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손대면 다 망한다!” 어느새 국민들의 뇌리에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은 ‘화두’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를 기가 막힌 방법으로 망가뜨리고 계신다.

굳이 모르는 분을 위해 몇 가지 소개하자면 대표적인 사례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들 수 있다. 단통법은 올해 정부가 손댄 업적(?) 가운데 단연 최고로 뽑힌다.

법을 입안하고 통과시킨 국회는 “왜 이런 법을 추진하고 있어!”라며 화를 내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법 시행 초기 “이게 아닌데···”라다가 나중에는 “차차 좋아지고 있다”고 현실 도피적인 발언만 내놓고 있다.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발언과는 달리 이후 ‘아이폰6 대란’과 ‘불법 보조금 사태’ 등 국민들만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소비자를 지칭하는 인터넷 조어)’이 돼 화를 삭이는 중이다.

‘도서 정가제’도 빠질 수 없다. ‘제2의 단통법’으로 불리는 도서정가제는 경쟁력을 잃은 온라인 서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지난 10월에는 정부가 국민의 아이디어를 훔치려다 들킨 사건으로 온라인이 뜨거웠다. 인디음악 소개와 뮤지션 정보를 제공해온 인디스트릿에 정부가 제휴를 요청하더니 결국 인디스트릿을 그대로 카피해 정부가 운영하겠다고 해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게임산업과 관련된 사건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마약으로 치부하고 셧다운제(청소년의 온라인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법)를 도입한 결과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중국의 텐센트를 위시한 다른 나라의 제물로 전락해 버렸다.

지난 11월 폐막한 ‘지스타 2014’에서는 영국과 독일 정부가 고위관료까지 내세워 국내 게임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대한민국의 게임업체를 자국에 유치하면 경제발전의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K-IDEA)와 공동으로 900개 국내 게임회사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게임회사를 계속 꾸려 가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이 충격적이다. 무려 80.5%의 기업들이 ‘정부지원 및 세금감면 등 혜택이 주어지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싶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게임은 마약과 같은 4대악’이라고 치부하던 게임산업에 정부가 지원한다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게임산업 진흥 중장기계획’과 ‘이스포츠 진흥 중장기계획’을 통해 게임산업에 5년간 2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병주고 약주나?’, ‘정부가 마약과 같은 중독사업에 손을 대나?’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과징금 55억원을 부과해 또 다시 ‘정부의 손길’ 논란이 일고 있다.

양사가 자사나 계열사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했다는 죄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J CGV는 영화 'R2B리턴투베이스'(배급 CJ E&M, 2012년 8월 개봉)에 대해 유사한 작품의 흥행 실적이나 시사회의 평가에 비춰 적정 스크린 수보다 많은 스크린 수를 편성했다. 또 영화 '광해'(2012년 9월 개봉)를 좌석점유율 등이 경쟁 영화보다 떨어지면 종영하거나 스크린 수를 줄여야 하지만 이와 달리 계속해서 연장 상영했다는 점을 들어 과징금 32억원을 부과 받았다.

롯데시네마는 흥행률이 떨어지는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시네마와 동일법인 소속)가 배급한 영화 '돈의 맛'(2012년 5월 개봉)에 흥행률이 높은 신작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보다 3배 많은 스크린을 배정했다. 또 흥행순위 7위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음치클리닉'(2012년 12월 개봉)을 각 극장에서 제일 큰 스크린에, 흥행 순위가 높은 다른 배급사의 영화는 작은 스크린에 배정한 죄로 과징금 23억원을 부과 받았다.

언뜻 참으로 공정한 공정위처럼 보인다. 국민들이 자신이 볼 영화를 못 고를까봐 친절하게 스크린과 상영관까지 선정해주다니. 더불어 영화관이 손해볼까봐 흥행이 안 되는 영화는 빨리 내리라고 지침까지 준다.

도대체 정부가 국민들을 얼마나 바보로 보는 걸까 싶다. 핸드폰을 더 비싸게 사도록 법을 개정하고, 인터넷 서점을 문 닫게 만들고, 민간 사이트를 도용해 가고,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게임을 마약 취급하더니 이젠 다시 육성한다고 한다. 거기에 이번엔 국민들이 선택할 영화까지 조절하려 든다.

국민들도 재미있는 영화는 스크린 수가 적어도 많이 보고 재미없는 없는 영화는 아무리 스크린이 많아도 안 본다. 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함께 요청해 재상영하도록 할 줄 안다.

영화관이 흥행이 안 되는 영화를 오래, 많은 스크린에 걸어도 그건 그네들이 손해 보는 일일뿐이다.

공정위의 판단대로라면 흥행이 안 되는 영화나 관객 수가 적은 독립영화 등은 아예 스크린 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영화관도 운영하지 말고 제작도 하지 말아야한다.

투자는 이익을 내기 위한 행위며 기업은 수익을 최고의 선으로 지향한다. 그것이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기업가 정신이며 활동이다.

국가가 나서서 하나하나 제재하고 조정한다면 과연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국가가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국민이 피해입고 손해 보는 일들에 대해 나서서 조정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감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에 대한 불복이 높은 이유를 부과대상 판정기준의 미비, 부과기준의 모호성, 과징금 산출 근거 미제시 등에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법의 위법행위 구성요건이 너무 추상적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통법, 도서정가제, 게임 셧다운제를 비롯해 블루투스 셀카봉 논란, 전자결제 규제 등 정부의 규제는 결국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음을 새삼 돌아봐야 한다. 그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 좋은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