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 헬스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를 지탱한 스마트폰 사업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과감한 중심축 이동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네 가지 포커스

미국에서 12일(현지시각)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큰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사실상 자신들의 전략 패러다임 변화를 천명하고 나섰다. 크게 사물인터넷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스마트센서와 타이젠, 웨어러블, 헬스케어다.

스마트센서는 미세가공기술을 적용해 3차원 형태로 구축하는 미세전자기계(MEMS)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묶어 콘트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세전자기계 방식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가장 적절한 기술로 여겨진다. 최근 방한했던 시냅틱스와의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다. 인텔과 공동으로 구축한 개방형 운영체제 타이젠은 3.0버전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빨라질 전망이다. 타이젠은 차세대 웹 표준 기술인 'HTML5(Hyper Text Markup Langauge 5)'를 지원해 특정 OS에 상관없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구동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스마트홈 시스템에 타이젠을 장착해 안드로이드 동맹군의 위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타이젠 동맹의 맹주를 꿈꾸고 있다. 추후 일반 안드로이드 앱과의 호환성 지원을 통해 저변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웨어러블은 스마트센서와 타이젠을 아우르는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된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웨어러블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웨어러블에 집중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다. 기어S를 비롯해 스마트 글래스 ‘기어 블링크(가칭)’ 등 다양한 웨어러블이 포진해 있다.

헬스케어는 삼성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다. 이미 모바일 헬스에 강점을 찍은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개방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 ‘SAMIO'와 개방형 웨어러블 센서 모듈 ‘심밴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헬스분야를 타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 디지털 헬스 플랫폼’과 ‘삼성 디지털 헬스SDK’도 연이어 공개했다.

하드웨어 제품도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스마트워치에 다양한 헬스기능을 탑재한 것은 물론, 하나의 칩으로 심박수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바이오 프로세서를 개발해 모바일 헬스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헬스에 전사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의 스마트 생태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나 모바일 및 웨어러블 시장은 여전히 팽창하고 있다. 2013년 웨어러블과 바이오센싱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도 1억3600만 달러로 추정되며, 2013년 12월과 2014년 6월 사이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체 앱 이용률은 33% 증가한 반면 헬스와 피트니스 관련 앱 이용률은 62% 증가했다. 물론 삼성전자가 모바일 헬스에만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니다. 다만 헬스케어의 일부인 모바일 헬스는 그 자체로 삼성의 성장동력이 될 확률이 높다.

▲ 출처=삼성전자

좁혀지는 전략

삼성전자는 네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이상의 전략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전략에 대한 실제적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는 예정된 삼성전자 인사이동과 관련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은 12월 첫째주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12월 2일 사장단 인사를, 5일 임원인사를 단행했던 삼성그룹은 12월 5일 ‘자랑스러운 삼성인 상’ 전 인사이동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사이동이 중요한 이유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의 전환과 맞물려 핵심 계열사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행된다는 점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차원에서 이번 인사이동의 핵심은 인사이동과 총제적인 조직 재정비다.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화를 창조한 IT모바일 분야의 인력 대부분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일각에서는 IT모바일 슬림화가 단행되는 한편 현재의 IT모바일, CE, DS의 3개 부문이 가전과 반도체 중심의 두 개 부문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예상대로 CE와 DS 양대체제로 조직이 개편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삼성전자는 최근 발표한 바와 같이 판매비를 줄이는 선에서 중저가 라인업 전략으로 잡아 프리미엄과 양동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CE와 DS 중심의 사업구조를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삼성전자는 양대체제로 갈 경우 CE가 IT모바일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을 확률이 높다. 가전인 CE가 IT모바일을 섭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스마트 기기가 결국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스마트홈으로 나가는 실질적 흐름을 반영했을 확률이 있다.

 

헬스, 올인은 아니겠지만 핵심인 이유

삼성전자의 네 가지 전략은 결국 타이젠이라는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스마트센서와 같은 실질적인 기술을 접목시켜 웨어러블 알고리즘을 완료하고, 결국 헬스케어라는 ‘정답’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 흐름을 봐도 사물인터넷 시대의 스마트홈 시대를 맞이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스마트 가전’을 목표로 함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답인 ‘헬스’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삼성전자는 25일 '써모피셔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 체외진단 분야 사업협력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는 스코틀랜드 국영 의료 시범사업서 빠른 응급조치 실현 등으로 성능을 입증 받은 'IB10'을 포함해 급성 심장질환, 신진대사, 염증 질환 등을 진단하는 다양한 현장진단용 체외진단기기를 써모피셔사이언티픽에게 공급한다. 이는 헬스사업 전반에 진출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헬스사업 전반에 지분을 투자하려는 삼성전자의 노력 중 하나일 뿐이다. ‘전자’라는 이름에 걸맞는 디지털 헬스에 방점을 찍으면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단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들의 협력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글로벌 헬스케어 파트너의 면면을 보면 클리블랜드클리닉·휴매나 등 유명 의료기관과 글로벌 제약사 머크, 여기에 시그나·애트나 등 미국의 주요 건강보험 회사까지 망라되어 있다. 앨피테크, 센시프리, 웰독, 라크, 얼리센스, 슬립레이트 등 업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회사들도 다수 포진해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시장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파트너들을 섭외했다. 이들을 고스란히 디지털 헬스, 모바일 헬스로 끌어오면 구글-애플과 맞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 6월 헬스케어 SDK인 헬스키트를 공개하며 액티비티 앱을 탑재한 아이워치를 준비하고 있는 애플과 지난 6월 구글 핏을 공개한 구글은 이미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라이벌이다. 애플의 모바일 헬스 전략은 iOS8을 중심으로 강력한 콘트롤 타워를 조성해 통합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며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유도하고 있으며,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구글 핏은 연동에 중심을 둔 생태 플랫폼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구조적인 변화 및 삼성전자의 주요전략으로 미뤄보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이상을 넘어 실제 생활에 필요한 헬스로 전략을 바꿀 확률이 높다. 웨어러블 및 모바일 운영체제,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은 헬스에 집중되며 삼성전자는 이를 온전히 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업계에는 삼성 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주력 기술로 시각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바이오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영역의 디스플레이 발전은 기정사실로 굳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디스플레이에 헬스를 접목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결국 ‘헬스’라는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출처=삼성전자

노키아의 부활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전략부재로 침체기를 겪은 뒤, 네트워크 사업으로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아우르는 방대한 네트워크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셈이다.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 기존 NSN(노키아솔루션앤드네트웍스)를 통합해 구축한 네트워크 사업부는 이미 세계 3대 업체로 자리잡은 상태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그 규모나 기술력, 브랜드, 비전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향후 노키아가 자신만의 로드맵을 네트워크 사업으로 잡아 추진한 사례처럼,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 집중된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사물인터넷-웨어러블-스마트홈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순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방향을 잡았다. 그 무기는 ‘헬스’다.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전략이 스마트폰보다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