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게임사업은 괴이하다 못해 ‘이해불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의 규제정책과 진흥정책이 정신없이 오가는가 하면 경쟁력이 파탄났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니 기적적으로 ‘부활’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내밀하게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답은 중구난방에 있다. 정부라고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이 다르고, 그 수혜와 타격을 입는 게임사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그쪽은 왜 그럴까요...”라며 한숨을 내쉬던 담당자의 한탄이 지금도 귀에 선하다.

▲ 출처=K-IDA

규제는 조심스럽게 풀리고 있다

현재 게임업계는 소박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정부가 게임을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하거나 셧 다운제로 대표되는 제재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으나 조금씩 부흥정책과 규제완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문체부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도입하는 한편, 게임 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2019년까지 최소 2300억원을 업계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에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직접 콘텐츠미디어랩에서 열린 중소게임 개발사 간담회를 열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국내게임사들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천명했으며 5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5년 '차세대 게임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의 설명회를 열어 매년 추진되는 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덕분에 국내 게임업계는 안도감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걱정하는 게임중독 및 기타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함께 하지만 지나친 규제를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규제 일변도에서 조금씩 사업진흥으로’ 방향이 선회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다시 어둠이(1)-복지부의 게임중독 광고

지난 1월 다소 충격적인 광고가 등장해 게임업계는 물론,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복지부가 제작한 ‘게임중독의 심각성’이라는 공익광고는 사실상 게임을 ‘사회의 악’으로 규정하는 한편, 4가지 문항을 통해 게임중독 여부를 알아본다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광고 끝에는 ‘게임중독,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파괴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화룡정점을 찍었다.

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널리 알려져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게임을 하면 자연스럽게 게임중독이 되고, 이러한 중독은 당신을 파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광고를 보면 게임에 빠진 사람이 다른사람을 게임 캐릭터로 오인해 폭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신 이상자가 게임을 할 수 있어도 게임을 하다가 정신 이상자가 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해외언론도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며 ‘끔찍한’ ‘멍청한’이라는 표현을 쓰며 조롱하기도 했다.

▲ 출처=유튜브 캡쳐

사실 게임과 중독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6월 미국의 게임산업협회인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반대하기 위함이다.

일명 신의진 법이라 불리는 해당 법률안은 게임을 ‘중독’과 동일시한다. ESA는 이러한 인식에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게임이 중독성을 유발한다는 정확한 사례가 없고, 인터넷 자체가 정신병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보고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유럽 게임 개발자 협회인 EGDA(European Game Developers Association)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에 서신을 보내 한국의 게임산업 규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은 게임사업의 핵심이자 이익집단이며, 이들의 주장을 100%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게임산업 규제에 있어 자율적, 선별적 규제로 선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

현재 해당 광고에 대해 문체부가 복지부에 광고 중단을 요청했고, 복지부는 논란을 의식한 듯 광고 송출 계약이 끝나는 2일까지만 해당 광고를 내보낸 상태다. 하지만 이후 유튜브에 남은 광고는 끝까지 삭제하지 않고 버티다 비판이 심해지자 최근에야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어둠이(2)-게임으로 부활한 새마을 운동

새마을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이다. 대부분 고도발전시대 국민의 피와 땀, 그리고 열정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새마을 운동을 국가주도로 추진된 경직된 경제 모델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에 난데없이 새마을 운동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8일 2015년 기능성 게임 제작지원 사업 공고를 내며 교육-공공-문화 등 3개 부문에서 기능성 게임 제작 지원사업을 확정했다. 여기에서 교육 부문 수출용에 새마을 운동 게임이 포함된다. 눈을 의심했지만, 진짜 ‘새마을 운동 게임’으로 명기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이념적으로 극단의 시선이 갈리는 새마을 운동을 게임으로 만들어 수출하자는 것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본 사업의 취지는 저개발 국가에 게임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당장 새마을 운동과 같은 고사양 게임을 현지에서 운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체부와 한콘연은 “저개발 국가에 알맞은 아이템이라 생각했고, 최근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새마을 운동을 칭찬했기 때문에 널리 소개할 만 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현 정부와 지나친 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 지원공고. 출처=스크린샷

이러한 의혹은 새마을 운동 자체로만 보면 더욱 굳어진다. 지난해 안전행전부는 새마을 운동 공적개발지원사업을 지구촌 새마을 운동으로 종합추진하기로 결정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린 바 있다. 이에 관련 사업 예산이 무려 1077% 늘어난 56억5300만원으로 증가해 싸늘한 시선을 받은 바 있다. 결국 문체부와 한콘연이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이념적 논란이 있는 아이템을 무리하게 ‘수출용 게임 아이템’으로 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화 내기도 힘들다” “새마을 운동 게임은 음 ... 초반에는 매우 건전하게 심시티 비스무레하게 가는거죠. 그러나 중반 어느시점부터, 부의 재분배가 안되면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 사회가 혼란해지고 ... 등등등 ... 아주 자연스러우며 교훈적인 게임 아니겠어요?”라고 비웃기도 했다.

 

다시 어둠이(3)-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게임업계에 따르면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이용자가 획득할 아이템의 종류와 비율, 확률 등을 공시하도록 만드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게임 이용자의 과소비를 막고 사행성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알고리즘이 사실상 ‘뽑기’ 시스템과 비슷해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방안을 발표하며 순차적으로 사행성 논란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국회에서 강제적 법안을 준비하자 상당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만약 정우택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탄력을 받을 경우, 국내 게임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차근차근 사행성 논란을 걷어내며 발전방향을 잡아가려 노력하던 중 갑작스럽게 강제적인 조치가 취해지면, 결국 확률형 아이템 알고리즘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외국기업의 반사이익만 점쳐지기 때문이다.

 

진흥과 규제 남발에, 윗 분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정부

세계 게임산업 규모는 연간 13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의 성적표는 초라하면서도 대단하다. 지나친 규제속에서도 평균 6%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미국, 일본,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기업의 온라인 게임 점유율은 2007년 34.5%에서 2012년 28.6%까지 추락했다. 정리하자면, 게임사업은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이며, 국내 수요도 상당한 편이지만 막상 이를 발전시킬 게임업체의 경쟁력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게임사업의 쇠퇴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또 게임과 중독의 연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하지만 분명 사행성 및 기타 논쟁적 지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보아 최소한 대한민국 정부는 게임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논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