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IQ210의 천재소년 김웅용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다 귀국해서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여의도 고수부지를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무료할 즈음, 문득 옆을 보니 한 어린이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김웅용이 이 소년에게 물었다. “너는 IQ가 몇이나 되니?” “230이요.”

‘아이쿠, 이 친구한테는 신학이나 철학을 한 수 배워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조금 더 걷다가 귀엽고 예쁘게 생긴 소녀를 만났다.

이 소녀에게도 IQ를 물었더니 “154요”라고 한다.

‘음, 그렇다면 이 소녀하고는 수학이나 과학을 얘기하면 어울리겠군.’ 한참을 얘기하다가 엄마가 부른다며 소녀는 가버렸다.

피곤해 질 때쯤 갑자기 원숭이가 청개구리를 머리에 이고 뛰어와서 재롱을 부린다.

‘음, 이 원숭이는 90 정도 될테니 주식을 얘기하기 딱 좋겠고, 청개구리는 영혼이 없을테니 정치 얘기를 하면 무료하지 않겠지?”

해 질 무렵이 되어 집에 들어가려던 찰나에 한 청년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IQ를 물어볼 겨를이 없어서 결론부터 물었다. “당신은 직업이 무엇입니까?” 했더니 힐끔 쳐다보면서 “창업가”라며 짧게 내뱉고는 휙 지나쳐 갔다. 김웅용은 그 자리에서 청년을 향해 “형님”하며 납작 엎드렸다.

 

물론 여기까지는 필자가 구성해 본 픽션인데 이름 사용에 흔쾌히 응해 주신 김웅용 신한대학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여기에 등장하는 IQ 230의 어린이는 테렌스 타오(Terence Tao)로 신학자가 아닌 수학자이고, IQ 180의 소녀는 샤론 스톤(Sharon Stone)인데 수학자도 과학자도 아닌 할리우드 영화 <원초적 본능>(1992)으로 빛나는 미녀 배우다. IQ에 따라 직업이나 업종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마지막에 등장한 김웅용을 엎드려 절하게 만든 청년은 창업가의 전설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다. 그런데 천재소년 김용웅이 스티브 잡스에게는 왜 무릎을 끓었을까? 창업은 IQ나 논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차원의 셈법이라서 감히 넘 볼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IQ나 논문으로 알 수 없는 비밀이 빅데이터에 숨어있다. 소비자의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바뀌고, 장소나 철에 따라서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산출물이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단순히 감으로 접근하려는 창업자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편의점을 분석하던 중 고한이라는 낯선 지역에 11개의 점포가 있는데 평균 매출액이 1억 4700만원이나 됐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지명이라 자세히 보니 강원도 정선 카지노가 있는 동네였다. 현장을 둘러보니 돈 잃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카지노 난민들이 편의점의 가공식품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출처=나이스평가정보(www.nicebizmap)

한 상권에 오직 한 업종만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점포가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경북 포항 강구의 ‘대게전문점’이다.

대게전문점을 분석하다가 이상하리만치 신용카드 매출이 적게 나타나 현지 실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현금 비율이 70~80%에 걸려있었다. 박달대게 한 마리만 해도 15만원이 넘는 큰 돈인데 왜 현금으로 결제할까?

결론은 동행자가 가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 소재 대학의 한 교수가 이 곳에서 신용카드를 썼다가 부인의 탐문조사(?)에 걸려 이혼한 사례도 있었다고 어느 점주가 귀뜸해 줬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 상권을 묵사발로 만들어 놓은 신사동 ‘가로수 길’을 분석하던 중 색다른 결과에 놀랐다. 주로 25~35세 여성이 즐겨찾는 곳이라 해당 나이 구간의 카드 매출 실적이 현격하게 높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40~45세 구간의 남성 비율이 43%나 됐다.

남자의 신용카드는 배우자 또는 대척점에 있는 자녀가 쓴다는 가정을 해봤다. 이 경우, 배우자도 30대 후반~40대 초반이어야 하고, 자녀는 10대 고등학생 정도일테니 이마저도 해석이 안 된다. 결론은?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돈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에서 미용실은 청담동과 이대 앞이 양대 상권을 이룬다. 두 곳의 회당 평균 결제액은 ‘9만원 대 3만5천원’이다. 청담동은 50~55세의 여성 비중이 가장 높고, 이대 앞은 20~25세가 많다. 분석 결과, 청담동은 유한마담들의 소위 예술파마가 많았고, 이대 앞은 외부학생들의 커트가 많았다. 중년여성들이 예술 파마로 40여만원씩 쓴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병·의원을 분석해 보면 그 순간 상당히 우울해진다. 이비인후과의 평균 회당 결제액은 7800원인데 반해 치과는 16만원, 성형외과는 44만원이다. 이비인후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니 30%만 부담하면 되지만, 후자의 두 과목은 비보험이어서 온전히 내야 하는 금액이다.

그럼 누가 이렇게 큰 돈을 갖다 바쳤을까? 월별 매출액을 분석해 보면 해답이 바로 나온다. 치과는 7~8월 여름방학 때, 피부과 성형외과는 겨울방학 때에 최고 매출을 찍은 것으로 봐서 대부분 학생들이고 치료보다는 성형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방으로 알게 된다.

반면에 이런 돈 벌어 처자식 기분 맞춰줘야 하는 50대 이후 남성은 속 쓰리고 눈 안보이고, 걷기 불편해지면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내과, 안과, 정형외과에서 비중이 가장 높다.

이렇듯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상식으로 해석이 안 되는 팩트(fact)가 숨어있다. 창업을 머리로만 승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