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독일 최고, 동조성향 한국 20대 최고

흔히 요즘 20대를 ‘삼포세대’라고 부른다. 삼포세대(三抛世代)란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 값 상승 등의 경제·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돌볼 여유도 없는 20대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현상을 일컫는다. 최근엔 인간관계나 내집마련까지 포기하는 '사포세대'까지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는 2010년 기준 약 659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는 20대는 취업대란에도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 과감히 사표를 쓰는 경향이 늘고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4년 신입사원 채용 실태’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약 25.2%로 이는 2010년(15.7%)대비 9.5%가 증가했다. 경제 성장률과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20대를 단지 경제 현상으로만 해석하며 ‘포기를 강요당한 존재’로만 규정하기엔 섣부르다. 

과연 우리시대 20대 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대 다른 나라 20대들은 어떤것을 중시여기며 살아갈까?

이에 LG경제 연구원은 14일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전세계 사회 과학자들이 조사를 진행 중인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를 토대로 <글로벌 5개국 20대의 가치관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 조사는 1995년부터 2014년까지 4~5년 간격으로 4회 수행된 조사 결과 값을 분석해 비교해 한·중·일·독·미 결과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요국 20대의 가치관을 7가지 측면(자율vs동조, 여가, 부(富), 신뢰, 글로벌 마인드, 양성평등, 과학 친화)에서 글로벌 5개국 20대들의 생각은 어떤 면이 비슷하고 어떤 면이 차이가 있는가를 조명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20대는 보편적으로 ‘함께 잘 살수 있다’는 인식은 약화되고 ‘여가 중시’ 비중 높아진 특성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의 20대는 모순된 가치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이 높은 반면 다른 사람과의 동조를 원하는 욕구도 강했다. 또한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강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여겼다. 

중국의 20대는 이웃에 대한 신뢰가 높은 반면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과학기술 기여에 대한 기대가 높고, ‘함께 잘살 수 있다’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강했으며,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믿음도 높았다. 여가에 대한 욕구는 다른 국가 대비 낮았지만, 그 추세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반해 일본의 20대는 ‘함게 잘 살 수 있다’거나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여가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중이 높았다.

또 독일의 20대는 ‘부는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해 여타 국가들보다 분배를 중시했고 사람에 대한 신뢰도 보편적으로 높았다. 또 과학기술 발달에 대해 긍정적이며 자율을 가장 중시했다.

미국의 20대는 양성평등 인식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외국인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고 응답한 비중도 높았다. 반면 과학기술의 기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치관은 사회, 문화적 배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동양권 문화이면서 동양과 서양사이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20대는 ‘양성 평등 인식’이나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중국·일본과 함께 낮지만, ‘자율을 중시하는 모습’은 독일·미국의 20대와 더 닮아있다. 한편, ‘함께 잘 살 수 있다’거나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중국보다는 독일, 미국에 더 가깝다.

이에 LG경제연구원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춤하는 현 시점에  한국의 20대가 ‘함께 잘 살 수 있다’ 혹은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라는 믿음과 기대가 높지 않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 이라고 전했다. 

 

▲자율 vs. 동조: 자율성 독일 최고, 동조성향 한국 20대 최고

서구 사회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동양 사회에서는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개인의 자율을 중시하는 태도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서구 사회 청년들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고 자기 방법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항목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 한국의 20대는 74.4%로 중국(67.9%)과 일본(45.9%)보다 높고, 미국(71.6%), 독일(79.1%)과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 출처=LG경제연구원

반면 동조·순응을 측정하는 설문에 한국의 20대 70.3%가 그렇다고 답해 타 국가들에 비해 집단에 융화되는 성향이 강했다. 이 설문의 각국 응답률은 미국 61.8%, 중국 56.1%, 독일 58.8%, 일본 37.5% 순 이다.

