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대한민국은 B2B 홀릭에 빠져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B2B에 사활을 걸고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왜 B2B일까? 물론 B2B가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금의 B2B 열풍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 지웍스 별도법인의 의미
B2C를 업으로 삼던 네이버가 B2B 시장에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2000년 초 다음이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지고 뛰어들었다 처절한 패배를 맛봤던 그 B2B 시장이다. 네이버는 기업용 협업 서비스 조직 지웍스(gWorks)를 일본에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D-day는 4월 1일. 서버, 링크, 오피스 365 등을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앱스를 내세운 구글은 물론 IBM, 아마존까지 버티고 있는 B2B 시장에서 네이버웍스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네이버웍스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영향력이 통하는 일본에서 B2C 차원에서 운영되던 메일. 메신저 등을 운용한 노하우를 가감없이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큰 손과의 전면전은 피하면서 공공기관 및 중소기업을 상대로 차근차근 외연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소상공인 예약 플랫폼 런칭 전략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네이버웍스의 독립법인 설립을 바탕으로 B2B 시장에서 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장 라인의 경쟁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이 일본이며, 자연스럽게 라인이 B2B 전략의 일부가 될 여지가 생긴다. 결국 B2C 차원의 경쟁력을 B2B로 돌리며 일본진출을 선언한 것은, 강력한 브랜드네임과 더불어 라인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통과되며 클라우드 발전법도 함께 처리되자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B2C 시장 진출이 멀지 않았다"는 말이 나돌기는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업추진의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 정도로 네이버가 전사적으로 B2B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왜일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모바일 시대의 주도권을 빠르게 잡아가며 쇼핑에 중점을 둔 아마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한편, 포털 사업자로서 B2B 시장에 승산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본다.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과 회사의 간격이 촘촘하게 좁아지는 초연결 시대를 맞아 가장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회사로 옮길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해당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인에 가장 친근한 네이버는 기업에서도 친근한 존재로 부각될 수 있다. 여기서 적절하게 클라우드 기술력도 따라오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만약 모든 시너지 효과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면 B2B 시장에서의 라인의 경쟁력이 B2C 시장에 유입될 여지도 생긴다. 당장 카카오톡이 주도하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추이가 변할 수 있다.

최근 기업용 협업 서비스 시장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로 발전하는 분위기도 네이버가 결심을 굳힌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재 SaaS의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51조원까지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2C의 패러다임으로 사실상 소규모 사업장을 발판으로 삼아 B2B 시장을 타진한 네이버웍스가 결단을 내린 셈이다. 최근 국내기업들이 SaaS의 외산 종속화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대목도 네이버웍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전략, B2B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견인하기 위해 갤럭시S6를 공격적으로 런칭한 삼성전자는 이와 별도로 도래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빗 2015'에서 B2B 중심의 사물인터넷 전략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별도의 '삼성비즈니스'라는 브랜드까지 런칭하며,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이식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다.

물론 삼성비즈니스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B2B 사물인터넷 전략이 전체 사물인터넷 전략은 아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소한 B2B를 중심에 두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모바일 부분에서 보안과 B2B의 대명사인 블랙베리와의 협업이 눈에 들어온다. 양사가 '시큐태블릿'과 기업용 보안솔루션 '시큐스마트'를 동시에 공개한 대목이 극적이다.

▲ 출처=삼성전자

여기에 녹스로 대표되는 삼성전자 자체 보안 솔루션이 더해지며 해당 경쟁력을 적절하게 파급시키는 분위기다. 보안 인프라를 태동하는 핀테크 시장에도 활용하는 한편, 모바일 B2B 시장에서 어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하며 B2B 영토를 꾸준히 늘리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모바일 클라우드 프린팅 업체 프린터온과 문서관리 업체 심프레스를 인수한 것도 당면한 B2B 시장을 사로잡아 내부에서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폭발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B2C에서 B2B로 완전히 전환했기 보다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B2B에서 발견하고 여기에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강력하게 부합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먹거리를 사물인터넷에서 모색한다는 의미다.

LG전자, SKT도 B2B 앞으로!
지난 19일 LG전자는 주주총회를 통해 최근 신설된 B2B 부문 솔루션 및 자체 인프라를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비중을 늘리고 외연을 확장시켜 B2B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B2B를 강조하고 나섰다. 아예 각종 ICT 장비들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B2B 기업장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에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SK텔레콤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수출·입업 및 수출·입 중개·대행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하기 위해 정관 일부를 변경했다. 당장은 해외 매출의 증대를 위한 사전포석의 의미가 강하지만, 장기적으로 B2B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때 SK텔레콤과 합병설이 돌았던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도 큰 틀에서는 B2B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판매하며 SK브로드밴드의 성장세를 잠식하는 현상을 해결하고 IPTV와 통신의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양사가 완전 자회사 편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그 이면에는 B2B 분야에서 상당한 실적을 쌓은 SK브로드밴드의 경쟁력을 SK텔레콤에 집중시켜 강력한 동력 드라이브를 모색한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자의 B2B, 각자의 이해득실
B2B도 넓은 시장 스펙트럼을 가진다. 그런 이유로 각각의 회사들이 B2B에 진입하는 방식이나 수단은 모두 다르지만, 현재 이들이 B2B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당장 승산이 있고, 틈새시장도 존재하며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각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에서 거대 ICT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B2B에 승부를 거는 면이 흥미롭다. 이들의 승부수가 어떤 결말을 낳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