시 당초 신고는 적법하게 했어야 하며 당초 신고기한으로부터 5년이 지나기 전이어야 한다.

경정청구는 처음에 신고한 과세표준보다 적게 수정하여 납세액을 줄이는 절차이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즐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기간을 지켜 준비해야 할 서류들을 잘 정리해서 제출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