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촉발된 세탁기 전쟁을 포함한 모든 법적 분쟁을 종료한다고 31일 발표했다. 양측은 현재 3건의 법적 분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결단으로 소모적인 힘겨루기는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

▲ 출처=각사

현재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점은 ‘세탁기 파손 분쟁’이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현지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난타전이었다. 삼성전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LG전자가 이를 반박하고 나섰고, 이는 결국 맞고소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조성진 사장은 검찰로부터 사장 초유의 출국금지 조치를 받아 올해 초 미국에서 열렸던 CES 2015에도 참석하지 못할 뻔 했으며 심지어 검찰이 LG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조성진 사장은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CCTV를 공개하는 한편, 대형로펌과 함께 본격적인 소송전에 준비했다. 2월에는 양측의 변호인단이 비밀리에 만나 사태해결을 위한 비공식 논의에 돌입했으나 점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시에 감정적인 싸움도 벌어졌으며, 조성진 사장의 아들이 SNS를 통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조롱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재판 관할지 선정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분쟁은 역사가 더 오래됐다.

이직자를 중심으로 2012년 4월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신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직원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TV 기술을 LG디스플레이에 유출시키며 촉발된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사건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직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이 구속되며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삼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며 난타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2012년 9월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으며, 12월에는 입장이 뒤바뀐 고소고발전도 난무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수 차례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스템에어컨 기술 논란도 있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국책 연구과제 공모에 참여하며 제출한 기술이 LG전자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연구과제를 따낸 것이 LG전자였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는 소모적인 분쟁을 멈추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법적 공방을 모두 끝내기로 결단을 내렸다. 양사 관계자는 “양사 최고경영진이 국가경제 발전과 동력을 견인하기 위해 소모적인 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앞으로 양사는 글로벌 무대를 함께 공략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결단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양사가 소모적인 다툼에만 몰두할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사가 입장자료를 통해 ‘앞으로 사업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부분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의 논란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한편, 앞으로도 상생의 협력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편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해 고소 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래는 입장자료 전문이다.

삼성전자(대표이사 권오현)·삼성디스플레이(대표이사 박동건)와 LG전자(대표이사 구본준)·LG디스플레이(대표이사 한상범)가 상호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또 앞으로 사업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해 고소 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