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에도 불행하지만 ‘화폐전쟁의 가속’ 그리고 ‘에너지 전쟁’, ‘신기술 전쟁’ 이렇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에너지 전쟁은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화폐전쟁은 서서히 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차원이 다른 신기술 전쟁은 향후에도 계속될 진행형입니다.

지난 3년간 미국, 일본, 유럽이 찍어낸 통화는 대략 6000조원 규모, 그리고 최근 다시 잇따르고 있는  일본과 유럽의 통화공급이 대략 600조원. 여기에 중국까지 합치면 700조원의 돈이 더 풀릴 듯합니다. 물론, 이제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이머징마켓 국가들도 통화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대략 800조원. 6000조원이 7000조원으로 바뀔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와 나머지 국가의 통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들 국가의 통화공급량은 이들이 앞서 공급한 통화량의 10년 치를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지금 세계는 통화공급 남발로 돈의 가치가 사실상 바닥이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잘나가는 미국 경제로 달러만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차피 통화가치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미국 달러만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거품이 잔뜩 끼고 있습니다.

원자재가격과 금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경기 회복에 대한 실망과 이머징마켓을 비롯한 나라들의 강대국 부양책에 대한 몸살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유럽은 소비심리 회복이, 미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침체일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동 등의 소비심리 침체가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원유 등 가격 하락으로 이들 산유국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으니 소비시장이 살아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미국만 소비가 살아날 뿐입니다. 하지만 학습효과로 쏟아부은 통화량에도 훨씬 못 미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석 달 전에 포문을 연 에너지 전쟁은 중반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지난 3년 전 셰일가스의 본격생산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전쟁은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는 산유국의 반격, 엄밀하게 말하면 원유 강국인 사우디의 반격인 셈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석유 증산은 이슬람국가(IS)를 견제하려는 의도와 셰일가스의 생산증대를 방어하려는 이중 포석입니다. 사우디의 반격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단합은 무너졌습니다. 서로의 입장차이 때문입니다. 석유를 증산해도 비축한 체력으로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는 사우디와 하루 생산해서 하루 먹고 사는 구조인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이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우디의 의도대로 시장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지난 석 달간 국제유가는 100달러대에서 60달러대로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표현처럼, 40달러대의 유가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의 산유국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아직 강경합니다. 셰일가스를 증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원유와 셰일가스의 전쟁이 언제 끝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내년에는 사우디를 제외한 산유국들의 경제난이 가중돼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생각해두어야 합니다.

기술전쟁은 차원을 바꾸는 전쟁으로 확산될 전망입니다. 경제가 척박해질수록 차원이 다른 기술로 승부하려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의 퇴조, 무엇이 이를 대체할까요.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저가폰의 등장으로 치킨게임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이전 치킨게임과 다른 양상은 프리미엄 제품 주도 업체들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를 대체할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가 도래하는 것입니다. 내년 IT 시장은 복잡다단한 양상을 보일 겁니다. 신제품 출시가 어느 해보다 많을 겁니다. 하지만 신제품을 모두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대기업들이 모두 독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이들 기업이 사들인 기업들을 한번 종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방위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도입니다. 

결론은 2015년은 그야말로 ‘정글’이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강대국들이 제 살길을 찾기 위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신제국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침없이 공략하는 그런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일 세상이 열리는 겁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열립니다. 고정화된 편견은 버리는 게 상책입니다. 그동안의 패턴도 잊어버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이미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로 미국이 자신의 문제점, 특히 치부였던 모기지를 덮기 시작하면서 오버가 시작되더니 셰일가스로 질서가 무너졌습니다. 과잉 양적완화로 화폐 찍어내기 전쟁이 시작되고, 에너지 전쟁 그리고 자원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해에는 에너지 전쟁에 휩쓸리고 화폐전쟁에 치이고 있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남미, 에볼라로 지금은 정신이 없지만 조만간 문제가 될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권의 이머징국가들이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여전히 애매합니다. 불행히도 돌파할 강점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용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살벌한 전쟁터에서 위기 불감증은 여전합니다. 올해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 같은 살벌한 현실 인식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대책으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우선 시장주체부터 풀어줘야 합니다. 규제혁파만이 정답입니다. 말뿐인 규제혁파는 필요 없습니다. 더 늦추게 되면 답이 없습니다. 위기가 다가오기 전에 경제에 올인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