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LG경제연구원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플러그인 전기차의 취약점인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환경차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고 친환경차 내 주도권 경쟁을 통해 기술개발과 가격하락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12월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未來)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출시 한 달 만에 1500대가 계약됐고 토요타는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토요타는 올해 700대만 한정 생산하기로 했지만 주문이 쇄도하자 2016년 2000대, 2017년에는 3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제시했다.

현대의 투싼ix35가 2013년 양산 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토요타 미라이의 발매는 수소연료전지차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예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울러 사람들의 관심은 수소연료전지차와 기존 플러그인 전기차와 싸워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대결에 쏠린다.

“지금 자동차의 역사가 바뀌려 한다”고 말한 아키라 토요타 사장의 연설과 “연료전지 자동차

는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한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장이 대표적인 양진영의 주자로 꼽을 수 있다.

 

▲ 테슬라 모델S

수소연료전지차가 플러그인 전기차의 경쟁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전기차는 전기를 주 동력원으로 모터를 통해 굴러가는 자동차다.

2차전지(Battery)에 전기를 충전시켜 구동하는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플러그인 전기차로 분류된다.

순수전기차로는 닛산 리프(Leaf), 테슬라 모델S 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는 GM의 볼트(Volt) 등이 대표적인 전기차다.

투싼ix35와 미라이처럼 수소를 연료로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활용하는 연료전지차는 또 다른 유형의 전기차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물이 배출물의 전부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주행 중에 온실가스를 전혀 내놓지 않아 순수전기차와 함께 ZEV(Zero Emission Vehicle)로 분류되며, ‘궁극의 자동차’로 불리기도 한다.

전기차 시장은 2011년 이후 닛산 리프와 미쯔비시 아이미브(iMiev) 등 순수 전기차와 PHEV인 GM 볼트의 본격적인 출시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2012년부터는 테슬라의 모델S가 가세하며 모델간, 기업간 각축이 치열해 지고 있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해마다 새로운 모델들이 추가되고 있고, 세단과 SUV에 이어 버스와 트럭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플러그인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연료전지차 모델이 추가됨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기차 입장에서는 ‘시티 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견줄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춘 셈이다. 수소연료전지차와 플러그인 전기차의 공생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승용차 시장이 2014년에 전년대비 4% 가량 성장했지만, 전기차는 이보다 5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기차의 높은 성장세는 주요 국가의 환경규제 및 전기차 보급지원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대 시장인 미국만 해도 작년에는 전년대비 21% 늘어난 11만 8000대가 팔렸다. 이런 상황은 유럽과 중국, 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지난해 총 6만 5000여대의 전기차가 등록됐으며 이는 전년대비 60%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 현대자동차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2014년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전년대비 215% 증가한 6만대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다. 게다가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 각각 18만대와 25만대 판매를 전망할 정도다. 이대로라면 당장 올해부터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이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보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2014년 승용차 기준으로는 약 6500만대, 상용차를 합하면 총 8800만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비교하면 작년 30만대를 갓 돌파한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의 0.5%도 채 안된다.

그렇지만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 지역별 에너지 안보 및 산업 육성 등의 차원에서 볼 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는 적어도 향후 10년 정도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시장과는 별개의 성장 양상과 게임 룰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기존 플러그인 전기차는 외형적 성장과 함께 최근에는 모델과 파워 경쟁이 겹쳐지면서 질적으

로도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높은 가격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 기아자동차 전기차 쏘울EV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동급 내연기관의 중저가 모델에 대한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 세단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층이 전기차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형태다.

테슬라는 아예 럭셔리 세단에 포지셔닝해 자사의 전기차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럭셔리 세단 카테고리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2만5276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차종이 테슬라의 모델S(1만8480대)였다.

지난 1월 테슬라는 아우디 A4나 BMW 3시리즈에 필적하는 모델3를 3만 5000달러에 2017년 출시한다고 밝혔다. GM은 지난 2월 200마일(약 32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만달러 대의 순수전기차 모델(2017형 Chevy Bolt)을 2016년 11월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의 게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영역이 3만달러 내외의 대중적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플러그인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크게 제한된다. 물론 모터의 성능, 차체의 무게, 운전 효율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장착한 2차전지의 성능과 용량에 따라 좌우된다.

