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 신화를 다시 쓰다> 데이비드 버커스 지음. 박수철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중세까지만 해도 세상을 바꾼 창조는 신(神)의 선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영감 덕분에 발명과 발견이 가능했을 것이란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저자는 이것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창조적 잠재력을 억누르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한다. 나아가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창조성에 덧씌워진 10가지의 왜곡된 신화부터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창조성을 어떻게 발휘시킬 것인가에 대한 세계적 관심 속에서 ‘주머니 속 송곳’처럼 도드라진 특별한 시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창조적 아이디어란 불꽃처럼 떠오르는 법이라는 ‘유레카 신화’는 가장 대표적인 왜곡이다.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려던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 들어가는 순간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해법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이미 배수량으로 밀도를 측정하는 공식을 알고 있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깨달았다고 전해지는 뉴턴도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중력이 행성의 운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는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오는 결실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창조력은 개인의 성격이나 유전자에 내재된 특성이라는 ‘별종 신화’도 있다. 하지만 창조적 혈통은 없다. ‘독창성 신화’란 창조적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그것을 고안한 사람만의 것이라는 믿음인데, 사실을 파악해보면 아이디어는 대부분 오래된 몇 가지 아이디어들의 조합이다.

‘전문가 신화’는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박식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인식인데, 난해한 문제의 해결에는 문외한의 관점이 필요할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기 지식이나 경험에 대한 신념이 강하고 생각이 굳어져 있는 반면, 문외한은 그런 점에서 자유로우므로 창의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경영학에서도 판명된 것인데, 인센티브가 직원들의 창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센티브 신화’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돈이나 승진 등을 내건 인센티브 전략은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 반면 과제수행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과 같은 내재적 동기부여야말로 창조성에 기여한다는 이론은 정설이 되어 있다.

‘고독한 창조자 신화’는 혼자만의 외로운 노력으로 창조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창조에는 한 사람만의 비범한 재능이 아니라 효율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창조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시도되는 브레인스토밍을 과신하는 ‘브레인스토밍 신화’도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고 즐겁게 일하면 창조성이 높아질 것이란 ‘결속력 신화’는 오히려 혁신적 사고를 가로막을 수 있다.

의외이지만, 외부에서 제약하는 것이 창조성을 가로막는다는 ‘제약 신화’도 연구에 의하면 잘못된 인식이다. 창조성에는 제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쥐덫 신화’는 남보다 뛰어나면 언젠가 세상이 알아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혁신도 저절로 인정받는 일은 없다.

저자는 10가지의 잘못된 신화를 논박한 뒤 여러 이론을 동원하여 최고의 아이디어, 프로젝트, 공정, 프로그램 등을 발견할 수 있는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책이다. <이코노믹리뷰 편집인.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

*책 속 한 구절= “창조성이 神(신)의 산물이라는 믿음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중략) 중세 유럽에서도 모든 창조적 재능과 영감은 신의 은총 덕분이었다.(중략) 통찰은 순간적인 불꽃이 아니라 문제와 프로젝트에 대한 끈질긴 노력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