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미래학회는 영성이 이성과 지식의 다음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30년 글로벌 지식사회와 글로벌 시민사회로 변하고, 2050년부터 영성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존 나이츠비츠는 “영성은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성함을 경험하는 것과 그것을 경험하려는 욕구의 전부다”라고 말했다. 또 워싱턴대학 윌리엄 하랄 교수는 “2020년 정보시대가 끝나고 지식 이상의 가치와 목표를 중시하는 영성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영성은 신적 존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말한다. 정서적 안정, 심리적 편안함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메말라버린 감정을 깨우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예컨대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인간의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만큼 심리에 대한 탐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기술 발달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 중심의 본성 회복과 정신적, 감정적 안정 추구는 시대의 요구인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영성경영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영성경영을 기업 경영전략에 활용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은 시작됐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원이 ‘CEO가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을 선정했는데, 영성과 관련된 책을 포함시켰다. 영성이 인간의 활동과 우선순위, 소비 패턴과 조직 역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성경영을 통한 조직 관리는 소비자의 욕구를 자연스레 충족시키는데 유리하다. 원활한 소통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감성적 제품의 생산을 돕는다. 또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 꼽히는 MK택시는 조직원의 영성 수련을 기업전략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감성이 풍만해진 직원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했고, 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의 스티스 잡스는 소비자를 감성과 영성을 지닌 존재로 파악,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팟과 아이폰을 만들어 냈다. 제품 생산을 위해 조직원과 소통을 강조했고, 마음을 열고 진실한 대화를 나눴기에 가능한 결과다. 영성경영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도 기업 전략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다만 방법과 인식의 차이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이다.

지난 12월 SK텔레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준호 SK에너지 사장은 ‘제1회 평화가족 경영영성 심포지엄’에서 “기업 가치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경쟁의 윤리적 기준에 따른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보여주기식 활동이 아닌 함께 정서를 교류할 수 있을 때 소비자와 기업 모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흘린 땀은 개인의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도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