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홍보생활을 시작한 13년 전만 해도 가판과 시내판 신문을 비교해가며 기사를 가위로 오린 뒤 갱지에 붙이고 ‘이랬던(좌측 가판) 기사가 이렇게(우측 시내판) 수정됐다’며 경영진에게까지 보고하곤 했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인터넷 시대인 요즘에도 보고는 더욱 철저히 하겠지만, 적어도 칼질하고 풀칠하는 거룩한(?) 행위는 아마도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네요.

그래서 더욱 슬픈 일입니다. 예전에는 밤새 노력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심지어 뻗치기를 해서라도 기사의 톤&매너를 조절했지만, 이제는 바로바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올라오니 홍보맨 입장에선 정말 환장할 일이지요. 더구나 홍보실에서 채 기사를 보기도 전에 해당 뉴스를 접한 누군가가 벌써 소문을 내고 문자나 카톡으로 공유해 높으신 분에게서 역으로 전화가 오는 세상이니···뭐 할 말 다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수수방관 팔짱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할 수도 없는 것이 홍보맨의 운명이자 숙명!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걸어 놓고 구글 알리미 등에 사전 키워드를 등록해 메일로 받아보고, 지하철에서도 횡단보도에서도 커피숍과 밥집 때론 술집에서도 검색 또 검색하는 실정입니다. 마치 낚싯대에 지렁이를 걸어놓고 걸려라···하며 낚시를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이때는 좋은 기사일 경우겠죠? 보도자료 릴리즈 후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리는 설렘으로···).

얼마 전 홍보업무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3년차 정도의 후배가 필자에게 물어왔습니다. “선배님, 기사 삭제 혹은 수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제게도 알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순간 얼어붙은 필자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지만 그래도 선배 노릇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 숨 한번 들이켠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있어 보이기 위해 영어를 좀 썼지요) OO야···RM(Risk Management, 위기관리로 불리나 통상 자사에 불리한 기사를 고치기 위한 제반의 노력 행위)에는 답이 없다. 그저 열심히 할 수밖에. 물론 때에 따라서는 언론사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물리적인 행위(광고/협찬을 통한 성의 표현)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고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순간 후배의 낯빛을 보니 적잖게 실망한 표정이 보였습니다. 뭔가 해법이 있다고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방법이 있다면···완벽한 해결책이 있다면 감히 말씀 드리는데 노벨상감이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홍보맨 입장에서) 불리한 기사에 대한 조치에는 왕도가 없지요~ 그저 논리를 개발하고 사실이 아닌 경우 취재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득하고 / 찾아가고 /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라도 읍소할 수밖에요.

그게 뭐냐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며 일상사입니다.

그게 소용이 있냐고요? 물론이지요~ 기사도 기자라는 사람이 쓰는 것이고 홍보도 홍보맨(우먼)이라는 인간이 하는 것이니 상호 의사교환을 통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합니다.

당연히 취재기자의 기사를 걸러주는 데스크(부장)와의 관계도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더 올라가 보면 편집국장(보도국장)까지 가겠지요.

예전에는 신문에 사진 하나 내기 위해 필름카메라로 찍고 여러 장을 인화해 2인 1조로 한 명은 운전하고 한 명은 언론사에 직접 돌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고 문자로 알리고 있으니 훨씬 편해졌지요~ 하지만 반대로 편해진 만큼 고치기는 더욱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시대가 발달하고 편리해지고 발전할수록 우린 더욱더 근면정신을 발휘해 기자를 만나고 관계를 맺고 뛰어다니고 또 뛰고 그래야 합니다. 그저 자리에 앉아 전화 몇 통으로 부탁해서 고쳐진다면 홍보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종이지 않을까요? (전문직이란 말씀을 드리기 위함이니 우리 힘들지만 자부심을 가져 보자고요^^)

우리는 PR전문가입니다. 국내에 KAPR이라는 자격증도 있습니다. 항상 열린 마음, 깨어 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며 뛰어야겠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니 너무 단거리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긴 호흡으로 서서히 천천히 페이스 유지하며 오늘 하루도 달리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