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에 아직도 살고 있는 할머니, 자식들이 이사를 권유해도 그리운 옛 동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할머니와 달리 옛 동네를 떠난 사람들도 추억이 가득한 동네를 늘 그리워한다. 고향만큼이나 그리운 옛정, 옛 맛을 못 잊는 것이다. 최근 고향의 맛을 찾아 맛집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늘 기자가 소개할 맛집도 우리 동네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곳이다. ‘늘 지역 주민과 함께’라는 모토를 지닌 곳인 만큼 따스한 온정이 품어 나오는 그곳으로 함께 떠나보자.

 

1. 음식 종류

간편한 음식(카레, 부추 된장비빔밥)과 커피, 술 등 각종 음료를 파는 비스트로(Bistro)

 

2. 위치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와 서울경운학교를 지나서 쭉 직진, 왼쪽 골목으로 걷다가 송정빌딩이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찾을 수 있다.

또는 종로에서 낙원상가를 지나쳐 떡집이 있는 우회전 길에서 5분 거리다. 식당 이름이 번지수이니 궁금한 사람은 지도 검색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 화살표 부분이 ‘익선동 121’. 출처=네이버지도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익선동 121

영업시간: 월 ~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식사는 7시 30분까지) 주말 명절 휴무

연락처: 02-765-0121

가격: 수육을 곁들인 표고 부추 된장 비빔밥, 수육을 곁들인 바지락 부추 된장비빔밥, 토마토 치킨 카레, 슈퍼푸드 렌틸콩 카레 (모든 메뉴 단품 6000원, 커피세트 7500원)

커피세트- 커피는 핸드드립 커피와 레몬에이드 2가지 중 하나 선택 가능. 원한다면 생맥주(8000원)도 가능하다. 즉 단품 가격을 빼면 커피와 레몬에이드는 1500원, 생맥주는 2000원인 셈.

하우스 와인 2만 5000원, 유자 청포도 발사믹 허니 막걸리 7000원 등

술안주- 나쵸(8000원), 먹태구이(8000원), 감자튀김 등 1만원대

 

 

3. 상호

‘익선동 121’은 가게 이름이 그냥 주소다. ‘익선동’은 ‘동’의 이름이고 ‘121’은 ‘번지수’다. 덕분에 주소 검색이 용이하다. 이 집은 와이겔리 북스, 도마뱀 출판사 대표 조동욱과 ‘생각 N'의 김리나가 이 동네가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명한 것이다.

▲ 아담한 '익선동 121' 외부.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 사장은 원래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비즈니스로 알고 지낸 김 대표와 뜻을 모아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회사와 식당이 가까워 바쁜 점심 시간대나 틈나면 수시로 식당을 찾아 주문 서비스 상태를 체크한다. 조금 한가한 시간대에는 매니저와 함께 음식을 만든다. 된장 비빔밥 같은 경우 수육과 잔 반찬을 미리 세팅해놓는다. 수육은 정량으로 썰기 위한 칼질 두께를 만들어 놨고, 모든 음식은 미리 만들어 놓은 레시피대로 따르면 된다.

 

4. 경영철학

조 사장은 ‘익선동 121’을 운영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서촌이나 북촌처럼 ‘익선동’이 무분별하게 개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가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동네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익선동 121’은 한동안 음식을 제공하지 않고, 음료(술과 커피)만 판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이웃 주민들과 손님의 반응을 살핀 후 메뉴를 상의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 사장은 “주변 분들은 물론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익선동은 실제로 다양한 문학작품에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익선동은 지역 주민을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촌 같은 경우 연령대가 젊어졌는데, 익선동은 신세대와 구시대가 함께 가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식당 종업원은 되도록 지역 주민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고 한다. 조 사장은 “일손이 부족하면 ‘주민 분들과 함께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소득의 재분배가 잘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요리를 좋아해서 ‘음식다운 음식’ 만들기에 늘 고심하고 있다. ‘익선동 121’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좋은 재료, 친숙한 맛, 깔끔한 스타일’의 슬로건을 걸고 익선동 121’만의 요리에 노력 중이다.

 
 

5. 주 메뉴

익선동의 메뉴는 총 4가지다. 수육을 곁들인 표고 부추 된장 비빔밥, 바지락으로 맛을 낸 시원한 국물의 부추 된장 비빔밥과 수육, 국내산 닭다리 살과 토마토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토마토 치킨 카레, 세계 5대 슈퍼푸드인 렌틸콩을 듬뿍 넣은 채식 카레로 이뤄져 있다. 이 음식들은 ‘익선동 121’의 공동대표가 한 달 동안 머리를 맞대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메뉴다.

