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 KAIST에서 생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기술고시(15회) 후 과학기술처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KIST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겨 선임연구본부장,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기계소재심의관(파견)을 거쳐 2007년 내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제 8대 생기원장직에 선임됐다. 한국 기계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수상했으며, 현재 제 9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잉골슈타트(Ingolstadt)는 독일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도시로 유명하다. 이곳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아우디 덕분인데, 인구 12만3000명 중 3만1000여 명이 아우디 직원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여파로 독일의 실업률이 7.7%를 기록했을 때 잉골슈타트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에 그쳤다. 일본 아이치현 중북부에 위치한 도요타(豊田)는 고로모(學母)였던 시 이름을 아예 도요타로 바꿨다.

도요타자동차를 유치한 지 20여 년이 흐른 1959년의 일이었으며, 시는 이후 도요타스타디움, 도요타콘서트홀 등 ‘도요타’ 이름이 들어간 각종 문화시설 건립에도 공을 들였다.

도요타자동차는 이에 도요타공업대, 도요타병원을 세워 시의 지원에 화답했다. 지식과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21세기. 글로벌 경제 위기의 회오리 속에서도 탄탄한 제조업에 기반을 둔 기업도시들은 끄떡없다.

수십 년 간 지역 깊숙이 뿌리를 내려 온 덕분에 어지간한 외파에는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을 갖추게 된 까닭이다. 고용과 성장을 견인하는 기업도시의 존재는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준다는 점에서 21세기형 경제 요새라 할만하다. 이제는 이들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중소·중견기업으로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500달러를 기록, 3년 만에 2만 달러 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3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중단 없이 나아가야 할 시점에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수출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매년 국가경쟁력 부문 세계 1, 2위를 다투는 스위스의 경우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란탈, 니바록스, 귀델 등과 같은 스위스의 중소기업들은 특화된 첨단기술을 통해 고유 영역을 개척,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넓힌 글로벌 강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에 1에 불과하다. 지원의 양 뿐 아니라 지원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드 클래스 300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해 2020년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 300개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도 개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기 과제를 지양하고, 다수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플랫폼 기술 개발을 늘려 산업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뿌리산업에 IT를 융합한 녹색기술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지역 중소기업들이 저탄소 녹색성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생산현장으로 지원하는 방식에서도 단순 기술지원보다는 종합 패키지 형태의 맞춤형 기술 솔루션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먼저 충청(천안), 인천(송도), 경기(안산), 호남(광주), 대경(대구), 동남(부산)군에 지역별 거점을 구축하고 각 거점마다 실용화 연구 및 지원 조직을 배치했다.

기존 90:10이었던 R&D와 지원 비율을 50:50으로 조율하고, 두 부문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기업 실용화로 집중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각 거점별로 현장 밀착형 기술지원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