독일·미국의 20대는 자율을 중시하되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동조를 원하지 않고, 일본의 20대는 자율과 동조 모두 크게 원하지 않는 반면, 한국의 20대는 자율과 동조를 동시에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한국의 20대는 스스로 자율적인 존재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집단에 융화되고자 하는 욕구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여가: 5개국 20대 모두 ‘여가 중요’…한국 응답률 가장 높아

‘여가 생활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합니까?’라는 물음에는 ‘중요하다’는 긍정 응답률은 중국을 제외한 4개 국가에서 90% 이상으로 조사돼 요즘 20대들이 자신의 여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근소하지만 한국이 가장 높은 값을 보였다(한국 95.1%, 일본93.6%, 독일 91.2%, 미국 89.6%, 중국 79.1%).

▲ 출처=엘지경제연구원

중국도 눈여겨 봐야한다. 과거 20년간 추세로 보면, 여가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1995~1999년에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한 20대는 55.5%였으나 2010~2014년에는 그 수치가 79.1%로 대폭 늘었다.

 

▲ 부(富): 5개국 20대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다’ 인식 약해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라는 항목에 긍정 응답 비율은 5개국 모두 40%를 넘지 않았다(중국 38.9%, 미국 27.8%, 한국 22.1%, 독일 16.5%, 일본 11.5%).특히 중국은 이미 고성장 시기를 거친 영향으로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긍정 응답률이 3배를 상회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라는 물음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54.3%), 미국(46.3%), 한국(43.0%), 독일(39.6%), 일본(24.8%)순으로 높았다. 이 순서는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는 질문의 긍정 응답률 크기의 순서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함께 잘 살 수 있다’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 신뢰: 중국 내국인 신뢰 높지만 외국인 신뢰도는 낮아

5개국 20대의 신뢰도 값은 신뢰 대상에 따라 동서양 국가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보편적으로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라는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를 측정하는 항목에는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값에서 중국과 독일의 값이 높게 나타났다(중국 56.7%, 독일 48.1%, 미국 30.0%, 한국 32.2%, 일본 29.7%).

▲ 출처=LG경제연구원 신뢰도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을 얼마나 신뢰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중국, 일본 20대 모두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 대비 낮은 반면, 독일과 미국의 20대는 외국인에 대한 신뢰도가 타인에 대한 보편적 신뢰도를 상회했다(미국 56.7%, 독일 50.6%, 한국 31.3%, 일본 13.9%, 중국 9.7%).

 

▲ 글로벌 마인드: 한국, 세계시민 인식 불구 외국인 인정 낮아

한국의 20대는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는 반면 외국인이 자신의 생활 공간 안에 들어오는 상황은 상대적으로 꺼리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중국의 20대는 한국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 출처=LG경제연구원 글로벌인식

‘나는 스스로를 세계의 시민으로 생각한다’라는 질문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82.8%)이 가장 높았다(미국 72%,독일 68.3%,일본 60.8%,중국59.3%). 반면 직접적으로 생활 속에서 글로벌 상황을 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다’라는 물음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가장 낮은 것에 비해 중국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중국 89.9%, 미국 88.6%, 일본 80.1%, 독일 79.8%, 한국 61.0%).

 

▲ 양성평등: 아시아 20대 인식 낮아, 일본 최저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의 차이가 컸다. ‘일자리가 귀할 때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 일자리를 부여해야 한다’라는 항목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응답자 비율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값이 독일, 미국 대비 약 20%p 이상 낮은 수치를 보였다.

▲ 출처=LG경제연구원

이는 아시아 국가에는 사회 생활에서 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한국 38.9%, 중국 42.3%, 일본 24.3%, 독일 64.5%, 미국 67.7%). 한편 아시아 국가 내에서는 중국이 한국과 일본보다 양성평등 인식이 컸다.

 

▲ 과학 친화: 긍정태도, 중국 일본 한국 독일 미국순 높아 

중국 과학의 높아진 위상은,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중국인들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과학과 기술은 인간의 생활을 더욱 건강하고, 편리하게 할 것이다’라는 항목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중국 61.3%, 일본 54.3%, 한국50.3%, 독일 50.3%, 미국 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