▲ 수육을 곁들인 부추 된장 비빔밥.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수육을 곁들인 부추 된장 비빔밥’은 기름기가 쫙 빠져 촉촉한 수육을 파무침에 싸서 먹으면 입안에서 녹는다. 국물이 작은 강된장을 푹 떠서 부추와 밥을 쓱쓱 비빈 다음, 무말랭이장아찌를 얹어 먹으면 속이 절로 든든해진다.

부추 된장 비빔밥은 찌개와 밥을 먹는 것보다 부추와 함께 비벼 먹으면 염분 섭취를 줄일 수 있다. 한 끼 반찬으로 적당한 정도의 깔끔한 수육도 매력적이다.

된장과 부추는 음식 궁합이 잘 맞는다. 건강 음식인 ‘부추’는 채소 중에서도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찬 것을 많이 먹는 여름철에 좋다. 전통 음식인 ‘된장’은 콩을 이용한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이고, 항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부추에 들어 있는 비타민 A도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

▲ 렌틸콩 카레.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토마토 치킨 카레는 이 집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그에 반면 렌틸콩 카레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다. 하지만 약간의 ‘버터’를 넣기 때문에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지 않는 베지테리안은 주문할 시 종업원에게 원하는 사항을 말해야 한다.

카레의 주 원료는 강황으로, 강황 안에 들어있는 커큐민(Curcumin) 성분이 항암과 항산화 작용에 좋아 암 예방 및 면역력 증강 그리고 치매 예방이나 기억력 향상에 좋다. 카레도 몸에 좋지만, 렌틸콩이 빠질 수 없다. 렌틸콩은 요거트와 올리브유, 김치, 낫토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꼽히는, 효능이 아주 대단한 식품이다. 렌틸콩은 탈모에도 효과가 있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부추 된장 비빔밥과 카레는 서로 다른 식성을 가진 손님들이 와도 메뉴 선정에 무리가 없게 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전략이다. 얼핏 보면 메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된장 비빔밥에서도 성질이 다른 ‘표고’와 ‘바지락’ 중 선택이 가능하고, 카레 역시 성질이 다른 ‘치킨’과 ‘렌틸콩’을 선택할 수 있어, 4가지 메뉴가 서로 보완하는 구조다.

 

 

6. 맛의 비결은?

‘익선동 121’은 최대한 몸에 좋은 것들을 찾아 정직하게 내놓고 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다.

조 사장은 음식에 대해 “‘컵’이 아니라 ‘잔’에 담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컵’은 한정적인 느낌인 반면 ‘잔’은 커피와 술을 포함해서 각종 음료를 담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서 그는 “무엇을 담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잔’에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바른 잔에 올바른 것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나?

“인터넷으로 대부분 구매하고, 된장과 수육은 별도로 구입한다. 지인 분들을 통해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한다. 수육은 국내산은 아니지만 냉동은 전혀 쓰지 않는다. 된장 같은 경우도 믿을 수 있는 곳, 한의사 분이 직접 만드는 ‘속편한 된장’을 이용한다.”

 

*식자재 구입의 조건은?

“‘손해가 안 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좋은 식자재를 쓰자’는 마인드다. 신선한 재료를 고른다.”

 

7. 특별한 서비스

이곳은 식사, 와인, 맥주, 막걸리, 커피를 모두 팔고 있어 입맛대로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다 모든 메뉴가 훌륭해서 밥이든 술이든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골목이 아니어서 분위기도 한산하고 좋다.

한옥집을 리모델링해서 천정을 살리고 식당 내부에는 천정을 뚫어 빛이 들어오도록 해서 하늘과 통하는 유리 기둥을 만들어 놓았다.

‘발사믹 허니 막걸리’도 또 하나의 별미다. 조 사장과 친분이 있는 한의사의 추천으로 막걸리에 발사믹을 넣어봤다고 한다. 발사믹의 시큼한 맛과 꿀의 달콤함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이외에도 청포도, 유자 막걸리 등이 있는데 원액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한 술이다.

▲‘익선동 121’ 내부.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8. 고객이 전하는 ‘익선동 121’

“조미료를 넣은 음식을 먹으면 메스껍고 속이 부대끼는데, 이 집은 속이 편해요.” (3번 방문한 동네 주민)

20대 젊은 여성은 동료들과 함께 와서 “한 번 먹어보니 분위기도 괜찮고, 음식이 깨끗해서 또 왔다”며 “4가지 메뉴를 다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바지락 부추 된장 비빔밥이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서 좋다”고 말했다.

‘익선동 121’을 다녀간 한 블로거는 “맛도 좋고 가격대가 저렴해서 맘에 든다”며 “음식을 먹었으니 다음엔 막걸리, 와인, 맥주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착한 가격에 깔끔한 음식을 대접하는 이곳은 동네가 가진 온정 덕분에 더욱 훈훈해진다.

 

▲ 된장 부추 비빔밥.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가격이 저렴한 맛집의 제보를 받습니다(wqkql90@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