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TV 광고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Korean Air” 시리즈가 유달리 생각이 난다. 이 광고를 ‘대한항공 램프리턴 사태’ 사태에 빚대어 패러디하면 “땅콩리턴 조현아, 어디까지 갈까? Korean Air”가 될 것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 갑질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스카이패스=대한항공패스’라며 불매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소위 ‘땅콩 리턴’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번 ‘대한항공 램프리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출처=대한항공

하나의 사건 전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 유사한 사례를 되짚어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한항공 램프리턴 사태’는 일명 ‘슈퍼갑질’이 ‘을’에게 커다란 모욕감을 줬다는 측면에서 작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파문과 닮아있다. 남양유업의 젊은 직원이 나이가 지긋한 대리점 주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된 사건으로, 이로 인해 남양유업은 파렴치한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이후 밀어내기 등의 추가적인 ‘갑질’이 드러나면서 거의 모든 언론과 누리꾼들은 ‘남양유업이 망할 때까지’란 신념으로 비난을 이어갔다.

남양유업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로 시가총액이 8,000억 원이 넘는 초우량 기업이었다. 하지만 9일 현재 주가는 657,000원에 시가총액 4,730억 원으로 거의 반토막 난 상태다. ‘욕설 파문’에 대한 남양유업의 부적절한 대처가 결국 3,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대리점 주들에게 제품을 떠넘긴 혐의로 남양유업 임직원 28명이 기소되었고, 조세 포탈 혐의로 회장이 기소되는 비운을 맞았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갑’은 스마트폰으로 중무장한 ‘을’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세상의 그 어떤 누구도 ‘갑’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을’이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필자가 보는 남양유업 온라인 위기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감동’과 '스토리‘의 부재다. 남양유업의 사과방식과 상생방안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범위였다. 언론과 누리꾼들의 허를 찌르는 파격적인 감동도 없었고, 그 시기 또한 놓친 것이다. 남녀사이에도 ‘뻔한’ 선물은 감동이 없기 마련이다.

온라인 위기관리에서 무조건적인 사과와 상생방안이 능사는 아니다. 예컨대 남양유업이 절대 악(惡)일리는 만무하다. 남양유업 대리점의 매매는 수많은 타 프랜차이즈 대리점들 중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우량 대리점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대응논리(스토리)를 만들어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와 상생방안은 오히려 역풍을 가져왔다. 이 외에도 남양유업은 문제가 된 욕설 녹취 파일의 생성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가지고 파고들었어야 했다.

그럼 대한항공의 온라인 위기관리를 논해보자.

우선, 대한항공은 ‘땅콩 리턴’사태에 대한 온라인 위기관리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 항공 매뉴얼은 있겠지만 온라인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둘째, 대한항공의 공식 사과문은 그야말로 ‘맹물’이었다. 공식 사과문에 대해 누리꾼들은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사과문이라며 폄하했고, 대한항공 노조원이 비아냥거리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땅콩 리턴'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9일 임원회의에서 용서를 구하며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이것도 ‘무늬만 퇴진’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번 사건이 남양유업의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미 대한항공의 오랜 염원인 ‘경복궁 옆 특급호텔 프로젝트’ 물거품 기사마저 나오고 있다. 자칫 언론과 누리꾼들의 칼날이 조현아 부사장은 물론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땅콩리턴 조현아, 어디까지 갈까? Korean Air

대한항공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진정성이 담긴 ‘감동’과 ‘스토리’를 가지고 국민 앞에 겸허하게 서야한다는 것이다.

기고 : 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