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一式)제작 통해 가격·품질·납기 경쟁력 확보… 조선기자재 대표기업 성장

‘선박 방향타(Rudder)’. 그 이름도 생소하다. 말 그대로 선박 후미에 장착해 선박의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배는 파도나 풍향 등의 영향을 크게 받기에 방향 조정장치의 성능에 따라 그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 배의 속도는 소모되는 에너지와 직결된다. 따라서 방향타는 선박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중요 부품이다.

부산 녹산공단에 자리 잡은 해덕파워웨이는 국내 선박용 방향타 점유율 80%의 히든챔피언이다. 조선업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한진중공업 등 국내의 대형 조선사들에 방향타를 납품하고 있다.

해덕파워웨이는 코스닥 상장 1년여 만에 지난해 한국거래소에서 선정한 코스닥시장 히든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에선 ‘선박 방향타=해덕파워웨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30여 년간 선박 방향타에 인생을 내 건 구재고 회장의 한우물 경영이 주효했다.

바닷바람에 숙성을 거치는 방향타처럼 구 회장도 거침없는 파고를 헤쳐 오늘날 최고로 인정받는 러더를 만드는 ‘명장’이 됐다. 백발이 성성한 고희의 노장이지만 건장한 체구로부터 거친 조선기자재 분야에서 30여 년간 쌓아온 업력의 위엄이 느껴진다.

구 회장은 연세대 입학 후 공인회계사(CPA)에 합격해 30대의 젊은 나이에 대기업 이사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대기업에서 수출입 엄무를 담당하면서 조선 관련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때 사업 아이템으로 방향타 제작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수입 기자재의 국산화에 승부를 걸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때부터 험난한 항해가 시작됐다. 창업 초기엔 주물 등 조선 기자재에 소요되는 자재를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원재료 조달부터 난관이었다. 그러나 폐기용 노후 선박을 활용하면서 희망의 빛을 보았다. 기술력도 부족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창업 4년 만에 당시 상공부로부터 조선용 기자재 전문 제조기업으로 승인받았고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해더파워웨이만의 경쟁력은 ‘일식(一式) 제작 방식’이다. 별도 조립 과정 없이 선박에 탑재하기만 하면 된다. 덕분에 가격, 품질, 납기일 등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구 회장은 “관련 부품의 대부분을 직접 동시에 제작, 조립, 납품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해덕파워웨이가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기술력도 한몫했다. 러더는 그 크기나 모양에 따라 조정 성능에 차이가 난다. 해덕파워웨이 방향타는 중심을 잡아주는 20m 길이의 스톡을 0.3mm 이내 오차 안의 범위에서 제작할 수 있는 초정밀 기술력을 갖췄다. 30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특허도 획득했다.

구 회장은 사람을 가장 중시한다. 회사를 발전시키는 핵심 원동력도 ‘사람’이고 제품을 거래하고 투자하는 주체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신뢰’는 그의 생명과도 같다. 그는 제품을 공급한 이래 한 번도 납기를 어기거나 하자가 없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대형 조선업체들로부터 우수 협력업체로 지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금까지 내수에 치중했다면 이젠 해외로 본격 눈을 돌릴 생각이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올해 1월 중국 법인 설립 및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최근 급성장한 중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 STX메탈과 첫번째 신호탄은 이미 쏘아올려 졌다. 중국 합작 법인 설립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구재고 회장의 ‘달인 필살기’

■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제작기술 개발
■부품의 국산화 실현으로 틈새시장 선점
■최고의 품질과 납기 준수로 협력업체 신뢰 확보
■고객과 직원 만족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 중심 경영

전민정 기자 puri21@
정백현 기자 jjeo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