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레진엔터테인먼트

지난 25일 ‘레진코믹스 해프닝’이 일어났다. ‘불법‧유해사이트’라고 접속이 차단된 사건 말이다. 레진코믹스 운영진은 물론 유저들은 당황 일색이었다. 당황은 분노로 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즉각 이 조치를 철회하라고 했다.

방심위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26일 재심의를 열어 차단 조치를 공식 해제했다.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레진)는 이를 환영했다. 이성업 레진 이사는 “방심위의 전문성을 신뢰했기 때문에 예상했던 결과이며 모든 임직원 및 작가들과 함께 이번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레진도 문제로 보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자발적으로 시정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며 만화 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얼핏 아름다운 마무리로 보인다.

뒷맛이 씁쓸하다. 레진 해프닝은 한국 사회가 그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다. 여론과 규제 당국의 인식은 극과 극으로 보였다.

게임 규제 정국의 데자뷰다. 정부가 게임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여론은 즉각 들끓었다. 웹툰이 표적이 된 것도 처음이 아니다. 학교폭력 때문에 학생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언론에서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웹툰으로 규정하려고 했다. ‘폭력 웹툰’이라는 새로운 명명과 함께 말이다.

여기에 레진코믹스 해프닝이 벌어지자 여론은 피로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사안이 뚜렷해지기 이전에 재빨리 강력하게 반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삽시간에 방심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그럴수록 웹툰에 대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인식과 규제 당국 인식의 괴리가 도드라졌다.

콘텐츠는 여전히 규제 위협을 견뎌야 하는 처지라는 것도 드러났다. 무수히 발표된 콘텐츠 산업 육성 정책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한 네티즌의 지적엔 이런 모순된 모습이 담겨있다. “창조경제 모델이라더니, 불법이고 유해하다고?”

레진코믹스는 그간 창조경제 모델로 주목받아왔다. 서비스 2년 만에 100억원 매출을 달성한 레진은 여러 방면에서 정부의 인정도 받았다. 지난 2013년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글로벌 K스타트업’ 행사에서 최우수상과 구글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 다음해엔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레진은 창조경제 모범 사례였다.

‘창조경제 모범 사례’는 하루아침에 ‘불법‧유해 사이트’로 규정됐다. 게임을 ‘창조경제 콘텐츠’인 동시에 ‘중독물질’ 취급하는 이중 태도와도 짝패다. 정부의 일관적이지 못한 모습에 업계는 당황했고, 여론은 반발했다.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게임 이펙트>라는 저서를 통해 이를 ‘콘텐츠 조울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게임을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중심이고 콘텐츠 수출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창의 산업이라고 말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게임이 청소년의 정신을 망치고 일상생활에서 정상 활동을 방해하는 사악한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게임’을 ‘웹툰’으로 바꿔 읽어도 적확한 지적이 된다. 웹툰도 콘텐츠 조울증의 대상인 셈이다. 콘텐츠 조울증은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에 기반한 규제의 근원이다. 치료가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