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성장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편, 스마트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안드로이드의 입지가 탄탄해지며 2위 iOS의 자리를 윈도우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태블릿 성장세, 차갑게 식어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7일 “2015년 세계 태블릿 판매량은 2억3300만대에 달해 지난해 대비 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까지 4년 동안 두 자리수 성장세를 보여주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트너 책임 연구원 란짓 아트왈(Ranjit Atwal)은 “가족 간에 태블릿을 공유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태블릿을 최신 상태로 유지 하면서 기기 자체의 수명이 길어진 것과 하드웨어 혁신이 부재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신제품 구매를 자제했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스펙 상향의 기조가 빨라지며 기술발전의 성장판이 닫혀버렸고, 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트너는 인지 컴퓨팅,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모바일 OS 생태계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개막한 CES 2015에서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합종연횡을 불사하며 관련 생태계 창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큐레이션 기술의 개발은 태블릿 업계에 있어 일종의 ‘구원’이 될 전망이다. 하드웨어 스팩 상향화의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큐레이션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사용자 친화 인터페이스로 수렴될 확률이 높다.
인지 컴퓨팅의 발전도 중요한 요소다. 란짓 아트왈은 "인지 컴퓨팅이 발전하며 기기제조 업체와 소비자의 관계가 단순히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것에서 동기화를 지원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개인용 클라우드의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인지 컴퓨팅은 향상된 컴퓨팅 경험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소비자 요구에 자동 맞춤화된 서비스와 광고를 통해 업체와 고객 간의 관계를 더욱 개인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큐레이션 기술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5년 PC와 태블릿, 울트라 모바일, 모바일폰을 합친 세계 기기 총 출하 대수는 25억 대며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9%의 증가세다. 특히 모바일폰 시장은 2015년 3.7% 성장하며 2016년 20억 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 양극화 심해진다
가트너 책임 연구원 아네트 짐머만(Annette Zimmerman)은 "스마트폰 시장은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고가 스마트폰과 중저가 스마트폰은 철저하게 별도의 전략을 내세워 마지막 남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네트 짐머만은 “2014년 고가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는 447달러로 iOS가 성장세를 주도한 반면, 안드로이드와 기타 오픈 OS 폰은 평균 가격대가 100달러인 저가 시장에서 성장을 보였으며, 중간 가격대 스마트폰의 시장 기회는 점차 축소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애플의 아이폰을 전면에 내세운 iOS는 고가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근거리 무선통신 및 애플워치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궤도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전망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세계 OS 1위인 안드로이드가 저가 시장에 포지셔닝을 했다는 점이다. 오픈소스의 강점을 가져가는 안드로이드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기기 출하 대수는 10억 대를 돌파해 연간 26%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15년에도 두 자리 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애플의 시대는 갔다
란짓 아트왈은 "PC 시장이 안정되고 차기 아이폰의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윈도우(Windows)와 iOS의 격차가 줄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15년부터 윈도우가 iOS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가 시장에서 포지셔닝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 즉 iOS의 입지가 축소되고 윈도우가 빠르게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는 분석은 어떻게 등장했을까.
안드로이드와 iOS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픈소스 여부다. 태생이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객체를 모아 광범위한 생태계 창조에 성공했으나, 애플을 정점에 둔 iOS는 폐쇄형 생태계를 유지하며 존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는 애플의 iOS 입지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초연결 시대를 맞이해 iOS의 폐쇄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장애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주체의 생존력이다. 최근 구글이 안드로이드 원 프로젝트를 런칭하며 일종의 투트랙 전술을 구사하는 이유는 변종 안드로이드의 등장과 수익하락이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자체 콘트를 타워를 강화해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한다면 정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