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 회사를 찾기가 힘들다. 그만큼 회사가 제품보다 회사 이미지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고 소비자가 그것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여주기 식으로 이를 행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알아주는 바에 상관없이 이런 활동을 자신의 할 바로 여기고 묵직이 해내는 기업이 있다. 전자는 잘 모르겠으나 후자는 확실히 알아볼 수 있다. 기업의 행보를 보면 오해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게 때문이다.

 

유한킴벌리 '우푸푸 캠페인', 지난해 30주년 5000만 그루 심어

▲ 나무를 심기 전 산의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은선 기자

생활용품기업 유한킴벌리는 30여 년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이하 우푸푸)’ 캠페인의 일환으로 산에 나무를 심어왔다. 1984년부터 계속된 이 캠페인은 신혼부부와 함께 산에 나무 묘목을 심는 활동으로 참가자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로, 유한킴벌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나아가 사회에는 대표적인 기업의 미담(美談)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유한킴벌리가 심은 나무만 5000만 그루. 이미 작은 산 몇 개를 뒤덮었을 정도다.

지난 27일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이 캠페인이 행해지는 31번 째 행사였다. 신혼부부 약 200쌍과 여러 환경단체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리더와 함께하는 신혼부부 나무 심기’가 양평의 국유림에서 행해졌다.

그야말로 산은 민둥산이었다. 유한킴벌리의 대대적인 캠페인에 참여해 직접 현장을 살펴보려고 신혼부부보다 일찍 산에 도착한 기자가 새삼 황폐한 국토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차에 한 환경단체 회원은 “이 산은 나무가 없는 산이 아니라 수종(樹種)을 바꾸려고 나무를 교체 중인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함께 참여한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국내에 아예 나무가 없는 민둥산은 거의 없다. 부랴부랴 급한 대로 나무를 심어뒀기 때문이다. 대신 같은 종의 나무를 한꺼번에 심어놓으니 제대로 된 생태계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산의 나무 종류를 바꿔서 다시 심는 일이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한다. 이날도 기존 산에 있던 나무를 잣나무 묘목 9000그루로 대신하기 위한 자리였다.

9시 50분쯤 되자 산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진다. 신혼부부를 태운 버스 20대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지 손을 잡은, 혹은 팔짱을 낀 신혼부부(예비 신혼부부 포함)들이 나란히 종과 열을 맞추니 총 13조나 되었다. 이들과 더불어 산림청 관계자들과 환경 단체 회원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 이종대 전 유한킴벌리 대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 등의 내빈들이 마지막 조인 ‘잣나무조’로 참여했다.

▲ 사이좋게 나무를 심고 있던 신혼부부들. 출처=유한킴벌리

이날 행사의 의미와 이날 심을 나무와 심는 방법 등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한 후에 각 조는 산 등지마다 흩어져 직접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미 회사 측에서 구덩이를 파 둔 후 묘목을 갖다 뒀기에 심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신부가 곡괭이나 손으로 구덩이의 나무더미를 치우고 묘목을 세우면 신랑이 흙을 채우는 장면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오랜만에 따뜻했던 탓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가면서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듯 보이는 한 커플은 “살면서 나무를 심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언제 또 이런 일을 해보겠냐. 우리도 나무도 새로운 시작이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커플들은 나무를 심는 와중에도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애칭을 부르며 신혼부부의 닭살 애정 행각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매년 신혼부부와 나무심기를 하면 나무를 심으며 뽀뽀를 하는 부부들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잣나무조의 중년 부부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 있으니 기를 전달받는 것 같아 좋다. 우리도 애정이 샘솟는 것 같다”며 서로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랑이 저절로 샘솟는 공간이었다.

▲ 어느새 묘목들이 줄지어 세워진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은선 기자

한 편에는 그 누구보다 노련미를 보이며 빠르게 나무를 심는 잣나무조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몇 십 년 동안 이 행사에 참여한 베테랑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존재가 있었으니 문국현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이 행사에서 만큼은 대선 후보로서의 유명세보다 높은 출석률로 주목받는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알아서 비워놓는다”며 “국회의원 당시 2년 빼고는 단 한 번도 이 행사를 빠진 적 없다”는 문 전 대표는 이 행사에 크나큰 애정을 갖고 있다. 우푸푸 캠페인을 시작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당시 미국에서 넓은 숲을 보며 우리나라의 산도 이렇게 푸르게 만들 수는 없을까 하던 생각이 이 캠페인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이 행사는 일부일 뿐이지, 회사 내에는 신혼부부 나무심기 외에 나무를 심는 활동들이 훨씬 더 많다”며 “후배들이 너무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한 시간 반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 부부 당 평균 10그루 남짓의 나무를 심었다. 몇 그루나 심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많이 심은 부부는 상이라도 받는 듯이 “14그루요!”라며 큰 소리로 자랑하기도 했다. 산을 내려갈 순간에도 마지막 그루까지 정성껏 심으려는 부부들은 쪼그려 앉아 뿌리에 흙이 잘 닿도록 땅을 토닥거리기도 했다.

민둥산으로 보였던 산에 5년생 녹색의 잣나무 묘목들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좁은 간격으로 세워진 이 나무들은 후에 산림청 직원들이 관리할 예정이며 잘 자라는 나무를 빼고는 다시 베어지게 된다. 잘 크고 있는 나무의 영양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아마 10년 뒤 이날 방문했던 신혼부부들이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자녀를 데리고 이곳을 들리게 된다면, 허리도 채 오지 않은 높이의 잣나무들은 이들의 키만큼 자라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 미니 인터뷰 <유한킴벌리에게 ‘나무심기’란?>

▲ 나무 심기에 한창인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은선 기자

유한킴벌리에 나무심기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에게 나무 심기는 미래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입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요, 요즘 기업들이 다 힘들어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업이 힘든 건 모두 사회가 힘들기 때문이죠. 기업은 사회에 따라 생사가 갈리니까요. 그렇다면 사회를 먼저 살려야 기업이 사는 것이 아닐까요? 나무를 심는 건 바로 사회를 살리는 일의 일환입니다. 직접적으로 연관이 돼 있지 않아 보여도 결국엔 영향을 끼치게 되죠.

 

유한킴벌리의 나무심기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자사의 우푸푸 캠페인은 계속해서 변화를 거쳐 왔습니다.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나무심기를 계속 해왔으며 여고생을 위한 그린캠프도 열고 북한 민둥산에 나무를 심기도 했죠. 앞으로 30년 간 유한킴벌리는 숲을 더욱 입체적으로 조망할 계획입니다. 그냥 숲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과 공전할 수 있는 숲을 만드는 거죠. 산림청과 그 모델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모델 숲을 만들려는 시도 중이예요. 또한 미래의 환경 리더를 양성 하고 북한의 숲을 재건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이 있다면?

북한에 나무를 심는 일입니다. 우리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금강산에서 밤나무 심는 운동을 해왔습니다. 북한은 식량과 땔감 부족으로 나무가 없어져 민둥산이 생각보다 많은 상황입니다. 나무가 없으니 비가와도 막을 수 없어 농사도 잘 되지 않죠. 그래서 북한에 나무를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일 여부에 상관없이 우리 강산을 푸르게 하는 일 중 하나죠. 그래서 파주에 3만 평 가량의 양묘장을 만들어 묘목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회가 있어도 재료가 없으면 시행할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