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헝클어진 근심을 정리해주고 지친 일상과 고된 노동을 쉬게하며 다친 마음을 아물게 하는 위대한 자연의 두 번째 과정으로 삶이라는 잔치의 주된 밑거름이다.<맥베스中>

나폴레옹수면법을 아십니까?

 

적게 잠을 자는 것으로 유명한 나폴레옹의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소위 ‘하루 4시간 수면법’이다. 이 수면법을 습관화하면 하루 4시간만 자고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 관련 수면법 성공·실패담을 서로 공유하는 것을 보니 수면 시간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은가 보다.

사실 한국은 특별한 수면법으로 잠을 줄이지 않아도 될 만큼 상대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한 국가로 꼽힌다. 국민 일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OECD18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였다. 더 심각한 것은 한창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다.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고교생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전체가 수면부족에 빠져있음을 통계치가 말해준다. 한편에서 이 수면시간마저도 더 단축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마음 편히 잘 수도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잠을 줄여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고 남들보다 많이 자면 죄책감까지 느껴지는 한국사회,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잠은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었다. 흔히 잠은 게으름을 상징하거나 죽음에 비유되기도 한다. 또 어떤 과학자는 ‘잠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벌어진 최대의 실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하루의 3분의 1을 잠자는 시간에 할애하면서도 잠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않은 듯 보인다. 모두 잠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렇다면 잠의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보자. 즉 올바른 수면습관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건강한 신체리듬을 유지시킨다.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거나 장기간 불면증에 시달린 사람이라면 다음날 머리가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인간의 욕구 중 하나인 만큼, 생체리듬이 깨져 인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문 중 가장 무서운 고문이 잠 안 재우는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둘째, 인체가 각 기능을 원활히 하도록 돕는다. 흔히 잠을 단순히 휴식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하루의 출발을 위해 신체를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하루 종일 바쁘게 활동한 대뇌를 쉬게 한다. 육체 피로는 깨어 있는 동안에도 안정을 취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대뇌는 잠을 자지 않으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대뇌가 쉬지 않아 피로가 누적되면 쉽게 예민해지고 화를 자주 내거나 모든 일을 귀찮게 여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질병 노출을 막아준다. 가장 대표적으로 불면증이 있다. 최근 한국인의 불면증 실태 연구에 따르면 국민 12%인 약 400만명 정도가 주 3회 이상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외에도 코골이, 몽유병, 수면무호흡증과 같이 잘 알려진 것뿐만 아니라 자다가 놀라 울며 깨는 야경증, 수면 장애로 인해 성장 호르몬이 저하되는 저신장증, 밤에 충분히 잠을 잤어도 낮에 갑자기 졸음에 빠져 드는 기면증, 수면의 질이 떨어져 낮에도 졸림 현상이 계속되는 주간 각성 장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면관련 질병은 다양하다.

수면의 긍정적인 면이 많으니 단순히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15년 동안 수면환경과 관련 사업과 제품을 연구개발해 오면서 수면의 양과 질, 모두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수면생활을 저해하고 이로써 삶의 질을 파괴하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일에 마음 편히 늦잠 자고 싶은 아빠들, 점심 식사 후에 눈치 안 보고 낮잠 자고 싶은 직장인들, 10시나 되야 끝마치는 야간자율학습을 조금 빨리 끝내고 싶은 학생들, 잠 못 드는 한국인들은 모두 내 가족 혹은 친구, 동료들이다. 소중한 이들의 편안한 잠, 양질의 수면을 위해서 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보자. “잠은 죽어서 자면 되요”라는 누군가 말에 필자는 “삶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쉼이다” 라며 반박하고 싶다.