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뱃값 인상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오후 서울의 한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가 사재기로 인해 텅텅 비었다. 박재성 기자

몇일 후면 담배 가격이 4000원 이상으로 오르지만 ‘던힐’과 ‘메비우스’, ‘카멜’ 담배는 기존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해당 담배 제조업체들이 인상된 가격을 제때 신고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태다. 아울러 신고를 안 한데는 숨겨진 다른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와 재팬토바코 인터내셔널 코리아(JTI코리아)가 아직 인상된 담배 가격을 신고하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담배는 내년 1월 1일에도 현 판매가인 던힐 2700원, 메비우스와 카멜 2500원에 구매 가능하다.

현행법상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 판매업자가 담뱃값을 올리려면 판매 개시 6일전까지 인상된 가격을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내년 1월 1일부터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지난 24일까지 신고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는 가격 2000원 인상을 기획재정부에 신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신고를 못한 게 아니고 안한 것일 수 있다”며 “과거 담뱃값을 200원 올렸을 때 손님(?)이 30%가까이 줄어든 아픔을 겪은 양사가 이번에 손해를 보더라도 흡연가들의 입맛을 바꾸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양사는 국내 담배판매업체 순위에서 3위와 4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출혈을 통한 점유율 증대를 노리는 꼼수가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관건은 언제까지 신고를 미룰 것인가이다. 현 2500원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이 1500원 이상이다. 4500원으로 인상되면 세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관련 조세·부담금은 현재의 1550원에서 3318원으로 증가한다”며 “담배 가격에서 조세 및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62%에서 73.7%로 늘어난다”고 밝힌바 있다.

BAT와 JTI는 인상되지 않은 가격에 판매하지만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4500원에 대해 물어야 한다. 따라서 담배 한 갑을 2500원에 판매하고 내야하는 세금은 3000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는 신고를 안 한 이유에 대해 “아직 본사와 가격 조율이 안돼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흡사 입이라도 맞춘 듯 양사가 같은 답변을 했다.

양사가 출혈을 감수한 판매를 언제까지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KT&G는 내년 1월 중 면세용으로 공급하는 담뱃값의 인상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시중 담배와 면세담배의 균형적 가격 관리와 면세점 내 타사 제품과의 경쟁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면세담배와 시중 담배의 가격차가 너무 심하면 ‘사재기’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시중판매가의 60~70%선으로 조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전했다.

현재 면세점 담배 가격은 한 보루당 18달러(1만8700원) 수준으로 시중 담배 한 보루 가격(2만5000원)의 74%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