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제작한 제품이 사전동의없이 무단으로 타 매장에 전시되면 어떻게 될까? 사실상 범법행위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그것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의 기치를 걸고 벌어져 눈길을 끈다. 다소 황당한 본 사건의 주인공은 최근 아이 엄마들을 대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키두의 어린이용 안전벨트 허그돌이며, 주연은 롯데 창조경제 마트 입정을 사실상 관리하는 아이디어 제품 큐레이션 커머스, 무대는 롯데마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롯데 창조경제 마트다.

창조경제 마트는 디자인 혁신이나 기술 융합 및 아이디어를 통해 편의성을 높인 개인 창업자, 중소기업의 창의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며, 지난 9일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에 처음 문을 열었다.

사건의 발단은 키두 관계자가 롯데 창조경제 마트를 방문하며 시작됐다. 키두가 다년간의 노력을 기울여 최근 상품화에 성공한 허그돌이 롯데 창조경제 마트에 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키두가 자사의 허그돌을 롯데 창조경제 마트에 입점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황당한 사실은, 허그돌 옆에 ‘판매 준비 상품’이라는 팻말과 더불어 ‘창조경제타운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생산된 창의 상품입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는 점이었다.

▲ 롯데 창조경제 마트에 입점한 허그돌. 출처=키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일단 키두측은 “허그돌의 롯데 창조경제 마트 입점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허그돌은 창조경제타운 아이디어 공모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자사의 제품이 롯데 창조경제 마트에 진열됐다는 뜻이다. 다만 문제의 단서는 인지하고 있었다. 키두측은 “롯데 창조경제 마트를 관리하는 제품 큐레이션 커머스 온라인에 허그돌이 입점해 있으며, 지금까지 음으로 양으로 롯데 창조경제 마트 입점을 제안받은 바 있다”며 “당시 백화점 입주에 집중하고자 이를 거절했는데, 갑자기 커머스쪽에서 허그돌을 대량 구입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허그돌을 제작한 키두의 의사를 무시하고 롯데 창조경제 마트를 사실상 관리하는 커머스쪽이 무단으로 제품을 전시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키두가 창조경제타운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제작됐다는 식으로 정보가 왜곡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 창조경제 타운을 관리한다는 커머스의 입장은 어떨까? 일단 커머스 측은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문제가 된 ‘창조경제타운 아이디어 문구’는 커머스의 잘못이 아니라 롯데의 잘못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커머스측은 “결론적으로 롯데 창조경제 마트에 키두의 허그돌이 입점된 것은 명백한 실수지만, 문제가 된 팻말은 롯데측에서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롯데의 답변은 달랐다. 롯데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롯데 창조경제 마트의 관리는 우리가 직접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롯데 홍보실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팻말도 커머스가 제작한 것이 된다.

결국 문제는 커머스와 롯데의 주장이 배치된다는 점이다. 커머스는 관리감독의 축이 롯데에 있다는 입장이며, 롯데는 롯데 창조경제 마트가 커머스의 관리감독에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키두의 허그돌 진열논란 중 가장 심각한 대목이 ‘창조경제타운 아이디어 공모’라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현재 키두 관계자의 반발에 허그돌은 롯데 창조경제 마트에서 빠진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우선 창조경제타운이라는 아이디어 뱅크를 돋보이게 하고자 관리를 맡은 주체들이 주먹구구식 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커머스쪽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키두를 설득했다면, 그리고 키두의 허그돌을 무단으로 롯데 창조경제 마트에 진열하지 않았다면 이번 논란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희박한 인식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타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려 ‘국정철학’이나 되는 창조경제의 배경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은, 역으로 우리사회에서 지적 재산권 보호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창조경제타운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후 입장이 정리되면 후속취재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