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쇼핑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미국은 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27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시작으로 이튿날 금요일을 뜻하는 28일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와 연휴 이후 월요일을 칭하는 12월 1일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를 맞이한다.

11월초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추수감사절부터 블랙프라이데이까지의 기간동안 약 1억4000만명의 소비자가 쇼핑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NRF는 11~12월 두 달간 소매 매출액이 전년 대비 4.1% 늘어난 6199억달러(약 680조34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으며 이는 4.8%로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 전망치다.

미국 주요 증시도 이같은 연말 쇼핑특수를 앞두고 기대감을 반영하듯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지난 11월 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7%(12.81포인트) 상승한 1만7827.75를 기록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0.28%(5.80포인트) 오른 2072.83로 장을 마감했다.

여기에 유가 하락과 미국 임금 소득 증가 및 고용시장 개선 등 양호한 경제지표, 그리고 주요 유통업체들의 활발한 프로모션도 미국인들의 소비를 한층 더 부추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들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80달러를 하회하는 등 올해 하반기 이후 유가는 하락해 왔다. 11월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월물 인도분 WTI 선물은 전일 대비 배럴당 0.40달러 하락한 73.69달러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예비치보다 0.4%포인트 올린 3.9%로 상향조정했다고 11월 25일 발표했다. 미국 블룸버그가 조사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3%를 크게 웃돌아 기대 밖의 상승을 나타냈다. 올해 3분기 가계 소비 증가율 역시 예비치인 1.8%에서 2.2%로 조정됐다. 가계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실제 소비 여력 측면에서 개인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미국 1인당 가처분소득은 2010년 하반기 평균 3만5890달러에서 지난해 하반기 평균 3만6930달러로 증가했으며 올해 3분기에는 평균 3만767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시장도 반짝 특수효과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미국 대형 유통소매업체들은 급증할 수요에 대비해 임시 직원을 지난해 보다 더 많이 고용할 예정이다. 미국 최대 배송전문업체인 유나이티드파슬서비스(UPS)는 9만5000명의 임시직을 고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월마트·아마존·콜스·JC페니·타켓 등도 적극 동참할 방침이다.

마이클 나이미라(Michael Niemira) 전 국제쇼핑센터협회(ICSC) 이사 겸 더리테일이코노미스트 창업자는 연말 쇼핑시즌 기간에 단기 채용될 임시직원 수가 전년 대비 11% 급증한 82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이다.

◇해외직구족을 겨냥한 행사에 나선 국내 유통업계

미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은 더이상 '강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나라 일이 아닌게 돼버렸다. 날로 급증하는 국내 해외직구(직접구매)족 때문이다. 이들에게 블랙프라이데이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신세계·G마켓·옵션 등 국내 유통업계도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해외직구족을 겨냥한 행사에 나섰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행사 시작 불과 하루만에 품귀 현상을 빚은 상품들이 속출했다. 주요 인기 상품군은 캐나다구스·노비스 등 고가 패딩·부츠·코트 등 겨울용 의류 및 잡화 상품이며 이외에도 구글 넥서스와 TV 등 디지털상품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골프·유아·레저용품도 빠지지 않고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신세계는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서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블랙세븐데이즈' 행사를 벌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행사 시작 후 3일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고 밝혔다.

G마켓은 11월 10일부터 '슈퍼블랙세일' 행사를 열었다. 행사 시작일부터 지난 11월 26일까지 해외직구 상품 판매는 지난해보다 59% 늘어났고 지난 10일과 17일에 걸쳐 실시한 '슈퍼먼데이(하루 동안 인기 상품을 특가에 한정 판매)'에는 전날 보다 172%, 162% 각각 급증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앞서 11월 17일부터 '블랙에브리데이' 행사를 펼친 옥션의 해외상품 판매는 행사 당일부터 26일까지 직전 열흘보다 70% 가량 불어났다.

세 업체 중 유일하게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신세계 주가는 11월 들어 3일 종가 기준 18만8000원에서 27일 종가 기준 19만8000원으로 5.31% 올랐다. G마켓과 옥션은 이베이코리아의 브랜드이며 이베이코리아의 모회사인 이베이(eBay)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연말 국내 증시, 화두는 반도체·환율·외국인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간의 동조화(커플링) 현상은 대미 수출보다 대중 수출이 늘어 과거에 비해 파급력이 약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수출액 중 미국으로의 수출금액은 12%(510억달러)에 그친 반면 중국은 24.6%(106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상황은 코스피(KOSPI)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요 변수이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증시 속설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추수감사절 다음주 월요일 마감지수를 100으로 계산할 경우 코스피 기대수익률은 1~4% 수준"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말 소비가 가장 크게 개선됐던 2010년과 2011년을 적용하면 코스피 기간수익률은 D+10일 5.0%, D+20일의 경우 4.5%로 조금 더 높아진다"고 분석해 연말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 연말 소비시즌에 맞물려 반도체 업종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최근 4년간 11~12월에 공통적으로 코스피 대비 상대수익률이 높았던 업종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가 4년 연속 상대수익률 상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은행과 유틸리티 업종이 상위권에 속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연말 소비 특수는 한국 IT업체에 모멘텀이 가장 클 것"이라며, "과거 4년간 반도체 업종이 연말 상대수익률 상위에 공통적으로 위치해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연말 미국 소비 모멘텀이 확대된다면 미국 뮤추얼 펀드의 유입세도 강화되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달러강세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보다는 연말 소비 모멘텀 확대에 따른 이머징 주식 자금 유입 증가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달러 강세의 진정과 글로벌 경기 위험의 감소는 한국 대형 수출주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전문가는 11월 상승을 주도했던 대형주와 경기민감주의 상승흐름은 12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간 가장 부진했던 수출중간재 혹은 상품기반의 경기민감주의 강한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재, 산업재의 뒤를 이어 수출 대형주(자동차·IT)의 상승을 예상한다. 유동성 증가와 위험선호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증권, 건설 업종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