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자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메이주를 '간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의 모바일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함이라는 분석과 더불어 전형적인 분산전략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바일 플랫폼 '윤OS' 보급 확대를 노린다는 설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궁극적으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자신들의 강점인 전자상거래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본다.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를 연상하면 빠르다.

▲ 출처=알리바바

알리바바는 9일(현지시각)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메이주에 5억9000만달러, 한화로 약 6423억 원을 투자해 소수지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금액은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집행한 최대 규모 투자이고, 메이주에도 최대 규모 투자 유치다.

메이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스마트폰 출하량 110만대를 기록해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한 기업이다. 왜 알리바바가 영세업체로 분류되는 메이주를 간택했을까?

일단 메이주 자체의 경쟁력이다. 당초 MP3 플레이어 제조사로 명성을 떨치던 메이주는 이후 스마트폰 MX4를 출시하며 아이폰 카피캣을 스스럼없이 지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메이주의 창업자 황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해) 12월 한 달간 100만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업계에서는 메이주가 올해 판매목표인 2000만대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샤오미 및 화웨이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불과 2년 전만해도 월평균 판매량이 10만대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순수하게 접근하자면, 알리바바는 메이주의 성장세에 주목해 투자를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일차원적인 분석이며, 이 대목에서 내밀한 속사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 바로 모바일 인프라를 강화시키기 위한 알리바바의 전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전자상거래 업체지만 유독 모바일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메신저 분야에서는 텐센트에 가로막혀 고배를 마셔야 했으며, 모바일 게임도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논란을 겪고 있는 텐센트 위챗의 사이버 세뱃돈 및 음원 공유 차단 사태도 알리페이가 넘어설 수 없는 모바일 인프라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메이주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한 윤OS를 시장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알리바바는 메이주 단말기에 자사의 운영체제 윤OS를 탑재시켜 시장의 반응을 타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이젠OS에 사활을 걸고 이를 사물인터넷 시대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벌이는 만큼, 알리바바도 모바일 생태계 확장을 위해 윤OS를 메이주를 통해 유통시킨다는 뜻이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적절하에 운용하고, 이를 콘트롤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축된다. 알리바바의 윤OS 생태계가 구축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타이밍도 좋다. 알리바바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무명인 메이주는 '다루기 쉬운' 상대며, 메이주도 대규모 자금을 유치받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샤오미를 위시한 중국 스마트폰 강자들이 프리미엄을 넘어 사물인터넷 전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도 메이주에게는 위기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시기였다.

심지어 메이주는 무명이면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사업에 나선 알리바바가 구글의 사업 방식을 따라 메이주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후 운영체제 및 핵심 기술을 취하고 레노버에 재매각한 구글의 사례를 답습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제조기술을 가진 메이주는 그 자체로 알리바바의 하드웨어 동맹군으로 남을 수 있다. 윤OS는 알리바바가, 단말기 제조는 메이주가 맡는 방식이다. 마치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단말기 제조는 삼성전자가 맡는 방식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모바일 인프라 패권과 더불어, 자신들의 강점인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해 메이주를 인수했다고 본다. 아마존이 스마트폰인 킨들파이어를 제조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현재 킨들파이어는 시장의 외면을 받은 실패작으로 여겨지지만,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킨들파이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바로 자사의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킨들파이어라는 디바이스에 삽입해 그 자체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뜻이다. 아마존이 보유한 강력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그대로 스마트폰에 이식되면 자연스럽게 양 기술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현재 아마존은 스마트홈 진출에 열을 올리며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말기 사업부인 ‘랩126’의 인력을 2019년까지 기존 3000 명에서 최소 3757명으로 대폭 충원한다는 기조를 잡아가고 있다. 망작인 킨들파이어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마존은 킨들파이어 등을 출시하며 단말기 판매보다 자신들의 콘텐츠 소비에 방점을 찍어왔다. 게임 영상을 중계하는 사이트인 트위치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마존은 하드웨어의 틀 안에서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기존에 존재하던 자신의 하드웨어 단말기에 ‘간편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홈 진출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아마존은 쇼핑 도우미인 ‘아마존 대시’를 발전시켜 와이파이 기반의 스마트홈 기기를 최우선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쇼핑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킨들파이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아직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아마존이 꾸준히 킨들파이어에 집중하는 이유다. 킨들파이어가 아마존의 스마트홈과 맞물려 본연의 경쟁력인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완성하면, 이용자는 거실에 앉아 아마존 대시와 킨들파이어를 통해 아마존의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아니, 그렇게 길들여진다.

이는 애플페이와 아이워치로 결제시장과 다양한 모바일 헬스케어 및 부가시장의 장악을 노리는 애플의 전략과도 비슷하다.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장악한다는 기조이기 때문이다. 이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는 단순히 휴대폰과 시계가 아닌, 신천지를 개척하는 무기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디바이스는 다양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알리바바의 메이주 협력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메이주에 이식하는데 성공하면 모바일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전자상거래의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웹의 저주에서 벗어나 모바일 안착을 이룬 페이스북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인다. 알리바바와 메이주의 콜라보는 정교한 전략의 일부에서 해석될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