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모가 크고 시장 지배력도 높은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이 거래하거나 특정 시장을 놓고 경쟁할 경우 때론 불공정 행위가 벌어지곤 합니다. 가령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납품 의뢰를 받아 제품 생산에 들어갔는데 대기업이 갑자기 별 이유도 없이 주문을 취소해 버리면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되겠죠. 또 대기업이 압력을 가해 납품하는 제품이나 부품 가격을 강제로 낮춘다든지 중소기업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부당하게 빼내 간다든지 해도 큰 문제가 됩니다. 유통 분야에서도 이런 불공정 관행은 적지 않죠.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자사 매장에 입점한 중소 제조업체나 유통 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율을 갑자기 엄청나게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가맹점) 계약을 맺고 점포를 열었는데 본사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하거나 턱없이 많은 인테리어 비용을 받는 것도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어요. 세계 각국은 법을 만들어 이런 불공정 거래를 막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공정거래법)’이 시행되고 있어요. 공정거래법은 크게 △불공정 거래의 금지와 △경제력 집중(경제력이 대기업으로 몰리는 현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몇몇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독과점을 억제하고, 경쟁을 제한하거나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규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죠. 

자유로운 경쟁 질서는 기업 체질을 강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해 국민경제를 균형 있게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을 개선, 우리 경제를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로 만드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요. 대기업의 부당 단가 인하, 부당 발주 취소, 부당 반품, 기술 탈취 등 하도급 4대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보급하며, 대형 유통업체의 비정상적인 유통 관행도 없애 나가고 있습니다. 또 백화점 등 대형 유통 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이나 판매촉진비(마케팅비)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지난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장 임대차 계약에 필요한 표준거래계약서를 제정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요. 가맹점 사업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점포 환경 개선 비용을 분담하게 하거나 심야영업을 강요하는 일 등도 금지할 계획이에요. 

공정한 경쟁은 시장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경쟁이 공정해야 경제주체들이 그 결과에 모두 승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조직’이라고 여기는 건 금물이에요. 우리나라에선 ‘대기업 = 악, 중소기업 =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팽배한데 기업을 규모에 따라 선과 악으로 구분해 판단하는 건 결코 옳지 않다고 할 수 있어요. 대기업 중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는 기업들이 많고,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불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들이 없다고 할 수는 없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 배에 탄 공동 운명체’입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중소기업이 만드는 부품이 경쟁력이 없다면 이를 중간재로 가져다 쓰는 대기업도 뒤처지겠죠.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면 협력 중소업체의 경영도 어려워지는 법이에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공정거래법)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질서를 확립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고 소비자를 보호, 국민경제를 균형 있게 발전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23호 기사입니다.
아하경제신문 바로가기(www.aha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