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종종 장롱 속이나 베개 밑에 비상금을 숨긴다. 이런 모습은 결코 우리 고유의 모습만은 아닌 듯하다. 미국인 상당수도 현금을 은행이 아닌 ‘비밀 장소’에 숨겨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주요 외신은 29일(현지시각)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182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29%는 일정 정도의 금액은 은행에 두지 않고 지폐나 동전으로 보관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현금 보유자들 중 53%는 이를 비밀 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4명에 한 명 꼴로 이번 해에 재정적인 부분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된다고 답했으며 현금 보유가 그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브릭하우스 시큐리티의 보안 전문가 토드 모리스는 “이 같은 경향은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 크게 증가했고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바닥이나 벽과 같은 장소를 현금이나 중요한 서류 보관을 위해 적합한 장소라고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외신은 2009년 한 이스라엘 여성은 자신의 노모의 매트리스를 교체하다가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발견한 사례가 있었고 일리노이주의 한 남성은 주머니에 1만3000달러(약 1400만원)이 들어있는 양복을 기부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모리스는 “이 같이 보관한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현금을 분산시켜 두기 보다는 한 장소에 보관하는 편이 낫고 사망 등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 한 명에게는 자신이 어디에 현금을 숨겨 두고 있는지 알려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외신은 이번 조사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2012년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현금 보유를 위해 가장 인기 있는 비밀 장소는 ‘냉장고’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012년 마리스트 대학교가 108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7%가 냉장고에 현금을 숨긴다고 답했다. 20%에 조금 못 미치는 비율의 응답자들이 ‘양말 서랍’을, 11%는 ‘매트리스 밑’을, 10%는 ‘쿠키 통’을 자신들의 비밀 장소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