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지적이고 신중한 외유내강형 리더 많아
경청과 화합 중시… 친화력과 빠른 판단력도 강점

토끼띠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많다. 띠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외유내강형 CEO들이다. 경청과 화합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었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뛰어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그랬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그렇다.

현직에서 활약하는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도 이들의 기업가 정신은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신묘년(辛卯年)은 토끼띠의 해다. 토끼띠 CEO들은 저마다 본인의 해를 맞아 별 탈 없이 승승장구하는 시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는 토끼띠 CEO. 그들의 한해 소망을 통해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 봤다. <편집자 주>

토끼는 예로부터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과 재빠른 움직임에서 영특한 동물로 인식돼 왔다. 번식력이 강한 탓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보다 좋은 조건을 찾는 능력이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자의 토끼 묘(卯)가 번성과 풍요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은 토끼띠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직에서 활동 중인 손경식 CJ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서경배 사장(왼쪽부터).


실제 토끼띠 중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설적 인물이 많다. 혜안과 과감한 결단력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업적은 현재까지도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활약은 한국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제 강점기 종식을 촉발시킨 안중근 의사, 금융실명제와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토끼띠다. 저마다 ‘불가능은 없다’란 말을 몸소 실천한 장본인들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토끼띠 CEO들의 한해 소망은 한국 경제가 나가야 할 비전과 매우 흡사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토끼띠 CEO의 소망은 무엇일까. 또 이들이 생각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엔진은 과연 무엇일까.

신묘년을 맞아 토끼띠 CEO들은 한결같이 “안정과 화합을 통해 화목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업들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과 도전에서 길을 찾겠다”

CEO들의 경영전략과 새해 포부는 ‘혁신과 새로운 도전, 글로벌화’로 요약된다. 온순한 토끼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회사를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특히 저마다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미래 성장 엔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국내 최고 경영자로 자리매김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뛰어 넘는 세계 최고 경영자로서의 내일을 꿈꾸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한국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토끼띠 CEO의 선두주자는 손경식(72) CJ그룹 회장. 1939년생인 손 회장은 칠순의 나이지만 현직에서 맹활약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아 국내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CJ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글로벌화를 통해 시장 기회를 활용하고 사업 규모를 확대해 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손 회장은 CJ의 미래성장 엔진을 해외시장 개척에서 찾고 있다. CJ가 2000년 이후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인도와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선 것도 그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세계 경제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 봤기 때문이다. CJ는 2011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영에 집중, 미래 성장엔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LG전자 사령탑을 맡은 구본준(60) 부회장은 자신의 해를 맞아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10월 취임과 동시에 2011년을 위한 준비에 올인 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개편을 완료, LG전자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구 부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력 개발과 인재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기업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으로 유능하고 패기 넘치는 인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2011년 LG의 밝은 미래의 중심엔 인재 양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경배(48)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젊은 토띠끼 CEO에 속한다. 그런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만큼은 손 회장이나 구 부회장 못지않다.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도 있다. 1990년 총파업의 위기를 겪으며 추락하던 회사를 업계 1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 사장이 꺼내들었던 카드는 소통. 2010년 업계 전반에 소통이 강조됐던 것과 비교하면 20년이나 앞선다.

당시 조직 정비에 나섰던 신상원 컨설턴트는 “(서 사장은) 기업의 현재 처한 상황과 미래 계획에 비춰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데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까지 세계 10위 화장품 업계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 대만 등의 아시아권과 미국 시장 진출 확대에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존재)’를 기업 정신으로 내걸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시장 공략, 중국이 첫걸음”

토끼띠 CEO의 글로벌 계획의 중심엔 중국시장의 성공적 진입이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 시장으로 넘어오는 것에 따른 발 빠른 조치로 풀이된다. 또 접근성이 용이해 아시아권 진출과 유럽 등 진출 관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 거들었다.

실제 CJ와 LG전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시장 진출에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고,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또 토끼띠 CEO로인 이장규 하이트맥주 부회장, 김해관 동원F&B 사장,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최재원 SK가스 부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사장,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김상헌 NHN 사장 등도 빠른 중국 진출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혜안을 바탕으로 토끼띠 특유의 친화력이 중국 시장 개척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후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재벌가 중에 토끼띠 CEO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명 국내 토끼띠 CEO에겐 좋은 소식이다.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 상당히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성향에 비춰 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글로벌화, 그것도 중국을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토끼띠 CEO의 새해 소망이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