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폭발적인 기대를 받았다. 누군가는 “인터넷 이후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그랬다. “인류가 마침내 두 다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얻었다”고도 했다. “도시의 출·퇴근 광경을 바꿀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말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그것은 혁명적인 제품이다. 도시의 설계방식을 바꿀 것이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스티브 잡스는 그것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2001년 그렇게 ‘세그웨이(Segway)’가 탄생했다. 세그웨이는 바퀴가 2개 달린 T자 모양의 1인용 운송수단이다. ‘환생한 에디슨’이라 불리던 발명가 딘 카멘이 개발했다. 그는 1970년대 인슐린 펌프를 최초로 발명했으며 지금까지 150여종의 발명 특허를 출원한 인물이다.

카멘은 한 인터뷰에서 “세그웨이가 자동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자신감에 세상이 매료된 걸까.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은 세그웨이가 과거 세상에 나온 발명품들이 첫 해에 거둔 성과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언론은 카멘이 “5년 내에 빌 게이츠를 뛰어넘는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부는 세그웨이에 대한 책을 내는 대가로 카멘에게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를 지불하기도 했다. 출시되자마자 미국 연방우체국과 택배회사 페덱스 등이 세그웨이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며 경찰과 시청 등에서 순찰과 감시 등의 용도로 현장에 도입했다.

세그웨이는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고, 경제적이고, 유용해보였다. 무엇보다도 운전이 쉽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카멘은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도 1분 이내에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판에 부착된 센서가 탑승자의 무게 중심을 1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해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조작도 간편하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전진하고, 뒤로 기울이면 후진한다. 멈추고 싶으면 가만히 서 있으면 된다.

친환경적이라는 것도 마케팅 포인트다. 세그웨이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내연기관이 없다. 매연이나 기타 환경오염 요소가 없는 것이다. 5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충전하면 25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환경오염 해결”이라는 카피라이트가 가능했던 이유다.

최고속도는 20km/h로 빠르진 않았지만 다양한 지형을 달릴 수 있었다. 언덕은 물론 비포장도로나 잔디밭 등에서 운행이 가능했다. 이 모든 것을 누리기 위한 하루 유지비는 고작 100원쯤이었다. 밀레니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따른 집단 흥분이었을까. 그 당시 세그웨이는 완벽해보였다.

 

세그웨이 버블 쇼크

세그웨이는 소음도 없고 배기가스도 없었다. 그리고 인기도 없었다. “인류의 두 다리를 대체할 이동수단”이라던 세그웨이의 판매량은 참담했다. 출시 후 18개월 동안 고작 6000여대가 팔렸을 뿐이다. 시간은 흘러 200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그웨이를 ‘지난 10년간 기술적으로 실패한 10대 혁신 제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세그웨이 혁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제 세그웨이는 도심 공원에서나 간혹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남산이나 제2롯데월드 등에 가면 체험해볼 수 있다. 중고장터에 가끔 등록되기도 한다. 2015년 현재 도로는 세그웨이가 아닌 자동차가 점령하고 있다. 이동수단 혁명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환상도 시간과 함께 떠내려갔다. 세그웨이는 싸지도, 유용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았다. 우선 20km/h 남짓한 속도는 몹시 애매했다. 자동차를 대체하기에는 충분히 빠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20km/h라는 속도는 인도에서는 너무 빠르고 차도에서는 너무 느렸다. 더구나 10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은 소비자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했다. ‘차라리 자동차를 사는 게 낫겠어.’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였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그웨이는 전량 리콜에 들어갔다.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는 광고와 달리 배터리가 약해지면 쉽게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세그웨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들이 이어졌다. 심지어 2010년에는 미국 세그웨이사를 인수한 영국의 사업가 지미 헤셀든이 세그웨이를 타다 사고로 사망했다. 카멘은 “안전도 테스트를 통해 걷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자신했지만 현실은 실험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제2의 세그웨이에 주의하라

오늘도 기업들은 신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웨어러블, 안드로이드 로봇, 드론(무인기) 등의 키워드를 뒤쫓는 모양새다. 어떤 분야는 세그웨이처럼 ‘거품’으로 판명날 것이고, 어떤 분야는 ‘혁명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다.

그런데 초기 세그웨이에 대한 환상은 묘하게 드론에 대한 지금의 기대와 겹쳐 보인다.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드론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앞으로 10년간 시장 규모가 820억달러(약 89조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 안전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백악관에 드론이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드론이 테러를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슈퍼볼 매치를 앞두고 드론 경계령을 선포한 까닭이다. 안전문제는 드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리스크다.

“드론이 배송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는 예언도 환상일 수 있다. 이미 독일 DHL은 드론 택배를 상용화했고 구글과 아마존은 물론 중국의 알리바바도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기존 물류 배송시스템을 섣불리 드론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우선 드론으로는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없다. DHL이 도입한 기체의 경우 최대 1.2kg까지만 적재할 수 있다. 택배 트럭에는 한가득 짐을 실을 수 있지만 드론은 하나씩만 실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장거리 배송도 어렵다. 드론 택배가 특수한 배송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는 있어도 기존 방식을 전면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드론산업의 골든타임이 지나버렸다”고 한탄한다. 그런데 맹목적인 혁신 추종이 만사는 아니다. 새로운 기술의 역량을 판단하는 정확한 인식과 예견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혁신적인 미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