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넥스트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NHN 넥스트는 네이버가 '일반 사용자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해 10년간 1천 억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로 설립한 교육기관이며, 최근까지 소프트웨어 발전에 있어 요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최근 NHN 넥스트가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는 조직개편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NHN 넥스트가 유닛 중심의 조직개편 소식이 알려지자 SNS를 중심으로 일부 교수 및 학생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쟁은 정체성 논란으로 불거지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 NHN 넥스트는 넥스트 인스티튜트를 해체하고 유닛을 중심으로 삼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교수 직함은 일괄적으로 연구원으로 변경됐으며 기업가정신 같은 전공도 사라졌다.

반발은 상당하다. 변화를 문제삼는 이들은 NHN 넥스트가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창조공간의 지위를 스스로 버리고 교육철학도 저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현장형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지난해 9월 이사장으로 취임한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을 겨냥한 성토도 빗발치고 있다.

▲ 출처=NHN 넥스트 캡쳐

냉정하게 살펴보자

NHN 넥스트의 변화를 문제삼는 이들의 주장을 유심히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짚히는 맥락이 있다. 바로 ‘이상과 사랑’이다. 이들은 창조적 소프트웨어 공간인 NHN 넥스트를 끔찍이 사랑하며, 또 아끼고 있다. NHN 넥스트의 비전과 뜻을 자신에게 체화시켜 온전히 공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중심으로 삼는 NHN 넥스트의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NHN 넥스트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학생이 가장 중요한 주체이지만, 그 만큼 중요한 주체는 미래의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NHN 넥스트의 변화는 차갑게 생각해야 한다. 사업 중심의 조직변화는 차치하더라도, NHN 넥스트가 이러한 변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뜻은 깊이있는 교육과 외연확장을 의미한다. 국내의 열악한 소프트웨어 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키워드와 일맥상통하며, 가장 중요한 분야로 여겨진다. 물론 NHN 넥스트의 입장도 비슷하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발전하기 위해 깊이가 있는 대학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모든 논란의 근원지가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반발하는 이들은 이상과 사랑을 바탕으로 NHN 넥스트의 변화를 꺼리고 있으나, 어쩌면 이러한 변화는 성장통일 수 있다. 깊이와 외연확대를 위해 냉정한 사업적 논리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 기회비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사랑이 충만한 나머지 조직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 필요하다. 또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에 매몰되어 지나친 이상론을 펼치는 것은 아닌가도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중단되어야 하지만, 자연을 활용하지 않고 현재의 문명을 영위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차분하게 생각할 문제다.

NHN 넥스트의 교육철학이 바뀌는 분위기를 성토하는 대목도 있다. 사업 중심의 마인드로 NHN 넥스트가 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핵심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NHN 넥스트는 설립 당시부터 현장형 교육을 지향했던 곳이다. ‘현장형’이라는 단어가 ‘공장식’이라는 단어와 겹치며 획일적인 개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으나, 이는 엄밀히 다르다.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은 상황의 불확실성에 기반을 둔다. 어쩌면 변화무쌍한 소프트웨어 시장에 가장 어울리고, 또 가장 적합한 모델이 현장형이 아닐까. 판에 박힌 방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형 교육이 사업성으로 고스란히 비춰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허심탄회하게 생각하자

하드웨어 전문가도, 소프트웨어 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NHN 넥스트 사태는 이러한 분야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봐야 실제적인 화두가 보이지 않을까?

NHN 넥스트는 조직개편으로 실제적인 모델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지나친 사업성이다, 교육 철학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그 반대편에서는 “더 훌륭한 교육을 위한 선택이다, 교육 철학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조직개편 등 NHN 넥스트의 변화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지만, 그 명확한 지향점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양쪽의 의견이 갈리는데, 사실 이는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여겨진다.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따라가면 확실하지 않은가?

 

치명적인 상상을 한다면

NHN 넥스트 논란을 두고 대부분 언론과 대중들은 이에 반대하는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교수와 학생의 생각은 미묘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사학비리에 대항하는 교수+학생들의 영웅담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일까. NHN 관계자에 따르면 커리큘럼 변화 등에 있어 교수와 학생의 시각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이고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다. 조직의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NHN 넥스트 논란을 판단하면, 몇몇 지점에서 우려될만한 대목이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NHN 넥스트에 몸 담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조직개편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학생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상과 사랑이 충만한 나머지 소프트웨어라는 양자역학스러운 분야에 매혹되어 그 간극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힘의 논리들을 목도해 왔다. 조선시대 사극을 재연한 것 같은 정치, 돈 있는 자들의 초법적 권력, 세상을 움직이는 기분나쁜 큰 손. 이는 모두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의 위협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세상 모든 이치가 힘의 논리에 입각해 배후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NHN 넥스트의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의 혜택을, 철학의 변경없이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 ‘돈벌이 수단’이라는 구악이 스며들면 문제는 심각해지지만, 이는 조금 더 지켜봐도 충분하지 않을까. 다양한 보안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이 그 보안장치를 가다듬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의 학생이다. 이상과 사랑에 충만해 모든 것을 의심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이는 사람의 눈을 흐리게 만들수 있다. NHN 넥스트의 친절하고 진솔한 소통과, 교수 및 학생들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해 본다. 그 누구도 '악마'가 아니다.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