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5년 경영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기론이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B2B 및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비슷할 것이라는 다소 우울한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사장단과 임원 400명이 참석한 시무식을 통해 “B2B, 다양한 콘텐츠 사업, 스마트헬스,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동시에 “기존의 주력산업은 차별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프린팅 솔루션과 네트워크 등 육성사업 분야는 본격적인 매출성장과 수익창출을 이룩하자”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와 같은 창의적 조직 문화를 삼성전자만의 DNA로 삼아 체화시킬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종합하자면, 삼성전자의 2015년 경영 로드맵은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서는 실질적인 이윤창출을, 진출해야 하는 분야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뜻이다. 다소 전형적인 ‘다짐’이지만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쉽게 흘릴 말은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전자가 현 단계에서 장밋빛 미래를 써 나갈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느냐다.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져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해결책이 충분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법이다.

삼성전자가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해 제시한 ‘카드’ 중 가장 극적인 대목은 조직개편이다. 위기론을 타파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연례적으로 단행되는 조직개편에 조직의 미래가 달리는 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은 비대한 구조를 슬림화시키고 수시로 협의할 수 있는 내부의 소통창구를 프로젝트로 묶는 한편,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더듬이’를 각 사업부에 배치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위원회를 신설해 김창용 DMC 연구부장이 중심을 잡고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IM부문 사장, 윤부근 CE부문 사장이 포진한 대목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직군에서 차출한 무선사업부의 24M 프로젝트가 단적인 사례다.

물론 삼성전자 조직개편의 가장 거대한 변화는 IM, CE, DS의 3대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디어솔루션센터와 글로벌B2B센터를 해체시켜 기능별로 각 파트에 나눈 대목과 무선사업부에 가해진 중폭수준의 개편이 대표적이지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도 결국 ‘슬림’과 ‘기능별 유기적인 소통’을 배경에 둔다.

하지만 삼성전자 조직개편은 그 자체로 불안요소가 많다. 우선 실효성의 문제다. 신설된 조직의 위상이 예상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조직개편의 파생효과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내부인력만 ‘돌려가며’ 성장동력을 찾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직의 슬림화를 추구했다고 하지만 ‘아직’ 비대한 조직의 알고리즘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는 삼성전자의 ‘작동성’에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임직원은 2013년 기준 27만 명에 달하며, 이는 구글의 5배에 달한다. 애플의 8만 명, 마이크로소프트 9만9000명, 소니 10만 명과 비교하면 엄청난 인재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경쟁자들을 완전하게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4만 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으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넘어서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그 대책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직개편을 통해 기능의 배분을 통한 인프라 제고에 나섰으나 실질적인 효력에는 의문부호가 달리는 데다, 경직된 조직내부 프레임 및 실효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인재를 보유한 대한민국의 삼성전자가 그 가능성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따져보아야 한다.

결국 방향성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한 사물인터넷 및 B2B 등의 발전이 큰 방향성이며, 이를 적절하게 풀어내야할 수단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재로는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