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흔 살 가까운 한 어르신을 찾아뵙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방문 전에 “무얼 선물하면 좋을까?”라고 지인에게 물었더니, 어르신은 아무래도 소화력이 떨어질 테니 ‘베지밀B’가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습니다. 그럼 “그럼 베지밀A도 있나요?” 했더니, 그렇다고 합니다. 베지밀A는 일반 어른들(Adult)을 위한 것이고 베지밀B는 아가들(Baby)을 위한 것이라는군요. 맛을 보니 A는 담백한 편이고, B는 달달한 편이었습니다. 지인은 베지밀B가 맛이 달 뿐 아니라 아가들이 소화하기 좋도록 소화효소가 더 많기 때문에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들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린이를 위한 상품은 비단 어린이뿐만 아니라 오히려 연로한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효력에 대해선 과학적 검증 결과를 갖고 있지 않으니 잘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일반 우유는 어떨까요? 2005년 무렵엔 어린이 전용 우유 광고가 TV에 나왔습니다. “천연 DHA우유다.” 또는 “마음까지 키웁니다.”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우유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는 와중에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져 우유 소비가 많이 줄어든 데다가 수입산 유제품까지 들어와 우유 광고가 전쟁 수준이었던 시기였죠. 이런 상황에서 ‘천연’이나 ‘마음 성장’까지 강조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린이를 위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겠죠. 수입 제품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 간식으로 인기가 많은 독일산 초콜릿, ‘킨더 초콜릿’ 얘기입니다. ‘킨더 초콜릿’은 칼슘이 포함된 초콜릿으로 광고에서  “킨더 초콜릿100g에는 우유 한 컵의 칼슘과 단백질이 그대로”라고 강조합니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을 끔찍이 아끼는 부모로서는 여러 초콜릿 중에서 당연히 칼슘이 든 킨더 초콜릿을 사 주겠지요. 하지만 여기에도 비밀이 있습니다. 킨더 초콜릿 측은 1회 제공량을 25g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광고에서처럼 우유 한 컵의 영양분을 섭취하려면 초콜릿을 여러 개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칼슘을 챙기려다가 비만을 얻는 꼴입니다. 특히 초콜릿에는 소아 비만의 원인인 당과 포화지방이 많고 칼로리 또한 성인 한 끼 식사의 칼로리와 맞먹습니다. 그래서 구성 성분을 잘 살펴보고 적정량을 섭취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어린이 광고는 반드시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노인이나 어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요. 광고가 다 진실인 것도 아닙니다. 어린이나 부모가 잘못 판단하게 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지요. 결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어린이의 필요나 욕구에 정직하게 반응하되, 그것을 건강한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렇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하겠지요.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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