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모터쇼가 있다. 북미국제모터쇼다. 참가한 업체의 콘셉트 카와 신차가 공개 될 때면 세계 각 매체들은 ‘새로운 슈퍼 카가 등장했다’고 호들갑을 떤다. 북미국제모터쇼에 왜 그리 열광을 하는 것일까. 시기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매년 1월 초에 열려 자동차업계 트렌드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콘셉트의 차가 나올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GM이 2006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 된 카마로 2009 콘셉트카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범블비)로 사용됐고, 높은 인기를 끓었다. 날렵한 디자인과 탑재된 첨단 기술이 시대를 앞섰기에 가능했다.

지역적 특성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북미국제모터쇼는 미국, 정확히 말해 디트로이트에서 열린다. 디트로이트가 어떤 곳인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회사가 본거지가 있는 곳이다. 1987년엔 영화 로보캅의 배경이 된 곳으로 첨단기술이 가장 먼저 소개 되는 도시로 유명세를 탔다. 1970년대부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시작된 만큼 자동차업계에서 디트로이트가 갖는 의미는 엄청나다. 북미국제모터쇼를 디트로이트모터쇼라고 부르는 이유다.

2011 디트로이트모터쇼에는 전 세계 54개 업체가 참가, 30∼40종의 다양한 콘셉트 카와 신차를 공개하며 500대 이상의 차량이 공개됐다. 지난해에 비하면 참가 업체 수나 신차 공개 수가 줄었지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를 확실하게 제시했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미래형 자동차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DEL’로 요약된다. DEL이란 디자인(Design), 전기차(Electric car), 저연비(Low consumption)의 기능이 특화된 차로 이해하면 쉽다. 환경보호란 시대적 흐름과 개성 넘치는 시대의 요구가 적절히 반영된 것이다. 이를테면 기존 딱딱한 이미지의 차를 모두 지우고 곡선을 사용해 부드러운 이미지와 차량 크기를 줄인 실용적 차가 미래형 차인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테크 슈퍼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 E-CELL, GM의 시보레 볼트, 볼보의 C30 DRIVe, 기아차 KV7이 대표적이다. 벤츠 SLS AMG E-CELL은 걸윙 스포츠카 SLS AMG의 전기차 모델이다. 지난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배출량 0(제로)의 하이-테크 전기차 SLS AMG eDrive 콘셉트 카 이후 선보인 두 번째 차다.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슈퍼 스포츠카에 대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엔진 대신 차체 앞뒤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4초에 주파하는데 이는 6.3리터 출력 571마력의 V형 8기통 엔진을 장착한 SLS AMG 모델과 같은 높은 수준이다.

GM의 시보레 볼트는 디트로이트모터쇼 개막과 함께 올해의 차로 선정된 차다. 북미 국제오토쇼 개막과 함께 진행된 2011년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어떤 기후 조건에서도 운행 가능한 유일한 최첨단 플러그인 전기차라는 점이 심사위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10km까지 연속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의 단점인 장거리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는 얘기다.

기아차의 콘셉트 카 KV7은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니밴의 실용성과 SUV의 스포티함을 적절히 녹였다.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로 미니밴에 걸윙 도어를 (gull-wing door, 도어가 위로 열리는 방식) 장착했다는 점이다. 또 운전석과 조수석, 좌측 후석 시트 등 4개의 시트를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어 다양한 용도에 따라 시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엔트리카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퓨전 스타일의 디자인을 활용했다. 새로운 수요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Y세대'를 위해 쿠페형의 개성적이고 스포티한 특성에 해치백의 실용성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를 띠고 있다. 쿠페의 스타일과 해치백의 실용성을 절충하기 위해 1개의 운전석 도어와 2개의 조수석 전·후 도어 등 총 3개의 도어를 비대칭적으로 가진 것이 특징. 현대차의 양산차 중 최초로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채택된 벨로스터는 조만간 국내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918 RSR은 얼마 전 국내에서 선보였던 911 GT3 R 하이브리드의 첨단기술과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918 스파이더의 디자인을 접목시킨 슈퍼 스포츠카다. 외관의 우아한 곡선 흐름은 근육질의 휠 아치와 다이내믹 에어 인테이크, 그리고 조종석 같은 운전석에도 적용됐다.

또 에어 인테이크 사이로 노출된 팬과 RS 스파이더 형태의 리어 스포일러가 레이싱 실험실의 기능을 부가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휘발유 엔진은 RS 스파이더 레이싱카로부터 가져온 8기통 엔진에 직분사 기술을 더해 1만300rpm에서 563마력의 출력을 낸다. 비스듬히 위로 열리는 독특한 윙 도어를 적용, 디자인의 미를 살렸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