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유럽의회가 구글의 분할을 요구하는 결의안(초안)을 채택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결의안은 구글의 광고 서비스와 검색엔진을 분리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외 언론은 이 사실을 비중있게 다루며 구글왕국의 위기를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기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과연 유럽의회의 결의안 채택이 구글왕국 붕괴의 전조일까?

▲ 출처=AP

모든 문제는 결국 점유율에서 시작됐다
유럽의회가 구글 쪼개기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반(反) 구글 정서'가 결정적이다. 그렇다면 반 구글 정서는 왜 생겼는가?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구글을 통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IT 발전으로 파생된 사생활 침해 및 잊혀질 권리논란이 '구글'에 집중되며 구글은 마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생각해보자. 인류 역사 1만년 중, 가상공간인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를 고민했던적이 있는가?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점은, 리트머스가 되어버린 구글이 정해진 법칙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법칙대로 갈 수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IT발전으로 생긴 일들은 인류가 지금까지 겪지 않았던 일이며, 결국 새로운 표준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 새로운 표준의 '프로토 모델'이다. 덕분에 구글은 중국에서는 보편적 자본주의의 선두주자로 낙인찍혀 당국의 견제를 받고 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반대진영으로 볼 수 있는 유럽에서는 반독점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아직 규격이 없어 벌어지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구글을 '기존의 규칙'으로 판단할 만고불변의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본전제는 완성됐다. 구글은 '기존 인류가 가진 보편적 사고방식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IT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 실질적인 원인에 다가가 보자. 그렇다면 구글의 논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사생활 침해 및 독점 등 구글을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논란의 핵심적인 이유는 모두 구글이 IT발전을 대표할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강력한가? 정보가 중요한 시대,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큐레이션 기술도 보유했기 때문이다. 진짜 원인이 나왔다. 바로 구글의 막강한 '검색 점유율' 때문이다.

사생활 침해 및 잊혀질 권리, 22일 유럽의회의 구글 쪼개기 등 모든 논란은 결국 구글이 인류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IT영역에서 막강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쪼개기'부터 살펴보자. 지금까지 EU(유럽연합) 회원국 정치인들은 구글이 유럽 검색시장 90%를 잠식한 것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우려지만, 내심 구글의 막강한 검색 인프라가 가진 잠재력에 커다란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는 그 대단한 구글의 아성을 이겨낸 국내포털 네이버에서 느끼는 우리의 막연한 불안감과 연결되어 있다. 엄청난 정보가 흐르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까지 보유한 '존재'를 무서워하지 않을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을 이기기 위한 노력
굳이 EU 회원국 정치인들의 구글에 대한 반감을 말하지 않아도, 그 동안 구글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 독일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어의 일탈이 대표적이다.

5일(현지시각) 독일의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어가 구글에 백기투항했다. 그들은 야심차게 구글을 넘어서고자 했으나 결국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사실상 굴복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2주 전 유럽 최대 일간지 빌트를 비롯해 다양한 언론사를 소유한 악셀 스프링어는 구글의 지나친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구글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뉴스를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유럽을 휘몰아치고 있는 반 구글의 바람을 타고 유통 플랫폼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대가는 컸다. 악셀 스프링어에 따르면 구글과의 결별 이후 검색 클릭을 통해 들어오는 트래픽이 40% 감소했으며 구글 뉴스를 타고 들어오는 트래픽도 무려 80%나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악셀 스프링어는 “홈페이지 트래픽이 폭락한 것은 구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다소 아련한 단말마를 남기며 구글의 품으로 돌아갔다. 구글은 “환영한다”는 논평을 남겼다.

사실 악셀 스프링어는 유럽의 반 구글 선봉장이나 다름없었다. 올해 초 악셀 스프링어는 구글이 검색을 통해 뉴스에 접근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노출시킨다고 해도 자신들이 콘텐츠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우리로 따지자면 네이버 검색으로 뉴스를 이용하면, 네이버는 언론사에 콘텐츠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리고 이 당찬 주장은 너무 당연하다는듯 '기각'되어 버렸다. 구글의 영향력 때문일까? 22일 유럽의회의 구글 쪼개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도 독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쉽게 무너지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22일 유럽의회의 결의안 채택 소식은 구글 입장에서 분명히 타격이다. 유럽의회가 기업분할에 대한 권한을 갖고있지 않지만, EU 집행위원회(EC)는 이런 조치를 취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동의안은 유럽의회 양대 권력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사회당그룹(PES)이 지지하고 있는 만큼 의회에서 쉽게 통과될 전망이다.

하지만 구글을 중심으로 터져나온 논란들이 꽤 오랜 시간을 끌며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콘텐츠의 생사를 가르는 플랫폼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구글은 무인자동차, 의학, 스마트기기 등 다방면으로 진출해 검색업체 이상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연한 논리다. 구글은 너무 막강하다.

물론 구글이 막강하다는 이유로 전 세계의 파상공격을 거뜬히 막아낼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릴 수 없다. 역사는 반면교사의 현장이다. 우리는 여기서 구글과 비슷한 굴곡을 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역사를 살필 필요가 있다.

1998년 초반, 미국 법무부는 20개 주정부와 함께 반독점법 위반으로 MS를 제소했다. 패소할 경우 MS는 반독점법 위반에 따라 회사가 분할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구글이 처한 위기와 비슷하다. MS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MS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회사분할의 위기가 처한 그 해 SNA Server 4.0, Windows 98 일반 및 평가판, 중소기업용 Office 97 등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마치 자신들을 제소한 당자사들에게 '우리가 아니면 당신은 온라인 세상에서 활동할 수 없을껄?'이라는 무언의 항의를 보내는 것처럼. 여기서 MS는 영악한 전략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널리 쓰이는 인터넷 익스플로어 신제품을 연이어 런칭해 반독점 당시 논란이 되던 버전을 순식간에 구버전으로 만들어 버린 점이다. 이는 MS와 겨루는 시장의 타격이자, 정부의 타격이었다. 이후 MS는 정부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위기를 넘겼다.

구글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다. 막강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논란을 버티내며, 새로운 기술로 기존의 플랫폼을 업그레이드 시키면 반독점 논리 자체는 현재진행형에서 순식간에 과거진행형이 되어버릴 것이다. 위도우 97에 대한 반독점 적용이 논란이 되자 윈도우 2000이 나와버리는 격이다. 이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MS는 구글을 비하할때 흔히 '지메일맨'이라는 표현을 즐긴다. 구글의 사생활 침해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구글나우'를 쓰며 구글의 검색을 활용한다. 게다가 유럽연합의 구글 쪼개기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하며, 쉽지도 않은 일이다. 심지어 구글은 기술의 발전이라는 타임머신급의 무기도 가지고 있다. 로이터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구글 쪼개기를 보도하며 초안에 구글 등 구체적 기업이나 서비스의 명칭이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한 대목은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다만 구글검색, 특히 구글광고가 모바일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즉 주 수입원이 모바일로 이동하지 않은 틈을 노린다면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구글 3분기 매출은 165억2000만 달러로 시장전망치 165억9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으며, 순이익은 28억1000만 달러로 29억7000만 달러였던 전년 동기보다 다소 하락했다. 이는 스트리밍을 비롯한 다양한 장사를 벌일 수 있는 모바일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글의 약점이다. 만약 사태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 시작은 구글의 모바일 전략부재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