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정중학교 실험경제반은 동아리발표회와 함께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 공부를 했는데, 경제적 시각을 갖게 하는 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신문이다. 매일 점심시간에 모여 함께 신문을 읽으며 사회·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공부를 했다. 여러 신문 중에서도 <아하경제>는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주제와 난이도로 구성되어 유용했다. 학생기자 활동을 통해 진로 탐색과 관련해 취재도 하고, 주제 글을 작성하며 다양한 경제 문제를 탐구했다. 참여형 신문,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아하경제>다. <아하경제>를 통해 형성한 경제 마인드를 바탕으로, 우리는 특별한 발표회를 준비했다.  동아리 친구들이 1년간 활동했던 결과물을 전시하면서 ‘무인 바자회’를 함께 열기로 한 것. 바자회를 여는 목적은, 재사용 혹은 교환사용 등으로 녹색 소비를 실천하고, 수익금으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함이었다. (새것이든 헌것이든) 집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깨끗하게 정리해서 판매하고, 수익금은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바자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추가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 없이, 가격표를 붙여 두고 ‘무인 판매함’을 만들어 옆에 세워 둔 것이다. 무인 판매함에 돈을 넣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도 아무도 모른다. 과연, 얼마만큼의 금액이 모일 것인가. 우리는 양정중학교 친구들의 ‘정직함’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 보고 싶었다. 먼저 판매대를 두 개 만들고, 한 판매대에는 ‘우리는 민주시민’이라고 쓴 문구를 크게 붙여 두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다른 판매대에는 그러한 문구를 붙이지 않았다. 무인 바자회는 동아리 발표회가 열리는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무인 판매함의 회수율-총판매액 중 무인 판매함에 걷힌 금액의 비율-은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는 민주시민’이라는 문구가 힘을 발휘한 것일까? 신기하게도, ‘우리는 민주시민’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곳의 회수율은 99.1%, 문구가 없었던 판매대에서의 회수율은 89.2%로 나타났다. 두 판매대 모두에서, 양정중학교 친구들은 상당히 양심적이었다. 특히 ‘우리는 민주시민’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곳에서는 더 양심적이고 정직했다. 사소해 보이는 문구 하나가 우리를 좀 더 양심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사업에서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했다. 신뢰가 없으면, 사업도 경제활동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국가, 기업,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순위 144개국 중 97위, 한경 2014. 12. 16, A1). 간단한 문구 하나로 좀 더 정직하게 이끌었던 우리의 실험에서처럼, 우리 사회를 정직한 행동으로 이끌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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