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인사이더가 발표한 '2014 글로벌 IT 시장 최악의 실패작' 결과가 화제다. 대부분의 언론은 아마존의 파이어폰이 올해의 실패작(The biggest flops) 1위에 랭크됐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저물어가는 연말을 '흐뭇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은,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가 무려 4위에 랭크됐다는 점이다. 물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절대적인 공신력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심상치않은 타이젠 분위기를 고려할 때 현재 우리는 아마존 걱정보다 삼성전자의 위기에 더욱 집중해야 할 판이다. 이를 포함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선정한 최악의 실패작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분석해 보자. 누구 마음대로? 이코노믹리뷰 마음대로!

▲ 출처=아마존

1. 아마존의 파이어폰
19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만든 아마존의 야심작, 파이어폰이 최악의 IT기기에 뽑힌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투박한 디자인에 비싼 가격, 평준화된 성능에 지나친 3D 디스플레이 강조까지.다이내믹 퍼스펙티브 인터페이스를 장착하고 전면 120도 시야각을 지원하는 특수 카메라도 파이어폰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현재 아마존의 파이어폰은 재고만 8000만대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단말기 가격을 내리는 한편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일말의 기대를 놓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현재 상황으로만 보자면 파이어폰의 실패는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비록 '포악한'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제프 베조스는 '천재'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전략의 귀재다. 그가 아무 생각없이 저물어가는 파이어폰의 운명을 부정하며 몽니를 부릴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파이어폰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도 꾸준한 분석이 나왔지만, 사실 파이어폰은 이용자를 '아마존의 노예'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정지작업 중 하나다. 물론 스마트폰 생태계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일단 파이어폰의 숨은 의도는 결국 아마존 생태계에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는 것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이어플라이 기능이다. 책이나 DVD, QR코드를 카메라로 비추면 아마존에서 자동으로 상품을 골라서 구매까지 지원하는 본 기술은 사실상 아마존 특화 플랫폼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기조를 끌고 가며 아마존의 에코와 같은 스마트홈 기술들이 탄력을 받으면, 향후 현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파이어폰이 등장할 수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부터 드론, 물류, IT 인프라에서 치명적인 잠재력을 보유한 곳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며, 파이어폰은 생태계 전략의 한 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래까지 실패할 것이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2. 킹 디지털의 IPO
최근 국내 게임사와 치열한 지적 재산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킹 디지털은 캔디크러쉬 세가로 유명한 영국의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단말기용 게임 메이커이다. 이들이 IPO는 거의 재난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거래가격은 주당 22.5달러(약 2만4300원)로, 당초 회사가 제시했던 공모가 범위인 21~24달러의 중간 가격이기 때문이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를 재앙으로 묘사했으나 국내언론은 '대박'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3. 페이스북의 슬링샷
스냅챗을 인수하지 못한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출시한 슬링샷은, 당연히 최악의 IT기기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휘발성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쉬워보여도 의외로 복잡한 시장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스냅챗 인수가 불발된 이후 비슷한 메신저인 포크를 런칭했다가, 이를 조기종료하고 다시 슬링샷을 출시한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최근 페이스북이 게시물의 자동삭제 기능도입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린다는 점이다. 슬링샷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자체 휘발성 기능을 준비한다는 점은, 역으로 슬링샷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4.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2와 기어핏, 그리고 기어S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미래는 어떨까? 엄밀히 말하면 암울하다. 내년 1월 출시예정이 유력한 애플의 애플워치를 고려하면 더욱 암담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슬퍼할 필요가 없다. LG전자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워치는 유수의 평가단체로부터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의외로 판매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가 웨어러블에 가깝고, LG전자의 스마트워치가 시계에 가깝다며 서로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으나, 이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최근 발표한 ‘스마트워치 매력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는 타이젠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인 것이 '충격'이다. 불현듯 최근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향후 타이젠 관련 로드맵을 물었을 때, "별다른 계획이 없어요"라고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개발자 회의까지 열며 타이젠 몰이에 나서며, 다양한 로드맵을 발표하던 불과 몇 달전의 삼성전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최근에는 인도에서 출시가 유력하다던 삼성전자의 타이젠 스마트폰 소식도 잠잠한 편이다. 원래는 러시아였는데, 지금 러시아는 푸틴폰으로 불리는 요다폰 소식으로만 도배됐을 뿐이다. 오래전 서비스가 중단됐을줄 알았던 바다OS가 최근에야 공식적으로 생명을 다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타이젠에 아무런 계획이 없어 보이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다소 충격적이다.

