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이 앞 다퉈 조언하는 올 경제정체 타개 방안 중 하나가 내수경기 진작이다. 내수경기 회복이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소비위축이 계속될 경우 한국 경제가 낮은 경제성장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수 침체에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데다 인구 고령화 문제까지 겹쳐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브라이언 애잇큰 IMF 아태국 과장은 “내수침체는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낮은 경제 성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 6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발표보다 0.3%포인트 낮은 3.7%로 내다봤다.

지난 19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올 상반기 내수회복 정도가 경기회복의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한바 있다.

이외에도 많은 기관들이 내수 경기회복을 경제 활성화를 위한 1순위 선행 지수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내수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유통업계가 제각각 신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아웃렛과 대형마트 출점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되거나 발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홍익표 을지로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7일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아웃렛 및 복합쇼핑몰(대규모점포) 진출을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영업시작 전 제출하면 되는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기한을 영업시작 90일 전으로 앞당기고 등록 시 공청회 개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등록과 관련해 인접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제출토록 했다.

한마디로 오픈 과정을 번잡하고 복잡하게 만들어 업체들의 신규 점포 개설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경우 백화점 매출 하락을 아울렛으로 만회하려던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국내 유통 빅3의 타격이 막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들이 입점하려던 지자체 역시 늘어날 세수는 물론, 지역경기 활성화의 물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요인이 없어지니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심재권 의원은 지난 13일 전통상업보존 구역에 330㎡ 이상 3000㎡ 미만의 점포를 개설할 경우 시장과 군수, 구청장에게 등록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종걸 의원이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전통시장 및 전통상점가 경계로부터 현행 1㎞에서 2㎞ 이내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언주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인 점포에 대해 전년도 영업이익의 일부를 지역상권 ‘상생부담금’으로 부과 및 징수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신세계사이먼

이 법안들을 발의한 명분은 중소상인과 지역 상권을 대기업들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아울렛과 대형마트의 신설을 막는 것이 중소상인과 지역 상권을 보호하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형마트의 영업규제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안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등 지역소상공인 보호의 정책적 효과는 적은 반면, 장바구니 소비는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대상 소비자의 과반 수 이상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폐지 또는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전통시장 방문 증가 횟수는 연간 평균 1회도 미치지 못하는 0.92회에 불과했다.

지난 1월에는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같은 건물 안에 있는 전통시장과 준대규모 점포의 휴무일이 달라 상인과 주민 모두 불편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음에 따라 소비자들의 발길도 줄자 전통시장 상인들이 나서서 의무휴업일이 오히려 전통시장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와 아울렛을 규제하는 것이 진정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것인지 중소사인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9월 대한상공회의소가 234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4년 4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에도 내수침체에 따른 체감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상으로는 한국경제가 미약하게 회복되고 있다지만 기업들이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인 것이다.

이 같은 원인으로는 소비부진과 환율불안, 노사불안 우려, 대중 수출부진 등을 꼽았다.

조성훈 연세대학교 교수(대한상의 경제분과 자문위원)는 “세월호 사건 이후 내수회복세가 강하게 뒷받침되지 않아 기업들이 체감할 정도로 국내경제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다.

당시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부가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내수확대와 수출증진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의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일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내수회복을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사안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대형 마트와 아울렛을 신설하는 것이 내수를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릴지, 대기업의 투자를 막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지 법안발의에 앞서 더 고민해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