 

▲ 닛산 전기차 리프

닛산 리프의 경우 최대 230km 가량 주행할 수 있다. 교통상황이나 에어컨을 켜거나 할 경우

를 고려하면 보통 100~160km 수준으로 봐야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일회 충전 후 전기 모터로만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100km 미만이다.

김경연 연구위원은 “장거리 주행을 위해 대용량의 2차전지를 장착하게 되면 그만큼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며 “무엇보다 2차전지의 획기적 기술 발전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플러그인 전기차의 주행거리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인프라 확충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도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급속 충전을 한다 해도 15~30분은 기다려야 한다. 일반 충전기의 경우 6~8시간 이상 충전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2차전지 교체 모델을 들고 나와 주목받던 Better Place는 부도가 났다. 하지만 테슬라가 새롭게 이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테슬라는 지난 2013년 자신들의 수퍼차 저스테이션에서 90초 만에 모델S의 2차전지를 교체하는 이벤트를 벌인바 있다. 다만 교체에 용이한 2차전지 시스템과 차종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 대중적 확산의 걸림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BMW i8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플러그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한 수소량으로 주행거리를 일반 내연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의 투산ix35는 1회 수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400~600Km이고 토요타의 미라이는 500~700km를 달린다. 닛산 리프보다 3배가량 긴 거리를 달리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차량 가격과 기술 발전 속도, 먼저 형성된 플러그인의 시장 저변과 충전 인프라 측면 등을 고려할 때 플러그인의 단점을 보완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경연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가격 문제가 플러그인의 경우 2차전지에 달렸다면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에 집중돼 있다”며 “연료전지 시스템의 가격은 토요타, 혼다, GM 등 주요 기업들의 개발 및 상업화 경쟁을 고려할 때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청에 따르면 10년 전만해도 연 50만대 생산 기준으로 연료전지 시스템의 원가가 kw당 130달러를 넘었지만, 지속적인 기술 발전으로 2014년 현재는 5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0년에는 kw당 40달러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내연기관 수준인 30달러를 추구하고 있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플러그인 전기차의 2차전지 가격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과의 전면전도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기차 가격이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같거나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도이치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2차전지 시스템 원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kwh당 1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휘발유차의 경우 2025년이면 승용차의 평균연비 규제(54.5 MPG)를 맞추기 위해 대당 2000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엔진,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의 원가가 7000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47kwh의 2차전지를 장착한 플러그인 전기차의 경우 파워트레인 원가가 약 6000달러로 추산됨에 따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충전 인프라도 설치비용이 인프라 확산과 함께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상으로 한 NREL의 분석에 따르면, 하루 1kg의 수소를 처리하는 기준으로 충전소 설치비용이 2011년 1만 7000달러를 넘었지만 2015년에는 1만달러, 2020년에는 4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 쌍용자동차가 제네바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친환경 컨셉트카 티볼리EVR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연료전지차와 플러그인 전기차 간에도 주도권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와 플러그인 전기차가 상호보완적인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내연기관 진영과의 경쟁 구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상적인 단거리 이동은 순수전기차와 같은 플러그인 유형이 주로 담당하고 도시간 혹은 교외의 장거리 이동 영역은 수소연료전지차가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순수전기차는 소형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장거리를 소화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중형 혹은 대형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기차의 확산은 관련 부품 및 모듈과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산업 가치사슬의 변화를 수반한다. 때문에 자동차 완성차 업체는 물론, 2차전지를 비롯한 모터, 연료전지 등의 파워트레인 관련 부품‧모듈 업체들이 기술 개발과 협력을 서두르고 있다.

전기차의 확산은 충전 인프라와 직결되므로 이를 관리하는 전력 유틸리티나 에너지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 또한 활발하다.

일본과 미국, 독일 등은 자국 내 전기 및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과 전기차 확산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국내에서도 울산과 광주, 충남 등 지자체별로 수소 인프라 혹은 기술 거점 경쟁이 시작됐다. 전기 충전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육성과 미래 대응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관련 기업들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확보와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CT는 물론 첨단 기술이 집약된 분야 중 하나가 전기차다.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세계가 주목하고 육성 중인 이 분야를 우리는 어떻게 접근하고 키워나갈지 전사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선점한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이 향후 얼마나 커질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 할 수 있을지 귀추자 주목된다.

 

▲ 출처=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