▲ 출처=삼성전자

그런데 왜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를 논하며 타이젠을 말하는가? 타이젠은 스마트폰을 넘어 삼성전자의 가전, 즉 사물인터넷 기반의 웨어러블 기술에 있어 핵심적인 생태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타이젠을 무기로 스마트홈에 승부를 거는 방향이 대승적으로 옳다. 실제로 삼성전자도 그렇게 방향을 잡은 듯 보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타이젠을 길을 잃었고(벌써 볓 번째인가)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홈도 덩달아 미아가 되어 버렸으며, 그 정지단계인 스마트워치는 최악의 IT 4위에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사물인터넷에 방점을 찍는다고 천명했는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

5. 클링클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 트리오가 야심차게 선택한 모바일 결제 클링클. 벤처 캐피털 회사 액셀파트너스 설립자 짐 브레이어가 주축이 되어 제2의 페이스북을 만들자는 야심찬 시도가 벌어졌지만, 결과적으로 클링클은 실패했다.

인텔과 인튜이트, 페이스북의 전(前) 최고운영책임자(COO) 오웬 반 나타,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이오프, VM웨어 공동설립자 다이앤 그린과 멘델 로젠블룸이 포진한 화려한 투자자 군단과 스타트업에게는 과분한 287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모였으나, 현재 이는 거의 와해된 상태다. 상용제품은 나왔으나 곧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사회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6. 버라이즌의 IT사이트 슈가스트링
버라이즌의 IT사이트 슈가스트링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스트리밍을 이용한 신규 IT 뉴스 사이트로 볼 수 있는데,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플랫폼에서 논의된 망 중립성 논란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망 중립성 논란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별로 얻은 것 없는 껍데기 축제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심지어 망 중립성 이야기가 오갔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7. 트위터 주가
우버에도 밀린 트위터. 주가는 더욱 참담한 수준이다. 올해 트위터의 주가는 무려 85%나 빠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트위터는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물론 페이스북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지만.

8. 구글글래스
바지선 철수 및 체험캠퍼스 종료, 디스플레이 문제에 사생활 침해 논란과 배터리 및 사양에 대한 지적까지. 심지어 구글글래스가 정신병까지 야기한다는 보고서가 등장할 정도다. 이제 구글글래스는 대폭 축소되어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강현실의 대중화는 무서운 파급력을 일으킬 수 있다.

9. 젤리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비즈 스톤이 새로 창업한 젤리는, 모바일 크라우드 기반의 질의응답 앱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으나 현재는 거의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회사 이름에 맞게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은 영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의 스타일로 해저처럼 만들며 톡톡튀는 상상력을 보여줬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현재 비즈 스톤은 다른 사업 구상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8명의 직원은 어디로 이직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10. 데이비드 플루프의 우버 입성
우버의 브랜드 네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데이비드 플루트가 구원투수로 등장했으나, 그는 우버를 이용해 자신들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기자들을 스토킹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답변을 내놓으며 스스로 자폭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버 논란에서 그가 중요한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 외에도 버그투성이 애플iOS8.0.1, 호사가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 애플 아이클라우드 사진 유출사건, 루퍼트 머독의 야심찬 타임워너 인수 시도 및 속편은 본편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오래된 격언을 몸소 보여준 스윙 콥터, 운동 열심히 하라는 MS의 피트니스트래커 밴드가 각각 순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