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있다. 4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삼성전자에 업계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중이다" "살아나고 있다"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다소 도발적인 수식어까지 부여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외 투자기관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속속 올리고 있으며 LIG투자증권은 기존 145만원이던 목표주가를 175만원까지 끌어 올려 관심을 모았다.

맏형 삼성전자의 호실적에 계열사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소형 2차전지를 공급하는 삼성SDI를 비롯해 그룹차원의 문책성 경영진단까지 받았던 삼성전기, 스마트폰 사업실적의 직격탄을 맞았던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을 상회한 삼성전자의 선방에 덩달아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가능해진다. 과연 삼성전자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성공 방정식을 쓰고 있는 것일까? 지금 삼성전자에 쏟아지는 업계의 찬사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미래를 보여줄 것인가? 여기에는 의문부호가 달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실적호조에는 반도체 사업부의 역할이 컸다.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인프라 전략이 시장 상황과 맞아 떨어지며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기술모바일 부문의 실적개선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지만 삼성전자 전체로 보면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 비율이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더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반도체의 비중이 높아진 삼성전자의 현 상황이 긍정적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순간이다. 대답은 '그렇다'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웨어러블 및 스마트홈 기술이 각광을 받으며 '두뇌'에 해당되는 반도체 기술은 그 자체로 막강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가진다. 폭발적인 센서사업의 수요와 맞물리면 다가오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제패하는 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하드웨어, 즉 제조기술의 측면에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플랫폼을 준비해 동맹군을 끌어모아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반적인 흐름은 유사하나 이러한 기조가 제조기술의 측면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대목은 분명한 불안요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축해 생태계를 꾸리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영역까지 번지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삼성전자 실적호조의 핵심인 반도체는 하드웨어 기술의 고도화만 의미하기에 역으로 불안요소가 된다. 이러한 흐름이 빨라질수록 삼성전자는 새로운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하드웨어의의 패자'에는 등극할 수 있으나 이를 운용하고 창조하는 소프트웨어의 패자는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은 중요한 발전의 척도이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을 비껴간 테마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는 사유의 수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미지의 가능성을 놓치며, 눈 앞에 떨어진 제조의 집적화에만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최악의 경우 '글로벌 단순 제조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대비책을 마련했다. 미국에서 열렸던 CES 2015에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강화해 타이젠을 그 중심에 배치한 대목이다. 비록 '바다'의 추억을 감안하면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비판과 더불어 다양한 동맹군을 포섭하는 것이 아닌, 스마트싱스 인수로 대표되는 플랫폼의 내재화를 이유로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전략이 폐쇄형으로 흐를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있으나 현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맨'은 역시 타이젠이다.

삼성전자의 '호조'를 말하려면 신세계를 준비하는 핵심 키워드인 타이젠이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

반도체 사업부의 호조를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성공전략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그 보다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삼성전자가 보여줄 사물인터넷 전략이 얼마나 시장에 적절하게 스며들고, 그 중심의 타이젠이 얼마나 역량을 발휘하냐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타이젠은 CES 2015를 통해 스마트TV의 형태로 윤곽을 드러낸 분위기다. 앞으로 다양한 웨어러블과 스마트홈에 장착될 타이젠이 막강한 파급력을 보여준다면, 삼성전자는 부활을 넘어 '시장의 패자'로 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