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 담배를 사기 위해 몰리는 사람들. 출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새해 들어 2000원 인상된 담뱃값에 따른 부차적인 문제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무대책’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새해 들어 시중에서 한 갑에 4500~4700원에 판매되는 담배를 면세점에 가면 1800~1900원이면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제주행 티켓을 구해 면세점으로 몰린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온다.

아울러 변칙적인 사제기와 밀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중에서 구매할 때와 면세점에서 구매할 경우를 비교하면 담배 한 갑에 2700~2800원의 차이가 난다.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1인당 최대물량인 1보루(10갑)를 기준으로 하면 2만 7000~2만 8000원의 차이가 생긴다.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다가 시중에 풀면 원가를 제외하고도 1보루에 2만 7000~2800원, 면세점별로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만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변칙적으로 가족들 모두에게, 같이 간 일행들에게 1보루씩 사도록 해서 판매한다면 또, 1보루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해외 면세점을 통해 구입한다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최악의 경우 미군이나 외항선 등등 별도의 루트를 통해 대량으로 구매한다면 그 차익의 규모를 볼 때 충분히 사업화할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중국과 필리핀, 일본, 베트남 등은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담배가 1인당 2보루다.

인천면세점에서는 담배 1보루 당 레종블루와 에쎄 등 얇은 담배종류는 18달러, 디스는 14달러, 말보로와 던힐 등 외국산 담배는 19달러에 판매된다.

 

▲ 지난해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후 편의점 모습.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여기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면세점에서 담배 1갑을 3000원에 팔든 1800원에 팔든 제재할 근거도 없고 법적인 문제도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판매 가격은 면세점 맘이라는 것.

아울러 국내에 있는 면세점 마다 판매가격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담뱃값 이상 전에 전혀 논의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전직원들이 동원돼 날밤을 새웠다”며 “당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할 시간도 없었고 그런 문제를 고려한 사람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세수 증가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다보니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점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해외의 경우 담뱃값을 100원만 올려도 사재기와 쟁여두기, 폭력사태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국내에서도 과거 500원 인상 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억이 분명하게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뱃값 인상 발표 후 벌어진 품귀현상과 쟁여두기, 제조 및 판매사들의 눈치 보기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정부차원의 해결은 전무했기에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와중에 면세점 담배가격에 대한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아무런 대책도 수립하지 않았고, 이제 와서는 법적으로 대책을 세울 근거도 없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면세점 담뱃값 인상의 키를 쥐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왜 공급가격을 인상하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면세점에 공급하는 담뱃값을 면세점 운영기업들과 논의해서 올리면 각 기업들이 면세점별로 판매가를 정한다”며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국제적으로 시중가의 70%를 전후해서 공급가를 올리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 몇몇 제조업체들이 면세점 공급가를 2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다가 다시 거둬들인바 있다”며 “세금이 붙지 않는 만큼 시중에서는 인상된 가격을 업체가 모두 취한다는 비난이 있어 올리지도 못하고 정부에서 어떤 지침을 주기를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시중 혼란을 막기 위해 공급가를 올리자니 그렇지 않아도 세수확보를 위해 희생(?)된 흡연자들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워 눈치보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담배 제조사들은 "현재로서는 고객들의 정서를 감안해 임의로 공급가격을 인상상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부담금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니 지켜보는 것 이외에 다른 방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1인당 1보루(10갑)인 국내 반입 면세 담배 한도를 5갑으로 줄이거나 면세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과 폐기물부담금 등을 붙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같은 면세 담배 파동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13일 대통령에게 시내 면세점을 늘리겠다는 보고를 올렸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유망 서비스업 육성 방안으로 관광객 증가에 대응해 4곳의 시내 면세점을 추가 개설하겠다고 보고했다.

시내 면세점 추가 개설 4곳은 관광 수요가 많은 서울, 제주, 부산 등의 지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추가 면허를 허용하면서 롯데와 신라 등 기존 시내 면세점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는 허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내 면세점의 구체적인 지역과 중소·중견기업의 포함범위 등은 오는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는 단계(1월19일)에서 공개 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제기하며 ‘국민건강’을 위해 인상한다는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부족한 ‘곳간’을 채우려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로 그 같은 생각이 더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부터 담뱃값을 100%가까이 올리고, 흡연구역을 대폭 축소해 흡연자들의 원성이 높다. 담배 피울 곳이 없어진 흡연자들이 거리로 몰리며 보행 중 담배연기를 흡입하게 된 비흡연자들 역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담배가격의 차이가 극심해 사재기와 밀수 등의 문제점이 거론 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는 또 다른 세수 확보를 위해 면세점 확장만 신경 쓰고 있는 모양새다.

향후 정부가 면세 담배와 시중 담배의 격차 해소를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업계에서 유려하고 있는 밀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