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롯데물산 대표이사,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이사, 이동우 롯데월드 대표이사,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이사가 기사회견이 끝난 후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롯데그룹이 드디어 사과했다. 17일 11시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롯데물산 이원우 대표이사는 “앞으로 롯데 그룹은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모범적인 안전 진단과 조치를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함께 나온 롯데건설 김치현 대표이사, 롯데월드 이동우 대표이사, 롯데시네마 차원천 대표이사도 나와 90도로 인사를 하며 사과했다.

 기자회견에서의 사과는 지금까지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있었던 롯데의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롯데는 대부분의 사고에 대해 마치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데 너무 예민한 것 같다는 투로 대응하곤 했었다. 공식적으로 언론에 나왔던 1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벌어지고 근로자 3명이 사망해서야 드디어 그 높은 콧대가 숙여졌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사건, 사고들은 다음과 같다.

 

날짜
사고 내용
2013. 06. 25
43층에서 거푸집 장비 무너져 인부 1명 사망, 5명 부상
2013. 10. 01
11층에서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파이프 떨어져 행인 1명 부상
2014. 02. 16
47층 컨테이너에서 화재
2014. 04. 08
12층 옥상에서 배관 이음매 폭발로 인부 1명 사망
2014. 10. 27
롯데월드몰 5,6층 바닥 균열 발견
2014. 10. 30
롯데월드몰 4층 금속 구조물 떨어져 직원 1명 부상
2014. 11. 04
롯데면세점 천장 및 에비뉴엘 5층 바닥 균열 발견
2014. 11. 09
롯데시네마 14관 스크린 및 좌석 진동
2014. 12. 09
아쿠아리움 수도 7cm 균열로 누수
2014. 12. 10
롯데시네마 14관 소음 발생 및 스크린, 좌석 진동
2014. 12. 17
롯데월드몰 8층 콘서트홀 비계 해체 중 추락(추정)으로 인부 1명 사망

 

 이 밖에도 최근 잠실역의 지하 주차장에 물이 새는 현상도 제2롯데월드의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임시 개장 전부터 문제가 돼왔지만 아직도 누수는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홀로 인해 잠실을 지나는 지하철 9호선 및 송파구청의 백제 고분로 주변 5개 건물이 기울어진 사건 등 큰 범주에서 보면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롯데월드 측은 이런 사고들에 대해 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개장 후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 균열이 발생해도 일명 ‘디자인’이라는 공식 해명에 네티즌으로 부터 야유 섞인 조롱을 들었다. 한편으로는 바닥의 균열을 ‘소비자들이 불안해한다’는 명목 하에 콘크리트로 덮어 없애버렸다. 디자인 치고는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아쿠아리움 누수에 대해서도 ‘수족관에서는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겁쟁이로 만들었다. 그러나 삼성동 코엑스와 63빌딩에 위치한 아쿠아리움 측은 설립된지 각각 14년, 27년째지만 누수가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누수 사태를 보고 63빌딩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안전 점검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제2롯데월드의 아쿠아리움은 15만4000볼트가 넘는 특고압의 변전소 바로 위에 지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 측은 누수가 일어나도 변전소 쪽으로는 물이 새지 않도록 경사를 만드는 등 신경을 썼다고 설명한 바 있지만 전문가들은 누수의 양이 많아지면 변전소까지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국에서도 변전소 위에 수족관이 지어지는 사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인부 사망에 대해서도 꺼림칙한 일들이 겹쳐있다. 인부가 추락하자 119가 아니라 롯데월드 지정 병원에 연락해 이송한 것이다. 제2롯데월드와 지정병원보다 119가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데도 말이다. 사망한 인부의 동료 2명은 잠적해 사고가 한참 지난 후에야 연락이 가능했다. 이에 롯데건설의 석희철 본부장은 병원 이송 건에 경우 현장에 있던 안전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의거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평소 안전 메뉴얼과 인부 관리에 대한 질타를 받아야 했다.

 서울시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인부 사망 사건으로 인해 제2롯데월드의 영화관과 수족관 영업은 일지 중지됐지만 최근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사용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고려한 바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를 중시해서 나온 결정인지, 대기업을 의식한 결정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 없는 조치에 불안감을 떨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변 아파트의 거주민 중 일부는 "집에 갈 때마다 보이는 제2롯데월드 때문에 아파트까지 피해를 볼까봐 불안하다. 이사까지 고려 중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는 이번 간담회 내내 거듭 ‘안전’을 강조했다. 그 어느 기업보다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안전'에 대한 모범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형식적인 '안전 조치'만을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한 바 없다. 개장 전 안전 논란을 평화의 상징 '러버덕'이 덮어버렸듯이 언제 또 제2의 러버덕이 나와 제2롯데월드의 이미지를 변화시킬지 모르는 일이다. 제2롯데월드의 연달아 일어나는 사고들에 대해 한 택시 기사가 언급한 말로 기사를 마무리 지을까 한다. “진짜 안전을 생각하려면 공사 중인 건물을 연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개인 사업자가 공사 중인 건물을 연다고 하면 누가 열어주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