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

“브랜드가 썸을 탄다고? 이게 무슨 소리냐, 썸남썸녀도 아닌 것이 썸을 타다니 말이 되냐고?” 아마도 ‘브랜드 썸타다’라는 위 제목을 접하는 십중팔구의 선남선녀 독자들은 의아해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봅니다.

“아니, 브랜드 스토리텔링 칼럼이라면서 썸이라니...” 네, 잠깐 조금 숨을 돌려보세요. 이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요즘 ‘썸탄다’는 유행어가 있죠. 저도 이 N차원적인 단어가 궁금해 검색사이트 이곳저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썸’의 뜻이 네이버 지식인에는 ‘관심가는 이성과 잘돼가다’ 라고 뜻이 적혀있었고 좀 더 조사해보니 ‘남녀가 관심은 있지만 사귀기 전 단계’라고도 하더군요.

그렇다면, 도대체 이 N차원적인 단어의 어원은 무엇일까 궁금해져 이를 유추해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썸은 영어의 썸씽(something)인 것 같더군요. 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뭔가가 있을 때, 흔히 ‘썸씽이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나, 작년에 김 대리와 썸씽이 좀 있었어’는 김 대리와 어떤 감정이 오고간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말이죠.

자,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썸씽이 있는 행동, 즉 썸을 타게 되면, 아무 관계가 없던 때와는 달리 그 썸남썸녀가 되고 그 둘 사이에는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즉 스토리의 시작인 셈이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가 썸을 타면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시작입니다. 고객과의 썸, 창업자와의 썸, 개발자와의 썸, 연예인과의 썸, 스포츠인과의 썸, 핫이슈와의 썸...이런 썸들은 결국 브랜드 스토리가 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입소문이 되는 겁니다.

지난해 하반기 가장 핫(hot)하게 썸타는 브랜드로는 ‘허니버터칩’이 있습니다. 이 달달하고 짭짤한 소위 ‘단짠맛’의 감자칩은 소유진, 강민경, 티아라, 헬로비너스 등 대한민국 당대의 잘 나가는 배우, 가수, 걸그룹과 ‘썸을 타면서’ 연예인들과의 스토리텔링을 만들면서 대박을 쳤죠., 그래서 한때 지난해 연말에 가장 하기 어려운 일 중에 하나로 영화 <인터스텔라>를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면서 허니버터칩을 먹는 일이라는 우스갯 말도 나올 정도였다죠. 이 역시 허니버터칩이 인터스텔라와 썸을 타면서 그 브랜드 스토리는 끊임없이 양산되었던 것이죠.

▲ 허니버터칩을 먹고 있는 걸그룹 헬로비너스. 출처=트위터

또 다른 사례는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뜬 1톤짜리 고무인형 ‘러버덕’과 브랜드의 썸입니다.

이 뚱뚱한 고무인형이 기계 이상으로 바람이 빠지게 되자, 브랜드들은 너도나도 이 러버덕과의 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썸 탄 브랜드가 ‘편강탕’으로 유명한 편강한의원입니다. 이 한의원은 바람 빠진 러버덕에 편강탕 광고 문구를 덧붙이고 러버덕 사진과 함께 오리의 효능에 대해 SNS에 게시글을 올리면서 스토리를 만들어 갔습니다.

이 한의원뿐만 아니라, ‘레드불’은 바람 빠진 러버덕과 레드불 사진을 함께 찍어 올리며 ‘힘을 내요 러버덕’이라고 응원했고, 삼립호빵은 호빵으로 만든 러버덕을 SNS에 올리며 ‘진격의 호빵덕이 나타났다’라며 브랜드를 홍보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쉽게’의 철학에서 시작합니다.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쉽게 이해시키고 쉽게 기억시키기 위해서죠. 그래서 썸을 탄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뉴스미디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만들고 고객의 인식 속에 남아 있게 됩니다.

이제 브랜드들은 ‘썸을 타야’ 합니다. 고객과의 썸을 만들고, 개발자와의 썸을 발굴하고, 연예인과의 썸을 타야 고객들은 브랜드를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썸 타는 스토리텔링은 아주 효과적인 홍보마케팅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